목록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206)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올바른 선택과 최선의 선택 늘 최선의 선택을 하려 했지만 그게 반드시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도 짚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결과적으로 개인과 가족 또는 조직에 경제적, 비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어야만 올바른 선택일까요? 아니면 온통 손해투성이에 만신창이가 되어도 양심과 신념에 비추어 한 점 부끄러운 점 없는 선택이 올바른 것일까요? 어떤 이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람들 손가락질을 당해도 가족들 잘 먹이고 잘 입힌 사람이 훌륭한 가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신념과 의리를 지키겠다고 좌충우돌하는 남편이 결코 좋은 가장이 아니듯 정의롭고 순결한 선택 역시 꼭 올바른 선택이라 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선택이 올바른가보다 ..
Happy Eid Mubarak! 2021년 5월 12일(수)는 이슬람력 1442년의 라마단(Ramadhan)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9월의 이름으로 라마단 한 달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떠있는 동안 금식을 행하는데 이를 뿌아사(puasa)라고 하죠. 라마단의 마지막 날 밤을 말람 딱비란(Malam Takbiran)이라 하는데 딱비르(Takbir)란 뜻은 알라후악바르(Allahu Akbar – 신은 위대하다)라는 말을 하는 행위나 그런 말 자체를 뜻해요. 그래서 말람 딱비란은 사원에 모인 무슬림들이 서로에게 라마단 금식월을 지내며 신앙을 증명한 이웃들에게 신의 위대함을 찬양하며 서로 축하, 격려하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사실 아랍의 전통적인 ‘하루’라는 개념은 자정부터 다음날 자정까지를 하루..
진심어린 사과 우린 매일 진심어린 사과를 하며 살아갑니다. 길을 가다 누구랑 어깨를 부딪히거나 커피를 쏟거나 할 때마다 급히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되죠. 하지만 내 실수로 인해 상대방이 입은 손해의 정도가 커질 수록 사과에 담기는 진심이 적어지다가 급기야 사과할 마음이 생기지 않기도 하고 오히려 내 실수를 상대의 잘못으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내가 실수로 쏟은 뜨거운 물에 아무 생각없이 그 앞을 지나던 아이가 화상을 입으면 ‘왜 하필 거기 있었어?’ 하는 소리가 먼저 튀어나오기도 하고 자동차로 누굴 심하게 치기라도 하면 피해자의 안위보다는 그로 인해 앞으로 겪을 자신의 녹록치 않을 미래를 그리며 ‘재수에 옴붙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게 인지상정일까요? 그러다가 나로 인해 피해를 입었..
약점을 들켜서는 안된다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상처가 있다면 누구와 나눠야 하는가? 타인과 상처를 나눈다는 말을 풀어 쓰다면 이런 뜻일 듯싶습니다. 살아오며 온몸 이곳저곳에 얻게 된 수많은 상처 중엔 결코 나눌 수 없는 것이 필시 있을 것이고 어떤 상처도 내 약점이 될 만한 것이라면 절대 공유해선 안될 대상도 분명 있을 터입니다. J사장에게 끊임없이 사기꾼들이 꼬여드는 이유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기가 예전에 사기꾼들에게 이렇게 뜯기고 저렇게 갈취당했다면서 거액의 액면가까지 들먹이며 말하지 않아도 될 온갖 얘기를 쏟아놓기 때문입니다. 물론물론 그런 얘기를 하는 목적은 하소연도 하고 싶고 상대로부터 이해와 동정을 얻어 가능하다면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을 만한 쏠쏠한 도움도 얻겠다는 것이지만 상대방은 오히려 그가..
산뜻한 이별 인생이 순탄하게만 흘러간다면 이별이란 꽤 긍정적이면서도 신선한 인생의 필수과정일 것 같습니다. 졸업이나 이사, 전학을 하면서 피치 못하게 겪어야 하는 이별은 한 시대의 종말과 새 시대의 서막, 아쉬움과 재회의 희망 같은 것들을 내포하는 것이니까요. 대학을 졸업하면서 각 병과로 흩어지게 된 ROTC 동기들도 보병, 포병, 기갑, 화학 같은 전투병과들은(가만, 화학이 왜 전투부대지? 독가스 뿌리니까?) 나중에 광주 상무대에서 잠깐 다시 만나지만 전국으로 흩어지고 나면 전역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나 사회에서 과장 차장쯤 달고서야 비로소 동문회를 할 생각을 갖게 되죠. 그동안 엇갈려 걸어간 인생 행로 때문에 서로 하는 얘기가 잘 이해는 되지 않아도 그 반가움과 정겨움은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잘 기..
지적질 하는 사회 가족, 지역, 조직, 국가는 물론 세계와 우주가 돌아가는 모습이나 원칙, 방식에 문제를 발견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건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예를 들면 지구가 오른쪽으로 돌지 말고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 문제에 대한 의견개진을 약자가 할 때엔 ‘문제제기’, 강자가 할 때엔 ‘지적’이라 하는 모양인데 요즘의 세태는 문제제기를 ‘무례’, 지적은 ‘갑질’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듯하다. 꼭 요즘만의 문제는 아닐까? 난 늘 어디서나 문제를 제기하는 ‘무례’한 사람이었던 것 같고 그래서 평생 주변에 날 빨갱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국방을 강화하자 해..
골든하트 잘 생각해 보면 한 순간 내 인생 속으로 불쑥 다가와 평생 잊지 못할 긍정적인 흔적을 깊이 남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같은 교회에 다녔던 청년부 누나였는데 당시 내가 대학교 신입생 시절 직장에 다니고 있었으니 여섯 살쯤 많았던 것 같습니다. 활발한 성격에 피아노도 잘 쳐서 예배 반주를 하곤 했는데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아 스터디그룹을 하겠냐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왜 나한테? 영어 원서를 읽고 번역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로 알려진 에리히 프롬의 라는 책이었어요. 당시 실력이 안되니 그 두껍지 않은 책을 떼는 데에 매주 토요일 만나는데도 몇 달이 걸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더 참여하지 않아 나와 그 누나 단 둘이서 줄곧 만났으니 점차 자연스럽게 더 큰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진심을 담은 대화 말에 진심을 담을 수는 있지만 그 진심을 증명하는 것은 행동입니다. 잘못을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 정치가, 기업인, 교수 등 많은 공인들이 기자회견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는 검찰청 포토존에 서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숱하게 보았지만 그들이 그 사과의 진정성을 증명할 만한 행동을 나중에라도 보여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과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고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는 가해자들도 넘쳐나는 세상이니 사과라도 한 게 어디냐 싶긴 합니다. 말이 충분히 담지 못하는 진심을 분명히 하기 위해 행동을 먼저 보이거나 그렇게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고, 결백을 믿어 달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는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