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무례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

beautician 2021. 6. 2. 12:14

지적질 하는 사회

 

 

가족, 지역, 조직, 국가는 물론 세계와 우주가 돌아가는 모습이나 원칙, 방식에 문제를 발견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건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예를 들면 지구가 오른쪽으로 돌지 말고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 문제에 대한 의견개진을 약자가 할 때엔 ‘문제제기’, 강자가 할 때엔 ‘지적’이라 하는 모양인데 요즘의 세태는 문제제기를 ‘무례’, 지적은 ‘갑질’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듯하다. 꼭 요즘만의 문제는 아닐까? 난 늘 어디서나 문제를 제기하는 ‘무례’한 사람이었던 것 같고 그래서 평생 주변에 날 빨갱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국방을 강화하자 해도 빨갱이라 부를 인간들이었다.

 

물론 좋은 말로 얼마든지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대부분 관성으로 흘러가는 이 세상에서 좋은 말 웃는 낯으로는 좀처럼 변화를 만들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변화란 필연적으로 어떤 이들의 피해나 손해를 전제하는 것이고 때로는 그것이 세계대전처럼 공멸일 수도 있다. 마치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지구를 세워 왼쪽으로 돌리면 반드시 벌어지고 말 천재지변들처럼.

 

그러니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래서부터든 위로부터든 공손하든 바늘처럼 찌르든 듣는 이에게 무례하게 들리긴 매한가지다. 결국 정말 무례한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주장이 과연 얼마나 보편타당한가 한 것인데 그 판단을 하는 개인의 지각 역시 너무나 주관적이다.

 

 

정문정 작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인니어 번역본  

 

그래서 정문정 작가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에서 ‘세상의 무례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법’으로 그 범위를 좁혀 글을 쓰고 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례한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세상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 정도가 최선이란 결론을 미리 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정문정 작가의 이 책은 인도네시아에도 ‘세상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는 정도 의미인 인니어 제목으로 번역서가 나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

 

지난 1월엔 그라메디아가 주선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일부 섭외지원한 연속 작가들과의 온라인 만남에서 ‘샤인’이란 소설을 쓴 전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가 출연한 다음 날에 독자들을 만났는데 그 솔직담백함과 당당함이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만남에서 인니 독자들은 많은 질문을 던졌는데 주로 강경한 어투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시어머니, 회사 상사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질문이 대세였다. 20-30대가 느끼는 감당하기 어렵거나 대처하기 곤란한 ‘무례’는 대략 그 정도의 일들일까?

 

꼭 해외생활이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직접적으로 생계와 나와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겁박하려 드는 사람들을 간혹 만나기도 하는데 등급을 따진다면 그건 거의 최고 단계의 ‘무례’에 해당한다. 그런 이들을 정문정 작가가 가르쳐 주는 요령으로 대처하는 건 비무장 비폭력 맨몸으로 총칼을 든 진압군에 맞서는 5월 광주나 미얀마 데모대에 다름 아니다. 그런 무례를 당하면서 난 죽지만 후세가 판단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 나를 지키기 위해 총칼을 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먼저 범해온 무례에 그에 상응하는, 때로는 그를 넘어서는 무례로 대응하는 것을 성인군자들은 삼가라 말하지만 만만해 보이면 짓밟히는 세상에서 선명한 악의를 품고 정권지르기로 공격해 오는 상대방 머리를 돌려차기로 박살내는 건 비난할 수 없는 ‘정의’일 것이다.

 

무례에 대처하는 법?

각자의 비기를 동원해 다시는 무례하게 굴지 못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이거 말고  

 

 

2021. 5. 8.

어버이날에 이런 과격한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