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일반 칼럼 228

공인의 조건

공인의 조건 대학입학 오리엔테이션 당시 교수님들이나 선배님들은 대학 합격통지만 받아 놓고 첫 강의도 듣지 못한 상태였던 우리들에게 "여러분들은 이제 지성인이 되었으니 이제는..." 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었다. 당시에 느끼기에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였다. 듣기 좋으라고 한 얘기임엔 틀림없지만 그 말의 이면에는 대학을 밟지 못한 모든 사람들을 비지성인으로 치부하고 대학입학을 지성인 임명장처럼 간주하는 지성인들의 오만함 서려있던 게 아닌가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갓 고등학생이던 나를 이젠 지성인으로 불러주니 기분 나쁠 건 없어도 그렇게도 간단히 하룻밤 사이에 비지성인에서 지성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그것은 사실과 전혀 무관한 얘기..

일반 칼럼 2024.02.24

야당 대표 살인미수사건 음모론

작가라는 직업은 실제 사건이나 경험을 토대로 하거나 아예 완전한 상상을 통해 독자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핵심입니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처럼 하는 사람. 즉 타고난 거짓말장이란 뜻입니다. 물론 사회적 물의를 빚는 방향이 아니라 순기능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한 사기꾼. 그게 작가입니다. 그래서 사기꾼이 사기꾼을 단번에 알아보듯 어떤 기묘한 사건 또는 사건 배경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을 보면 작가의 사기꾼 회로가 핑핑 돌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아니지만 그런 사기꾼 회로를 공익을 위해 돌리는 사람들이 경찰 프로파일러들이죠. 작가도 그 비슷한 인간들입니다. 이번 민주당 당대표를 대상으로 한 습격 및 살인미수사건의 진행상황을 보면 이상해 보이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거기에 ..

일반 칼럼 2024.01.19

회귀와 먼치킨의 웹툰 세계관

회귀와 먼치킨의 웹툰 세계관 몇 년 전에 나온 추공 작가의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웹툰으로 만들어지며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찍어 웹툰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해당 웹툰의 조회수가 해외에서 몇 억 뷰를 찍었다는 기사를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다. 조회수와 댓글, 평점이 웹툰작가에겐 다 돈이라는 면에서 추공 작가는 돈방석에 앉았을 것 같다. 그러자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세계관을 차용하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제목에 '나 혼자' 또는 '레벨업'이란 부분을 넣어 스스로 아류작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사실 이게 조회수에 눈이 멀어 웹툰 작가들이 나름의 긍지를 개나 줘버린 것인지, 아니면 네이버나 다음 웹툰 담당자에게 등 떠밀려 그런 제목을 썼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마 후자일 것 같다. 하지만 ..

일반 칼럼 2023.12.13

악마도감 만든 사람, 취재원 밝혀라!

교회는 평행우주의 세계입니다. 모든 이들이 각각 다른 삶을 삶을 살아온 것처럼 우리들의 신앙은 각각 다른 모습 다른 색깔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교회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예배하지만 우리들은 각각 다른 신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겁니다. 우린 모두 각자 처한 처지를 위로해 주고 각자 저지르고 있는 악행들을 정당화해줄 그런 신을 필요로 하고 급기야 믿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교회에 다니는 이들을 '기독교인'이라 통칭하지만 사실은 교인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종교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는 곳이 교회인 셈입니다. 그러니 교회엔 그 신도들 숫자만큼의 평행우주가 존재하는 미묘한 곳이고 그렇기에 그 공간에선 경찰도 도둑도 공존이 가능해지는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런 상황은 교회나 성당도 너무..

일반 칼럼 2023.11.17

인용과 표절

인용과 표절 2015-2016년경 인도네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파고 들기 시작할 무렵 접한 어려움은 참고할 만한 한글로 된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 했던 일은 관련 자료들을 찾아 한글로 옮기는 방대한 번역 작업이었는데 그렇게 해서 내 블로그에 살포시 올려 놓으면 나도 나중에 나 스스로도 다시 찾아보기 쉽고 나처럼 인도네시아 문화와 역사를 조회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 수준이 학술적으로 높은 가치는 아니었으므로 논문을 쓰려는 학생들이나 학자들보다는 해당 취미를 가진 사람들, 인도네시아에 처음 오는 출장자나 유학생, 여행자, 교민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랬다. 지금도 하루에 결과물 기준 최소 3-4쪽 정도의 번역을 하고 있으니 한달에 대략..

일반 칼럼 2023.11.04

신영덕-이전순 교수 부부를 환송하며

신영덕-이전순 교수 부부를 환송하며 “훈련기 한 번 타보니 이게 영 내 적성이 아니란 걸 알게 됐죠.” 그날 인터뷰를 빙자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신영덕 교수가 한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오래 전 트위터에서 봤던, 주식투자로 몇 천만 원 날렸다고 친구에게 말하면 내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해 준 그 친구가 그날 밤 집에 돌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푸근하고 만족스러운 잠을 자게 된다는 누군가의 글처럼 존경하던 교수님의 젊은 날 실패담이 내게 위로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는 1976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아마도 그의 꿈은 탑건의 톰 크루즈처럼 걸출한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처음 훈련기를 타본 순간 자신이 조종사 자질이 아니라는 걸 절절이 깨달았다고 한다. 그제서야. 평생 위대한 산악인..

일반 칼럼 2023.09.12

한국문화원 행사에 교민 배제는 당연한가?

한국문화원 행사는 인도네시인들을 위한 것: 교민 배제는 당연한가? 지난 5월이었으니 벌써 몇 개월 전의 일이지만 인도네시아 한국교민지 인터넷판에 ‘두근두근, 한국귀신 만나기: 한국공포영화 상영회’라는 기사가 일제히 실린 일이 있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 5월 26일(금) CGV 퍼시픽플레이스점에서 한국 공포영화 세 편을 상영한다는 공지였다. 기사 내용을 정리하자면 , , 를 상영하니 관람을 원하는 17세 이상 교민은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홈페이지에서 관람을 신청할 수 있고 비용은 무료라는 것이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영화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문구도 달려 있었다.[1]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문화를 인도네시아에 알리는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그 반대방향은 없는..

일반 칼럼 2023.09.11

방사능기 휘날리며

국기에 걸맞는 국가로 거듭나기 1. 방사 무늬 한 점에서 360도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뻗어나가는 선을 방사선(放射線)이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2. 2차 태평양 전쟁 일본이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의 미함대를 공격하면서 시작한 태평양전쟁은 1945년 8월 15일 미군에 무조건항복으로 일본이 패망하면서 끝났다. 그것은 일본이 처음으로 전세계인, 특히 태평양연안국들의 생존을 위협한 사건이었다. 제2차 태평양전쟁은 2023년 8월 24일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전쟁을 일으킨 곳은 일본이었다. 그들은 후쿠시마에 쌓인 핵폐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면서 전세계, 특히 태평양연안국을 핵공격하기 시작했다. 1941년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폭격했던 것처럼 일본은 이번에도 핵폐수가 아니라 안전하게 처리된 물이..

일반 칼럼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