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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미리 쓰는 자서전 내 블로그에서 열심히 업데이트되는 카테고리들은 영화, 출판, 기사번역 등이 주종이고 인니 주술과 귀신, 인도네시아 근-현대사도 심심찮게 포스팅이 늘어나는 부분입니다. 신변잡기나 그냥 기록을 위해 남겨 둔 포스팅들을 다 합치면 전체의 30%쯤 됩니다. 만물상의 전형이죠. 이중 오래된 글들을 분류해 카테고리 맨 아래에 놓아두었는데 대부분 예전 힘들 때 쓴 것들, 내 사업을 하던 시절 회한에 잠긴 밤 시간에 적은 그 글들은 대부분 내가 실패한 이야기, 주변사람들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라는 제목을 단 글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느 새 2011년은 12월까지 내달려 버렸고 월초부터 송년회들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열리는 한 동문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그 시간을 대려..
기록을 나누는 의미 기록을 남기고 그것을 나누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은 언론인, 기자들일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오래 살면서 초창기에 느꼈던 것은 교민들이 한국을 너무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돌아가 업데이트해 주지 않으면 발전하는 한국과 관련된 소식을 따라잡지 못해 옛날 같으면 새벽에 산에서 내려오지 않을 뿐이지 버스비, 담뱃값이 얼만지도 모르는 남파간첩 취급을 받기 쉬웠습니다. 당시 한국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한인 슈퍼마켓에서 빌려보던 한국 예능 비디오들, 일주일에 2~3차례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 가입자들에게만 2~3일 늦게 배포되는 조선일보 등 한국신문들이 다였고 속도 느린 인터넷으로 접근가능한 한국소식들은 동영상은 어림도 없었고 고작 신문사 인터넷 지면 ..
메모하는 습관 사회생활 초창기에 정말 열심히 다이어리를 적었습니다. 회사에서 받게 되는 지시나 진행되는 상황에는 늘 회사의 이익이 걸려 있곤 했으므로 대학이나 군에서 했던 것처럼 내 알량한 기억력에만 기대서는 사고 나기 십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늘 책임소재를 따지는 일이 뒤따랐습니다. 메모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모든 잘못된 일들은 아랫사람들 책임이 되어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정작 잘못된 지시를 내려 일을 망친 상관들이 시치미를 뗀 채 아랫사람들을 처벌하며 ‘내가 이렇게 엄격한 놈이랍니다’하며 자기 상관들에게 생색을 냈고요.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다이어리의 메모는 스스로를 보호할 최후의 보루이곤 했습니다. 물론 압도적인 권력구조 안에서 아랫사람의 노트가 그리 큰 힘을 ..
유머의 의외성 유머러스한 사람,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란 웃기는 사람일까? 유머란 익살스러우면서도 품위 있는 말이나 행동이란다. 그런데 한국어 번역은 ‘해학’이라 하니 뭔가 은유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일침이 있어야만 할 것도 같다. 해학의 기본 형성원리를 ‘의외성’이란다. 이런 개념들을 포괄하는 유머, 해학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의외의 품위 있는 말로 정곡을 찌르는 은유적 일침의 달인……? 1998년말~1999년 초에 만났던 딴지일보가 그런 것이었다. 동남아 외환위기로 세상이 무너지고 있던 시절, 웃기고 자빠라진 세상에 똥침을 날린다는 슬로건, 자기 경쟁상대는 오직 선데이서울 뿐이라던 자신만만한 B급 옐로우 저널리즘 감성, 지금은 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엔 온라인의 모든 자유를 만끽하려 했..
엉뚱함은 사회적 물의일까?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선거 슬로건을 휘날리며 대선에 승리하고 2013년 2월부터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는 유독 창조를 좋아한 분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창조'라는 말을 붙이곤 했는데 '창조경제'라는 말은 정말 와닿지 않았다. 경제가 도대체 무슨 수로 창조적일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후인 2016년 그녀는 가장 남사스랍게 창조적인 발자취를 남기고 탄핵당해 권좌에서 끌려 내려오고 말았는데 2014년 하반기에 출범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코위 대통령이 박근혜와 아삼육이었다니.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창조경제위원회는 경제를 다루는 곳이 아니라 영화, 출판, 연극, 드라마, 음악 등 창조적 본질을 가진 16개 문화..
창의적이어야 한다면서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며 비슷비슷한 개념들을 하나씩 다루다 보면 어딘가 좀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지점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이 세상에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이 없다는, 즉 세바시 같은 자기계발서도, 거기 등장하는 내로라 하는 강사들도 나름대로의 허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남들이 하는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할 만큼 내가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거나, 원래 있던 것의 다른 용도를 발견하는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원래부터 있었지만 그간 내가 안하던 것을 처음 해보는 것도 창의성의 범주의 넣는 강사의 말에, 그렇다면 그게 도전정신과 뭐가 다른가 생각하게 된다. 분명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어느 정도 공유하는 가..
김부장의 우클렐레 2013년쯤에 한국에 간 적 있습니다. 한국과 하는 일들이 워낙 없어 부모님 뵙는 것 말고는 딱히 오갈 일이 없었는데 그간 협조가 잘 되던 한국 미용가위 공급선에 젊은 친구가 동남아 담당을 맡으면서 상황이 좀 복잡해지는 중이었습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그가 매년 라스베가스, 볼로냐와 홍콩을 비롯해 전세계 4군데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가장 큰 미용박람회 코스모프로프(Cosmoprof)에 늘 끼어서 나가고 그가 전역한 지 1년 되었을 때 갔던 출장에서 자기 차라며 외제 승용차를 자랑하길래 아마도 저 회사에 따로 투자자 또는 동업자가 있는 모양이었고 그 투자자가 전공이나 이력이 전혀 관계없는 투자자기 자기 아들을 끼워 넣은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국가별 판매처를 한 군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