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206)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총몽 (銃夢) 2019년 이 영화가 나온다는 예고편을 보았을 때 몇 개월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일본 출장을 한창 다니던 것이 1991년부터 1994년 사이 4년 정도였는데 갈 때마다 이 만화책 단행본이 새로 나온 게 있으면 꼭 뒤져서 사왔습니다. 당시 내 일어 실력의 일부는 이 만화가 어느 정도 기여했던 게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1995년 이후 다시는 일본에 가지 않았고 단행본 마지막편은 결국 사지 못했습니다. 만화 원판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 만화에 꽂힌 이유는 미래의 절망적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빠른 스토리 전개, 그리고 앞뒤의 이야기들이 납득되도록 만드는 미래세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깨달았던 게 있다면 작가란 책이나 만화를 종이책에 담아 내놓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의 세..
대폭발 이런 날이 올 것 같긴 했습니다. 그간 인도네시아 코로나 상황이 줄곧 예사롭지 않았지만 현지 정부는 경제를 죽일 수 없다면서 봉쇄도 규제도 아닌 어정쩡한 활동제한을 별 성의없이 해왔습니다. 그대부터 대충 각오했었는데 막상 닥치니 장난 없습니다. 7월 13일 인도네시아 신규확진자가 4만8000명을 넘었습니다. 또 다시 신기록을 무지막지하게 세워버리고 만 겁니다. 사실 요즘 더욱 주목하게 되는 건 신규확진자나 사망자보다 활성환자 숫자입니다. 인도네시아 의료체계에 병상이나 의료인력의 여력이 없다는 것은 활성환자 숫자가 10만명 전후알 떄부터 이미 나오던 이야기였고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확진되면 자의반 타의반 병원에 가기보다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습니다.그런데 현재 활성환자는 40만명이 넘은..
신문읽기 탄생은 모든 불평등이 시작되는 순간이지만 죽음은 인류를 평등하게 하는 궁극의 사건입니다.. 탄생은 인간에게 각기 다른 환경을 누리게 만들지만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아무 것도 누리지 못하게 만드니 말이죠. 물론 누군가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낳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일 듯합니다. 아침마다 대여섯 개의 신문 인터넷판 헤드라인들을 살펴봅니다. 오늘 아침의 이슈는 자카르타 인근 버카시와 까라왕의 군수가 거의 같은 시간에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는데 유명 주지사들이 버카시 군수를 추모하는 기사가 이어지면서 까라왕 군수가 묻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죽음은 공평해야 하는데 좀 안되었다는 마음에 나라도 좀 더 까라왕 군수를 추모하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 이슈는 오늘 시작되는 유료백신 접종이었죠. 일정과 접종장소, 가..
본의 아니게 은퇴 오늘 온라인예배 장면입니다. 저는 맨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입니다. 와이프는 앞줄 맨 왼쪽이고요. 물론 저게 오늘 모습일리 없습니다. 교회를 마지막으로 간게 1년 반 전의 일이니까요. 어제 밤에 이슬람 우스탓(사원 단위 지도자급 교사)의 설교를 들었는데 현재 정부가 내린 코로나 방역을 위한 잠점정 사원 폐쇄를 옹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원을 폐쇄하다니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정부가 종교를 탄압하는 모양새이니까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는 이제 정부의 권위를 이슬람 위로 올려 놓았습니다. 그래서 사원 폐쇄 명령을 내릴 정도의 힘을 실어준 것이죠 우스탓은 코로나 시대에 시장을 열면서 이슬람 사원을 닫는 게 말도 안된다는 무슬림들에게 이렇게 강변하더군요. "그게 이상하다고요?..
지난 시대의 여운 올해도 어김없이 cosmobeaute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으로 열리는 10월 인도네시아 전시회에 참석하라는 홍보메일입니다. 저걸 제대로 읽으려면 프랑스어 답게 혀를 꼬아서 '꼬스모보떼' 정도로 읽어주어야 하지만 인니인들은 별 생각 없이 '코스모뷰티'라고 읽어줍니다. 이 미용 전시회가 처음 인도네시아에 상륙하던 해부터 매년 참관헀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10월에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 갔던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당시 내 미용기기수입판매사업은 이미 실체도 남아있지 않았고 10년 쯤 함께 일했던 메이를 다른 회사에 넣어준 후였습니다. 2016년 재외동포문학상에서 상을 받은 지 이제 1년이 막 지날 때였고요. 앞 시대가 끝나고 그 다음 시대가 시작되기 직전 매우 ..
그들이 사는 법, 내가 사는 법 자카르타의 몰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은 작년 3월 이후 1년 3개월 만의 일입니다. 작년엔 정말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수퍼마켓이 있는 층에만 일부 다른 가게들도 빌붙어 문을 여는 형국이었는데 올해 몰 폐쇄는 작년과는 양상이 매우 다릅니다. 무조건 문닫고 생계가 끊길 수는 없는 일이죠 끌라빠가딩에서 가장 큰 끌라빠가딩 몰에 가보니 약국들은 성업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입구 로비에 추가 매장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여기엔 코로나 걸린 사람들에게 잘 듣는다는 약품들, 비타민들을 위주로 상품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현지인들 사이에 워낙 코로나 걸린 사람들이 많으니 자기들끼리 의약품 목록들이 돌아가고 있는데 나도 하나 받은 게 이렇습니다. 1. Vitamin C 10..
은색인간에서 아이언맨 까지 한동안 도로엔 상반신을 벗은 몸에 은빛 색소를 칠해 사람들 이목을 끌면서 모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선목적의 모금이 아니라 그게 자기들 생계인 사람들입니다. 나는 그들을 은색인간이라 부르는데 처음 본 것은 10년쯤 전 반둥 길거리에서였고 자카르타에 이들이 모습을 나타낸 건 대략 3-4년 쯤 된 것 같습니다. 원래 저런 색소들은 다소간의 독성이 있어 매일 저러고 나오는 게 절대 건강에 좋을 리 없지만 먹고 살기 위해 저 방법을 택한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을 리 업습니다. 저런 식으로 지나는 차로부터 500루피아, 1천 루피아 짜리 동전을 구걸하는 사람들로서는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 게 가장 관건이므로 보고르 톨 나가는 곳에는 보기만 해도 더워 보여 숨이 턱턱 막히는..
아우성 7월 3일(토)부터 PPKM Darurat 이라 부르는 이동제한조치가 자바섬과 발리에 발령되었으니 이제 나흘째가 됩니다. 그 사이 세상은 더욱 시끄러워졌습니다. 계속 올라가던 신규확진자 숫자는 오늘 3만1000명 선을 넘었습니다. 이 수치는 이번 달 안에 4만을 넘어 5만에 육박할 거라 짐작해 봅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 내 주변사람들 대부분이 코로나에 걸렸거나 매우 밀접한 접촉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망자도 700명 선을 넘었습니다. 바로 어제만 해도 500명 대를 기록하며 신기록 경신했다고 호들갑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의료시설밖에서 사망하는 코로나 사망자가 전체의 90%에 육박한다거나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감염자가 전체 누적의 12.5%로 25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