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206)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이동제한 현지인 동네 안에서 하숙집도 운영하고 있는 한인포털인 인도웹(www.indoweb.org)의 사무실로 가려는데 입구가 이렇게 막혀 있었습니다. 작년 3월 코로나가 처음 상륙한 후 몇 달 쯤 후인 6월 경 대규모 사회활동제제조치(PSBB)가 시행되자 한동안 저렇게 차단기가 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7월초 소규모 마을 단위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Mikro) 당시에 원래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검문소를 운용하여 코로나확산을 억제한다는 것이 원래 제도의 취지였지만 그때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열어놓았던 것이 7월 20일 이후 정부가 규제완화를 시사하자 오히려 차단기를 내린 걸 보고 좀 어이없었습니다. 이때 느낀 건 두 가지였어요 1. 꼭 필요할 때 닫지 않고 이제 그럴 필요 없어질 때 닫..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지배한다는 것 파푸아 동남쪽 끝부분인 머라우케(Merauke)에서 7월 26일(월) 벌어진 파푸아 현지인 장애인을 두 병의 공군 헌병이 무력으로 제압하는 영상이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켜 29일(목) 머라우케 공군기지 사령관과 헌병사령관이 해임되고 해당 헌병 두 명도 엄격한 처벌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이 분명해 보이는 현지인을 젊고 건장한 두 명의 인도네시아 공군 헌병들이 윽박지르더니 결국을 쓰러뜨려 한 명은 등을 무릎으로 눌렀는데 정작 문제가 된 건 옆에 있던 다른 헌병이 현지인의 머리를 발로 밟은 장면입니다. 저 사람들의 머리 속엔 도대체 뭐가 들었으며 과연 인도네시아 군인들은 감수성이란 게 전혀 없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파푸아 지역과 현..
보내는 연습 도랑에서 건져온 고양이가 결국 화요일 새벽에 죽고 말았습니다. 월요일 방문해서 안아주었을 때 낑낑 울면서 내 손가락을 깨물고 할퀴고 있었는데 아마 그만큼 아팠던 모양이죠. 고양이 전용우유나 비타민 같은 것에 입을 대지도 않아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은 이로서 벌써 다섯 마리째 고양이들을 보냈습니다. 얼마 전 죽은 첫 어미 고양이를 제외하곤 모두 새끼들이었습니다. 올초에 이사해 들어온 아이들의 주택가는 녹지가 꽤 많아 죽은 새끼고양이를 묻어주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합니다. 짧은 생을 살고 간 고양이가 안타깝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지막 순간에 도랑이나 길거리가 아니라 자기를 지극정성으로 살피고 살려보려 애쓰는 아이들 손길을 받으며 세상을 떠난 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12-18세 백신접종 치차가 7월 28일(수) 1차 백신접종을 받았습니다. 12-18세 청소년 접종이 지난 달부터 승인되었는데 이제야 차차네 학교에도 순서가 돌아온 겁니다. 하지만 접종 백신은 시노백. 그 물백신으로 유명한 중국산입니다. 이 집 둘째 마르셀은 아직 11살. 나이가 살짝 모자라 백신접종 대상이 아닙니다. 엄마랑 세 식구인데 모두 접종하는 게 이렇게 힘들고 시간이 걸립니다. 세상엔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데 말이죠. 남들만 문제가 아닙니다. 좀 더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도서간, 국가간 여행을 하려면 PCR 검사 음성결과지는 물론, 접종완료증빙도 갖춰야 합니다. 난 9월 1일 2차 접종 날짜를 받아 두었지만 그날 과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스톡이 있을지, 외국인이라고 접종 거절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
태권도 노골드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이번 동경올림픽 태권도 노골드 소식이 일견 충격적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 그것은 전세계에 태권도를 보급하러 나선 우리 사범들의 수십 년간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는 증거입니다. 내가 너희한테 태권도를 가르쳤지만 너희는 우리보다 태권도를 잘하면 안돼.....사범들은 분명 이런 마음을 갖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이번 올림픽은 해외 곳곳에서 애쓴 한국인 사범들의 희생과 노력이 얼마나 진실햤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양궁과 여자골프를 한국이 석권하는 것, 인도네시아가 배드민턴 강국이 된 것도 양궁, 여자골프, 배드민턴의 세게화가 완성되었음을 뜻하는 것처럼요. 아직도 유도가 일본의 금밭이고 세팍타끌로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금밭이라면 그건 아직도 세계화가 되지 않았다는 ..
전설의 고기국수 오늘은 몰 워킹이란 걸 했습니다. 자카르타의 봉쇄조치는 한 단계 완화된 셈이지만 내가 사는 끌라빠가딩은 아직 확진자들이 많이 나오는 레드존에 속해 있어 몰이나 식당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몰 안에 있는 약국들은 보건 프로토콜에 따라 모두 문을 열고 있고 식당들도 테이크어웨이 손님들이나 배달 주문을 받으려고 문을 연 곳들이 많아 일단 몰에 들어가는 건 허용되는 상태. 그래서 에어컨도 나오지 않고 자연 속 산책에 비할 바 안되지만 인적 널널한 몰은 그럭저럭 걸어다니며 땀을 낼 여지를 남겨 주었습니다. 최근 BSD에 다녀오거나 장시간 외출하고 나면 피로감이 느껴져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게 실감되던 차였습니다. 어떻게든 운동량을 늘리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 등이 줄줄이 손짓하며 반..
두리안 오래 전 옛날 아직도 수마트라 오지를 여행하던 A, B, C 세 명이 당시 아직도 남아 있던 식인종들에게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족장은 마음이 넓은 분이었어요. "우리가 아무나 잡아 먹고 그러지 않아. 시험에 통과하면 살려주지. 자, 이제부터 숲 속에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열 개씩 따 오거라." 숲 숙엔 과일들이 지천이었으므로 살 길이 열렸습니다. A가 제일 먼저 사과 열 알을 따서 돌아왔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험을 시작한다." "에-? 이게 시험이 아니었나요?" "그건 시험준비였지. 이제부터 가져온 과일을 똥꼬에 하나씩 집어 넣는데 표정이 변하거나 큰소리를 내면 당장 우리 저녁식사가 될 것이다!" 마침 부락 한 가운데에큰 커다란 솥이 걸려 물이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A는 사과 ..
프레임 그간 팬데믹 와중에 적잖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던 마흐푸드 MD 인도네시아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이 오늘 유뷰트 채널로 공개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 서민들의 현실을 제대로 묘사했습니다. 국민들이 코로나에 죽느냐 생계가 끊겨 죽느냐 그 기로에 서 있다는 말을 한 겁니다. 불과 이틀 후인 7월 26일(월) 현재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태에서 나온 이 발언은 결국 코로나 확산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국민들이 경제생활을 재가할 수 있도록 현행 이동제한조치를 완화하기로 마음먹은 정부의 사전포석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규제만 푼다고 해서 망가진 사업이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이미 크게 나버린 손해가 벌충되는 것도 아닙니다. 정부가 그렇게 국민들을 위하는 듯 립서비스를 하는 동안 실제 손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