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코로나 이동제한 걸린 자카르타 한복판에서

beautician 2021. 7. 16. 12:20

그들이 사는 법, 내가 사는 법

 

 

자카르타의 몰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은 작년 3월 이후 1년 3개월 만의 일입니다.

작년엔 정말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수퍼마켓이 있는 층에만 일부 다른 가게들도 빌붙어 문을 여는 형국이었는데 올해 몰 폐쇄는 작년과는 양상이 매우 다릅니다.

 

무조건 문닫고 생계가 끊길 수는 없는 일이죠

 

 

 

끌라빠가딩에서 가장 큰 끌라빠가딩 몰에 가보니 약국들은 성업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입구 로비에 추가 매장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여기엔 코로나 걸린 사람들에게 잘 듣는다는 약품들, 비타민들을 위주로 상품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현지인들 사이에 워낙 코로나 걸린 사람들이 많으니 자기들끼리 의약품 목록들이 돌아가고 있는데 나도 하나 받은 게 이렇습니다.

 

1. Vitamin C 1000IU merk Blackmores

2. Vitamin D3 1000IU merk apa saja

3. Vitamin E merk apa saja bebas

4. Zinc merk Zegavit atau apa saja bebas

5. Obat Batuk Silex

 

온갖 비티민들과 아연, 기침약 등등

 

그리고 생필품을 파는 수퍼마켓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문을 닫아야 하는 개별 점포들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작년처럼 문닫고 집에 가서 손가락만 빨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주로 식당들이 저렇게 1층 로비에 책상을 하나씩 가져다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저기에서 주문을 하고 물건도 저기서 픽업해 갑니다. 물론 쇼피나 또코페디아 같은 전자상거래 앱으로 얼마든지 온라인 구매를 하는 세상이어서 이 오프라인 접수처들을 대체로 파리를 날리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노력을 해야 코로나 시대를 해쳐나가며 먹고 살 수 있는 겁니다.

 

 

 

고단함이 넘쳐나는 하루지만 이들은 이런 식으로 보람찬 또 한 번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이번 달부터 비중이 큰 일감이 하나 줄어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기 위해 다시 백방으로 노력하기  시작했고요. 콘진원에서 또 하나 용역이 나왔는데 전에 했던 업체들만 알 수 있을 만한 용어들과 부족한 상황설명을 보면 누군가 새로 달려들어 딸 수 있는 건 아닌 게 분명합니다.

 

그래도 또 부딪혀 보는 거죠.

죽기 살기.

 

끌라빠가딩 1층에 늘어서 앉은 저 사람들처럼..

 

 

2021. 7. 8.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쾌한 우스탓 설교  (0) 2021.07.19
탈춤을 추자  (0) 2021.07.18
도로의 아이언맨들  (0) 2021.07.15
오늘은 여기 저기 모두 난장판  (0) 2021.07.14
PCR 검사결과지 위조방지 조치  (0) 202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