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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탈춤을 추자

beautician 2021. 7. 18. 12:36

지난 시대의 여운

 

 

올해도 어김없이 cosmobeaute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으로 열리는 10월 인도네시아 전시회에 참석하라는 홍보메일입니다.

 

저걸 제대로 읽으려면 프랑스어 답게 혀를 꼬아서  '꼬스모보떼' 정도로 읽어주어야 하지만 인니인들은 별 생각 없이 '코스모뷰티'라고 읽어줍니다. 이 미용 전시회가 처음 인도네시아에 상륙하던 해부터 매년 참관헀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10월에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 갔던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당시 내 미용기기수입판매사업은 이미 실체도 남아있지 않았고 10년 쯤 함께 일했던 메이를 다른 회사에 넣어준 후였습니다. 2016년 재외동포문학상에서 상을 받은 지 이제 1년이 막 지날 때였고요. 앞 시대가 끝나고 그 다음 시대가 시작되기 직전 매우 어정쩡한 시절에 난 마치 관성에 이끌리듯 자카르타에서 열린 이 미용박람회를 다시 찾았습니다. 하지만 20분도 머물지 않았습니다.

 

도서출판 아모르문디와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출간계약을 한 것이 그로부터 두 달쯤 후인 2017년 12월의 일입니다. 그 책이 나온 건 2018년 9월이었고요. 그리고 그 사이 예의 J사장의 일을 2018년 1월부터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전혀 다른 세상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죠.

 

그 이후 당연히 꼬스모보테 박람회에는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장성하고 나면 어렸을 때의 일을 버리는 것처럼요. 물론 그런 일이 크게 새롭진 않았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대기업 사옥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게 되었고 봉제공장 생산라인에도 다시는 들어가지 않게 되었을 뿐더러 1995년 이후엔  그전에 몇 달에 한 번씩 출장가던 일본과 중국에 다시는 가지 않게 되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이제 코로나로 여기저기 바리게이트가 쳐진 자카르타의 모습을 실제로 또는 화면이나 뉴스지면으로 보면서  아마도 이 시기가 지나면 과거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했던 어떤 일들을 다시는 할 수 없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2021. 7. 9. 

 

 

PS

결국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될 거란 생각을 하면서 이런 노래가사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고

탈! 춤을 추자.

 

최근 마스크쓰고 사람들 만나면서 늘 하던 생각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감정을 숨겨야 하는 미팅현장에서 마스크가 마치 중세 기사들의 투구처럼 든든하기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