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오늘은 여기 저기 모두 난장판

beautician 2021. 7. 14. 11:06

아우성

 

 

7월 3일(토)부터 PPKM Darurat 이라 부르는 이동제한조치가 자바섬과 발리에 발령되었으니 이제 나흘째가 됩니다. 그 사이 세상은 더욱 시끄러워졌습니다.

 

계속 올라가던 신규확진자 숫자는 오늘 3만1000명 선을 넘었습니다. 이 수치는 이번 달 안에 4만을 넘어 5만에 육박할 거라 짐작해 봅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 내 주변사람들 대부분이 코로나에 걸렸거나 매우 밀접한 접촉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망자도 700명 선을 넘었습니다. 바로 어제만 해도 500명 대를 기록하며 신기록 경신했다고 호들갑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의료시설밖에서 사망하는 코로나 사망자가 전체의 90%에 육박한다거나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감염자가 전체 누적의 12.5%로 25만 명에 달한다는 것 등 인도네시아 코로나 상황은 날로 심각해져 갑니다.

 

아마 조용히 지나가긴 어렵겠죠. 전세기나 에어앰뷸란스로 큰 돈을 주고 한국에 치료하러 가는 확진자들이 60명에 육박하고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간 엄마들은 아이들이 백신접종 대상도 아닌데 접종완료자만 입국허가한다는 인니 당국 방침에 한국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한 마디로 난장판.

 

이 와중에 난 오늘 몇 시간동안 끌라빠가딩의 약국들을 전전한 끝에 결국 필요한 약품들을 모두 챙겨 박스를 만들었습니다.

 

 

 

현지인들 중 확진자들이 워낙 많으니 자가격리치료하는 사람들이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도 이미 목록이 나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 종류대로 다 사면 가격은 1백만 루피아(약 9만원)에 육박. 일반 현지 서민들의 구매력으론 매우 무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이 됩니다.

 

어제밤까지도 산소통과 산소발생기를 거론하며 사람들을 들들 복던 J사장이 결국 여의치 않은 상황을 인정하기까지 진이 빠지도록 그의 짜증을 받아주거나 요청을 팔로업 해준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대여섯 명. 모두 진이 빠진 후 결국 애당초 계획했던 대로 약품 상자를 보내게 된 겁니다.

 

하지만 피오나가 물건을 받을 즈음 J사장은 다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래도 필립스 지사를 좀 방문해서 산소발생기 구매를 알아봐 주세요. 그거 사 두면 우리도 유사시 사용할 수 있고 지인들 코로나 걸리면 빌려줄 수도 있고 좋잖아요?"

 

그는 이동제한이 말로만 걸린 게 아니라 메인 도로 곳곳에 바리게이트가 세워져 통과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란 것, 비필수부문 사업체들이 모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는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물론 난 그러려니 합니다. .사람들 중엔 세상이 자길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이들이 꼭 있는 법이고 안되는 상황이 닥쳐도 잘 찾아보면 반드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믿으며 그런데 그걸 자기가 직접 찾지 않고 남들에게 찾으라고 다그치는 인간들도 늘 있거든요.

 

뭐, 여기도 난장판.

 

당분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인도네시아에서 하필 그 시기에 뭔가를 꼭 하겠다고 또는 꼭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어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 있으면 저 하늘에 사무쳐 자카르타 하늘에 서리로 내릴 기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좀 춥더라....

 

 

2021.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