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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신문을 읽는다고 세상이 읽히진 않는다

beautician 2021. 7. 20. 11:20

신문읽기

 

탄생은 모든 불평등이 시작되는 순간이지만 죽음은 인류를 평등하게 하는 궁극의 사건입니다.. 탄생은 인간에게 각기 다른 환경을 누리게 만들지만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아무 것도 누리지 못하게 만드니 말이죠. 물론 누군가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낳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일 듯합니다. 

 

아침마다 대여섯 개의 신문 인터넷판 헤드라인들을 살펴봅니다. 오늘 아침의 이슈는 자카르타 인근 버카시와 까라왕의 군수가 거의 같은 시간에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는데 유명 주지사들이 버카시 군수를 추모하는 기사가 이어지면서 까라왕 군수가 묻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죽음은 공평해야 하는데 좀 안되었다는 마음에 나라도 좀 더 까라왕 군수를 추모하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 이슈는 오늘 시작되는 유료백신 접종이었죠. 일정과 접종장소, 가격이 발표되자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그게 시행 당일인 오늘 접종 직전에 전격 취소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보건부나 접종 주관사인 키미아 파르마가 도저히 전국적으로 각계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견디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불과 6개월 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전국민 코로나 백신 무료접종을 장담하며 약속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이 사건이 이슈였습니다.

 

예전에도 나름 현지 신문을 많이 보는 편이었지만 일과 관련있는 출판, 영화 쪽 기사들이 주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자카르타경제신문에 기사 번역본을 납품하기 시작하면 번역할 후보기사들을 고르다보니 여러 신문들 헤드라인을 훑으면서 인도네시아가 돌아가는 궤적을 대략 따라가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번역기사를 자카르타경제신문 밴드에 올려 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민 단톡방을 보니 백신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체류비자 연장이 안된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갑자기 여럿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60세 이하 현지 한인들은 50대들이 기껏 1차 정도 맞은 게 다일 텐데 비단 입국이나 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자를 비롯한 현지 정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백신 접종 완료증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나온 걸 보면서 저 유료 백신접종 프로그램과 그림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외국인들은 허가가 급하면 무료백신 기다리지 말고 돈내고 유료백신을 맞으라는 얘기였던 겁니다. 그런데 저 유료백신 프로그램이 오늘 취소되었고 국민적 반발이 심해 재개될 지 여부가 불분명하니 이제 정말 곤란해진 건 우리 같은 외국인들입니다. 당장 비자를 연장해야 하더라도 백신접종을 완료하지 못했으니 연장시기를 놓치지 쉽게 된 것이죠.

 

빼박캔트.....

 

난 다행히 지난 5월 비자연장을 마쳤지만 내가 아는 지인은 8월에 비자연장을 해야 하지만 아직 40대라 1차 접종도 못했고 아이들은 11세와 15세..11세는 백신접종 완료 증서 면제이지만 15세는 증서 제출해야 하는 나이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2-17세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접종받으면 되지만 문제는 지금 한국에 가있는 중이고 한국에선 18세 이하 접종허가가 아직 나지 않은 상태죠. 이 지인가족은 비자연장은 둘째치고 아예 인도네시아에 돌아올 요건 자체가 안됩니다. 백신접종완료 증서는 입국할 때에도 필요하거든요

 

모든 게 팍팍 변하는 세상. 

오늘의 결정이 내일 어떤 파국을 가져올 지 알 수 없는 시절을 우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건 매일 아침 대여섯 개 신문 헤드라인을 아무리 훑어봐도 예측이 안되는 부분입니다. 신문을 읽는다는 것이 식견은 넓혀 주지만 예지력 향상은 전혀 지원해주지 않는 듯합니다.

 

 

2021.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