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도로의 아이언맨들 본문
은색인간에서 아이언맨 까지
한동안 도로엔 상반신을 벗은 몸에 은빛 색소를 칠해 사람들 이목을 끌면서 모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선목적의 모금이 아니라 그게 자기들 생계인 사람들입니다. 나는 그들을 은색인간이라 부르는데 처음 본 것은 10년쯤 전 반둥 길거리에서였고 자카르타에 이들이 모습을 나타낸 건 대략 3-4년 쯤 된 것 같습니다.
원래 저런 색소들은 다소간의 독성이 있어 매일 저러고 나오는 게 절대 건강에 좋을 리 없지만 먹고 살기 위해 저 방법을 택한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을 리 업습니다.
저런 식으로 지나는 차로부터 500루피아, 1천 루피아 짜리 동전을 구걸하는 사람들로서는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 게 가장 관건이므로 보고르 톨 나가는 곳에는 보기만 해도 더워 보여 숨이 턱턱 막히는 호랑이며 토끼며 너구리 등 동물 탈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 차량 사이를 오갑니다.
그런데 끌라빠가딩엔 몇 개월 전부터 아이언맨이 등장했습니다.
처음엔 한 명이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나와 길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요즘은 세 명으로 늘었습니다. 저 아이언맨 옷을 만드는 데에 공이 많이 들어갔을 게 분명한데 일단 저걸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 친구들은 시선을 끄는 데엔 성공했지만 너무 역동적으로 춤을 추고 있어서 차창을 내리고 동전을 던져주기 매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시대에 하루도 빠짐없이 저 복장을 하고 나와 거의 하루 종일 길에서 춤을 추며 동전통을 내미는 저 친구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수고에 안타까운 마음도 금할 수 없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두려워 저 친구들 앞을 지나면서 차창을 내려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2021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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