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매일의 삶 656

다음웹툰 <대마법사의 딸> 중에서

문득 마추치는 대사가 가슴에 와닿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웹툰 속 대사 하나가 비수처럼 박힙니다. 아파서가 아니라 날카로워서요. 선한 마음에는 의심과 경계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이 말은 일견 어딘가 모순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이보다 더한 진리도 없습니다. 의심도 없고 경계도 하지 않는 선한 사람은 호구일 뿐이니까요. 그러니 의심과 경계란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선함과 악함, 파렴치함, 우둔함, 정의로움 같은 것들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인성과 인격을 표시하는 단어라면 의심과 경계 같은 것은 생활태도, 살아가는 방법 같은 가치중립적 요소입니다. 그러니 선한 마음에 의심과 경계를 탑재하는 것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리는 앰뷸런스가 전조등을 환하게 켜고 칠흑같은 밤길을 달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

매일의 삶 2023.07.11

산 안토니오 해변 (PIK2)

6월 22일(목) 일정은 대체로 엉망진창이었지만 아이들은 꽤 즐거워했다. 메이는 지난 몇 개월 이가 아파 고생하고 있었는데 차제에 차차 충치를 치료하면서 돈이 좀 들더라도 메이 치아도 치료해 줘야하겠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드는 돈은 아깝지만 차차나 마르셀에게 드는 돈은 수현, 지현이에게 드는 돈처럼 전혀 아깝지 않으니 차차 마르셀 엄마인 메이도 거기 끼워 주기로 했다. 하지만 치과에서 하는 얘기는 문제가 된 치아 세 개를 거의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내 왼편 윗쪽 치아들처럼 손 쓰기 늦었다는 것이다. 결국 다 뽑아야 할 모양. 일반 치아 뽑는 것은 60-70만 루피아인데 사랑니는 600-800만 루피아 정도가 든다고 한다. 뉴서울치과에서 내 치아 뽑은 게 하나에 100만 루피아였으니 한국 치과보다는 싼 ..

매일의 삶 2023.06.30

루이사 송별회

원래 송별회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 한국어 전문 통-번역사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리면서 식사 한 번 하자고 했던 것이었는데 루이사가 한국회사에 취직해 7월 초부터 서울에 출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송별회를 급조하게 되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내 인맥이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은 모두 루이사에게 소개받았으니 루이사 인맥이기도 하다. 한인뉴스 편집인이기도 한 이영미 작가는 전에 루이사를 인터뷰한 일도 있고 그 전부터 친하게 지내 왔으므로 내가 루이사 일행들을 혼자 만나면 모양이 그리 좋지 않아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이영미 작가에게 동석을 부탁했다. 루이사는 이영미 작가 소개로 한인회 기관지인 한인뉴스에 자기 컬럼을 쓰기도 했다. http://www.innekorean.or.id/hanin/bbs/bo..

매일의 삶 2023.06.29

자취 요리 전집

아내가 한국에 간 동안 살을 빼기로 했다. 그래서 무식하게 굶기 작전으로 5킬로 정도를 뺐더니 틈만 나면 머리 속이 온통 먹을 것으로 가득 차서 결국 감량을 하더라도 좀 먹어가면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만들어 먹다 보니 꽤 요리실력도 붙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든 음식에 라면스프를 넣어 먹어야 먹을 만한 맛이 나더니 나중엔 소금과 간장으로 대충 간을 맞추게 되었고 피자, 햄버거 사면 딸려와 산더미처럼 쌓이고 만 칠리소스를 스튜 양념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한 요리들 중 생선스튜와 닭고기 스튜는 꽤 먹을 만 했다. 이러니 살이 빠질 리 없지ㅠㅠ 2023. 6. 23.

매일의 삶 2023.06.28

<분노의 질주 10> 인니어 자막의 폐해

10편을 보고 온 메이가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영화설명에 열을 올렸습니다. 한국에선 라고 번역된 반디젤 주연의 자동차 추격전 영화죠. 그런데 거기 나오는 아쿠아맨 배우가 쁘시꼬빳이랍니다. 그 배우는 제이슨 모모아란 이름을 당당히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영화엔 캡틴 마블 브리 라슨도 출연합니다. 말하자면 DC와 마블이 Fast X에서 하나가 된 거죠. 하지만 쁘시꼬빳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나온 다른 영화 이름일까요?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돌아보니 메이의 딸 차차가 깔깔 웃으면서 말합니다. '사이코패스요.' 아, 쁘시꼬빳(Psychopath).... 웅크눈(unknown)이나 운쯜레(uncle)에게 전화를 받아본 적 있나요? 사람들이 손님을 환영할 때면 '웰쪼메(wel..

매일의 삶 2023.06.05

감량을 위한 7층 둘레길

양화대교 운동할 때 뉴스를 듣는 편이었고 그렇게 해서 2020년에 15킬로그램을 뺐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뉴스를 듣기 싫어 다른 것들을 들었다. 다른 시사프로도 싫어 2년 가까이 독서 유튜브 일당백과 역사채널들만 죽어라 들었다. 그나마도 시들해지자 음악을 듣겠다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들으면 분개할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어지니까. 2023년엔 다시 제대로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음악을 듣기로 하고 이어폰을 끼었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노래들이 너무 오래된 것들이라, 새 음악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피프티피프티가 각광을 받는 세상에 SES 노래를 듣고 있다니. 그러다가 거미가 복면가왕에서 부른 자이언T의 ‘양화대교’가 나왔다. 거기 ..

매일의 삶 2023.06.02

외래어표기법, 난 반대한다

외국어 표기법, 정말 최선일까? 외국어 표기에 대해서는 2005년 12월 28일 문화관광부에서 제정, 공표한 ‘외래어표기법’이 가장 최근의 것인 모양이다.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수십 페이지는 족히 될 법한 이 규정의 골자는 위의 다섯 줄이 전부인 것 같다. 해당 규정의 나머지는 각 언어별 표기 일람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며 통, 번역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매일의 삶 2023.05.29

모든 것의 의미

할림 골프장에서 스타터 근처에 이런 조형물 있는 걸 보고 한참 생각했다. 저건 어떤 의미를 담아 저기 세워 놓았을까? 사실 할림 가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특히 이 비행기가 그렇습니다. 저게 날아다녔다는 게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데 아무튼 공군 골프장인 할림에 저런 비행기를 올려놓은 건 공군의 위용을 자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게 정말 날아다녔게~?" 퀴즈를 내는 건지... 내 생각엔 당시에 공군을 상징하는 뭔가 올려놓긴 해야 할 텐데 비싼 비행기는 좀 곤란하니 가장 싸구려 구닥다리를 올려놓기로 한 경제적 이유가 작용했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저 위의 얼굴 조형물도 좀 더 실용적인 의미에서 잘못 돌아다니다 골프공 맞으면 얼굴 빵꾸 나듯 안면 함몰된다는 경고를 스타터에서부터 주려 ..

매일의 삶 202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