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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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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산 안토니오 해변 (PIK2)

beautician 2023. 6. 30. 11:47

6월 22일(목) 일정은 대체로 엉망진창이었지만 아이들은 꽤 즐거워했다.

 

메이는 지난 몇 개월 이가 아파 고생하고 있었는데 차제에 차차 충치를 치료하면서 돈이 좀 들더라도 메이 치아도 치료해 줘야하겠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드는 돈은 아깝지만 차차나 마르셀에게 드는 돈은 수현, 지현이에게 드는 돈처럼 전혀 아깝지 않으니 차차 마르셀 엄마인 메이도 거기 끼워 주기로 했다. 하지만 치과에서 하는 얘기는 문제가 된 치아 세 개를 거의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내 왼편 윗쪽 치아들처럼 손 쓰기 늦었다는 것이다. 결국 다 뽑아야 할 모양.

 

일반 치아 뽑는 것은 60-70만 루피아인데  사랑니는 600-800만 루피아 정도가 든다고 한다. 

뉴서울치과에서 내 치아 뽑은 게 하나에 100만 루피아였으니 한국 치과보다는 싼 편이지만 역시 인도네시아 서민들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선다. 이 친구가 제대로 일하면서 돈을 벌려면 내가 도와줘야 할 부분일 듯. 하지만 아무래도 무리하긴 힘드니 우선 일반를 살릴 수 없다면 뽑긴 해야 하지만 당장 아프지 않은 사랑니는 놔두고 문제가 된 두 개부터 뽑는 것으로 해야 할 듯. 

 

그걸 위해 일단 파노라믹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는데 비용예상에 이미 넋이 나간 메이는 내가 밀어부치지 않으면 병원에 갈 것 같지 않다. 말 한 마디에 딱딱 움직여주면 얼마나 편할까? 

 

엄마가 치과에 있는 동안 마르셀은 머리를 깎았고 차차는 크림밧을 했다.

마르셀은 두 달쯤 전 이상한 곳에 가서 '군인처럼 잘라달라'고 했다가 완전히 동네 양아치처럼 머리를 잘라 이번엔 내 단골에 가서 '나처럼 잘라 달라'고 했더니 나랑 전혀 다르게 잘라 버렸다. 조금 짧긴 하지만 그래도 전에 비해 봐줄만 하고 조금 머리가 길면 훨씬 나아질 것 같다.

 

'넌 멋 좀 부려'

 

내가 어릴 때 전혀 멋을 부리지 않았고 지금도 그런 편인데 그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잘 알 것 같다. 후줄근해 보이는 게 인생살이에 도움이 될 리 없어, 나처럼 멋 부릴 줄 모르는 마르셀에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멋부리란 말을 하고 있다.

물론 자기 가꾸는 데에 신경 많이 쓰는 차차는 별로 걱정할 게 없다.

단지 이제 고3이 되니 진학이 문제인데 엄마가 대학 진학에 별로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학교 선생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벌써 등록금 때문에 고민을 하는데 그건 나중에 걱정할 문제다. 

등록금은 어른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차차는 아마도 자기 친부, 그러니까 바딱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했던 모양인데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차차를 없신 여기는 꼴을 내가 절대 눈뜨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메이가 할 수 없다면 내가 도우면 될 일. 물론 꽤 돈이 드는 일이니 추가 수입이 필요하다. 

 

메이와 아이들 데리고 전에 수현엄마와 가 보았던 PIK2의 산 안토니오 해변 식당가에 가 보았다.

오후 4시반. 

여전히 햇살이 따가왔지만 곧 밤이 내리자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지기 전에 차차와 사진을 한 장 박았다.

 

 

마르셀은 신발이 좀 작아 제대로 걷지 못해 주로 차차와 돌아다녔다.

그 사이에도 집적거리는 남자들이 다가왔는데 내가 나서기 전에 차차가 급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싸우고 다투는 것보다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산 안토니오는 해변이라기보다는 중국식 식당가에 가깝다.

해변 제방 밑으로는 또 다른 식당가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하루 이틀 쯤 시간을 내주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고 버카시의 회사를 다니는 메이는 특히 평일에 시간을 빼기 어려웠다. 이날은 치과 치료를 위해 연차를 쓴 김에 함께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날 일정을 만끽한 모양이고 저 먹자거리에서 이것저것 시켜 먹은 게 꽤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아직은 작은 것으로도 어렵지 않게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이다.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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