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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오늘날 윤석렬 검찰총장이 있도록 한 것은 예전 한 청문회에서 그가 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여러 정권을 겪으면서 파행과 물의를 줄곧 빚어온 검찰 조직에 속한 유력인사가 불이익을 각오하고서 상사의 지시를 불복하고 지방으로 좌천당한 사건의 기저에 저런 원칙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정권이 바뀐 후 그는 서울지검장으로 영전했고 그후 곧바로 검찰총장에 직행하는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일약, 용이 난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우리가 그의 말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우린 당연히 그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으니 '국가'에 충성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고, 단지 그 뒷 문장이 생략되었을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지난 며칠간 매스컴을 달궜던 국정감사, 특히 윤석렬의 땡깡은 대략 다음 두 단어로 요약된다. 유아독존 기고만장 그리고 정치인들의 행태는 상당부분 '몰염치'로 수렴한다. 자기도 지키지 못하는 도덕적 잣대를 남에게 들이밀려는 것, 근거없는 혐의를 남의 목에 걸면서 자신은 치외법권의 방패 뒤에서 희희낙락하는 것. 하지만 그 몰염치의 현장은 원래 난장판인 국회보다 똥물 시퍼런 언론에서 더욱 드러난다. 천하의 삼성 이건희가 죽었다. 어떤 이는 애도하고 어떤 이는 이를 갈지만, 염치있는 이라면 아무리 울분을 참을 수 없다 해도 남의 상가집에 가서 조의를 표하진 못할 망정 난장을 죽이진 않아야 한다. 최소한 고인에 대한 불편한 사실들도 하루 이틀 정도 장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줘야 맞다. 하지만 이건희 사망보도 하..

대전 노은역 부근의 한 서점이 이렇게 서적 코너 이름을 바꾸었다는 기사에는 이 서점에 당신 선 넘은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한동안 이어졌다고 전한다. 일본소설 코너를 '왜구소설' 로 코너명을 바꾸었기 때문이란다. “IMF 당시 서점을 열 때부터 일본소설 코너를 만들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시작되고 생각해보니 ‘우리가 별도 코너까지 만들어 소개한 건 너무 대우해준 게 아니었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름 유치하게, 소심한 표현을 한 건데….” 서점 주인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항의표시로 기존의 일본소설 코너를 왜구소설이라는 팻말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름없는 작은 서점의 이런 행동에 비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선 넘은 게 아닌가 싶다. 경향신문은 이렇게 ..

자살골 넣은 선수의 변명 일본팀이 총력전을 펼치며 모두 하프라인을 넘어와 공격 일변도의 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 한국 국가대표팀이 완강한 방어를 펼쳐 골은 먹지 않고 있었지만 매우 위태로운 전세. 그때 한국 측 페널티박스 안에서 자기 발 앞에서 떨어진 공을 잡은 금선수는 그간 대표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이제 반격에 가담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너무 긴 슬럼프에 빠졌던 금선수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릴 묘책이 떠올랐다. 적진으로 볼을 질러넣는 대신 그는 빙그르 돌아서며 한국 골대에 슛을 쏜 것이다. 골인~! 그 장면을 본 일본팀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조소하는 한편 망연자실한 한국팀과 팬들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금선수가..

몰라TV의 자가당착 OTT는 over-the-top, 즉 셋톱박스를 설치해서 그걸 통해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채널이란 뜻이고 VOD는 video on demand 즉 그 선택해 보는 채널이 음악이나 정보 채널이 아니라 동영상/영화 채널, 그것도 채널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채녈의 콘텐츠 중 원하는 것을 골라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OTT-VOD의 뜻이 어느 정도 확실해진다. ‘셋톱박스를 설치해 TV로 볼 수 있는 동영상 선택채널’이다. 이리 설명해도 헷갈리기 쉽지만 가장 대표적인 선두주자가 넷플릭스라고 하면 당장 감이 잡힐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셋톱박스 없이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랩톱이나 핸드폰으로도 같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Over-the-top의 그 top 마저 넘..
나이들면 정신이 퇴락할까? 예전엔 외지에 출장가면 호텔 프론트에 모닝콜을 요청해 놓곤 했습니다. 자명종은 출장가방에 넣기 너무 크고 핸드폰도 나오기 전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일입니다. 자명종 기능이 탑재된 다양한 핸드폰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니는 요즘 모닝콜은 완전히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요청하지도 않은 모닝콜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새벽 일찍 어떤 분은 시를 보내주고 어떤 분은 성경귀절을 보내줍니다. 그것이 선의를 기초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쾌적하고 의미있는 하루를 맞으라는 기원이죠. 물론 세상의 모든 기도가 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기원 역시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렇게 밀려오는 메시지들이 핸드폰 메모리를 한없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잡아먹는 분명..
사기꾼을 만나 미팅한 내용을 상사에게 보고했습니다. 사기꾼 미팅보고가 그 사기꾼에게 호의적일 리 없습니다. 그걸 받은 상사가 미팅 내용을 검증한다며 보고서를 통째로 그 사기꾼에게 보냈습니다. 보고자와 사기꾼이 원래 친한 사이일 리도 없지만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둘 사이엔 더 큰 반목이 생길 게 뻔합니다. 이건 매우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보고자의 잘못도 사기꾼의 잘못도 아닙니다. 보고자의 본질은 보고하는 것이고 사기꾼의 본질은 사기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상사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을 그 보고서를 사기꾼에게 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를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물론 자신의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상사 업무의 본질입니다. 하지만 그는 보고가 미심쩍자 보고자에게 질문하는 대신 ..

8월 13일 목요일. 이틀 후면 광복절이다.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은 8월 17일. 독립선언서에 들어갈 뻔한 왜색을 지우기 위해 이틀이 더 걸린 셈이다. 하지만 8월 17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념하는 인도네시아는 한편 꽤 멋있어 보인다. 일본이 8월 15일 망했든 안했든, 우리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날이 8월 17일이니 그날이 우리 독립기념일이야. 정말 독립을 기념하는 날 다운 사고방식 아닌가? 그렇다고 한국의 광복절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좀 아쉬운 점들은 분명 있지만. 한국에 진주하지 못한 광복군. 그 대신 먼저 들어온 미국과 소련의 점령군. 친일파가 반공을 외치며 애국자로 탈색을 시도하는 동안 해방공간에서 수모당하고 암살당한 우국지사들... 6.25 전쟁이 벌어질 바엔 독립전쟁을 겪어어야 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