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진실한 인간을 욕하지 마라 본문
오늘날 윤석렬 검찰총장이 있도록 한 것은 예전 한 청문회에서 그가 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여러 정권을 겪으면서 파행과 물의를 줄곧 빚어온 검찰 조직에 속한 유력인사가 불이익을 각오하고서 상사의 지시를 불복하고 지방으로 좌천당한 사건의 기저에 저런 원칙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정권이 바뀐 후 그는 서울지검장으로 영전했고 그후 곧바로 검찰총장에 직행하는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일약, 용이 난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우리가 그의 말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우린 당연히 그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으니 '국가'에 충성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고, 단지 그 뒷 문장이 생략되었을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어요. 그가 검찰총장이 된 후 조국 낙마를 획책한 조국사태,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자기가 부하가 아니라고 하며 2020년 국정감사에서 적반하장 기고만장을 시전하는 것을 보며 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 뒤의 문장이 사실은 난 아무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 또는 난 검찰조직에만 충성한다, 내 가족들에게만 충성한다는 말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윤석렬을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그가 우리를 속인 게 아니라 철저히 우리가 잘못 이해한 것이니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변함없는 성향과, 평생을 통해, 그가 검사로서 한 일을 통해 충분히 내보이고 있었는데 정권과 국민들은 저 말 한 마디에 열광하면서 그를 오해하여 서울지검장과 검찰총장이 되도록 등을 떠밀었던 것입니다.
윤석렬은 진실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개 사람으로 보았던 대통령이나 법무장관에겐 절대 충성하지 않고, 사람이 아니라 제 몸과도 같았던 윤대수, 한동훈 같은 '부하'들, 검찰조직 속의 충성스러운 검사들,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지만 자기 보호권 안에 들어와 있는 아내와 장모 등 가족들에겐 감동적인 충성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검찰총장으로서는 참으로 부적절한 인간이란 것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이미 밝혀지고 말았지만 그의 진실함만은 인정해 줘야 합니다
그건 누구보다도 진실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대선 당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네 꿈도, 다른 사람의 꿈도 아닌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그리고서 그 슬로건 대로, 대통령에 선출된 후 자기 꿈을 다 이루며 어영부영했을 뿐 아니라 절친 최순실의 꿈마저 이루어 주었습니다. 그가 우리들의 꿈, 국민들의 꿈을 이루어주지 못했지만 애당초 공약 자체가 '국민들의 꿈을 이루어 주는 나라'가 아니라 '내 꿈(자기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니 그러라고 뽑아준 이들은 불평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그를 찍지 않은 사람들 역시 박근혜의 솔직담백함에 찬사를 보내야 마땅합니다.
저렇게 진실한 사람들은, 그 결과 저지른 비리와 악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옥에 보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보여준 저 순결한 진실성 만은 인정해야 합니다.
진실한 이들을 욕해서는 안될 일이죠.
아무렴요.
2020. 10. 31.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역 고전 속에 관광재개 노리는 인도네시아 (0) | 2020.11.30 |
---|---|
꽃놀이패 (0) | 2020.11.29 |
몰염치의 시대 (0) | 2020.10.26 |
'왜구소설' 코너를 비판할 자격 (0) | 2020.10.25 |
자살골 넣은 선수의 변명 (0) | 2020.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