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206)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통치 기업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것 역시 일종의 통치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사장들, 소유주들의 성향이나 행동엔 군주들의 천태만상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건 꼭 사장이나 대표이사들에게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고 법인장, 지점장, 부서장은 물론 노가다 십장이나 이병 후임을 맞은 일병들에게도 나타날 것 같습니다. 요컨대 부하를 거느린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요. 그리고 좋은 상사보다 돼먹지 못한 상사들이 많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우리들 사이에 인간말종들이 그토록 많이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통치를 당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한 경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민초들이 반발하는 것이고 높은 곳까지 오른 사람들은 정상에 오른, 또는 거기 근접한 사람들을 어떡하든 끌어내리려고 ..
핸드폰 전번 불통 오래 전 핸드폰 요금 방식을 선불제로 바꾼 후 전화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도록 컨트롤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충전된 금액만큼만 통화나 문자가 가능했으니까요. 후불제를 쓰던 시절엔 쓴 만큼 요금을 내는 방식이니 가끔 요금폭탄을 맞는 경우가 있었지만 선불제로 바꾼 후엔 그럴 걱정이 없어진 거죠 그러다가 카톡이나 와츠앱에 부가서비스로 붙어있는 무료전화 시스템 음질이 괄목할 만큼 향상된 후엔 ‘뿔사’라 부르는 충전요금으로 데이터 패키지를 사는 게 지불해야 할 전화요금의 전부였고 작년 이후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엔 와이파이를 쓰니 데이터 패키지조차 살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나쁜 점이 하나 생기는데 선불제로 충전해 놓은 요금 ‘뿔사’를 쓸 일이 없으니 다시 충전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 되어 가끔은..
찌짝(Cicak) 옛날 한옥 대들보 위에 사는 구렁이는 집안 조상신이나 성주신의 현현이라 하여 내쫓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렁이가 사는 집엔 쥐나 해충도 없었다고 해요. 사이즈 측면에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에도 비슷한 개념의 파충류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법 무시무시하지만 이 찌짝(Cicak)이란 놈은 원래 이렇게 예쁘게 생긴 도마뱀입니다. 어린 놈들은 몸체가 상당히 투명하기까지 하고 보통은 손가락 크기, 커 봐야 손바닥 정도 크기입니다. 옛날 근무하던 북부 자카르타 공단의 한 공장 벽에 저녁 퇴근무렵이 되면 이 찌짝들이 공장 벽 위로 우글우글 올라왔는데 그 때쯤 기승을 부리는 날파리들, 모기들을 앞다투어 잡아먹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집에서도 모기나 작은 벌레들을 잡아 먹으니 이로운 동물이..
번역 옛날에 소설 쓰고 수필 쓰던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 이유는 소설, 수필은, 물론 때로는 사전 취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머리 속 구상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었으므로 랩톱을 열고 워드 프로그램을 띄우자마자 작업이 가능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주로 조사보고서나 기사를 쓰다보니 사전에 광범위한 번역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월까지 하던 영화진흥위원회 월간 보고서는 한달 내내 모은 관련 기사들을 토대로 200자 원고지 50-70장 정도를 쓰는 것이었는데 하루에 하나 이상의 관련기사들을 번역해 두는 게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번역하다 보면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기사들이나 자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클릭수를 노리는 기사들은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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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자카르타 중앙통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럿이지만 끌라빠가딩에서 도심 톨을 타지 않고 일반도로를 통해 들어가는 건 아흐맛 야니(Ahmad Yani) 도로에서 쁘라무카(Peramuka)를 거쳐 디포네고로 도로를 통해 중앙통인 수디르만 거리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여기 언급한 꽃이름이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소년단(보이스카웃)을 뜻하는 쁘라무카를 제외한 도로 이름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국가영웅으로 지정된 사람들의 이름을 딴 것들입니다. 디포네고로 왕자는 1825-1830년간의 자바전쟁에서 네덜란드 총독부 부대를 극한으로 몰아쳐 연전전패를 당하던 네덜란드가 그를 막으려고 자바 섬에 단기간에 수백 개의 요새를 지으면서 총독부 금고는 물론 본국 금고까지 거덜내는 상황까지 처하게 만들었던 인물입니다. 수디르만 장군..
물가에 내놓은 아이 당연한 일이지만 인도네시아 맥도널드에도 드라이브 스루 창구가 있습니다. 일인당 한 개가 국룰이지만 작년에 아들이 싱가포르에서 돌아와 자카르타에 8개월간 같이 지내는 동안 일인당 두 개를 먹는 걸로 국룰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다이어트 중이라 차차와 마르셀을 위해 버거 네 개를 샀습니다. 더블치즈버거 둘, 맥치킨 하나, 피시버거 하나. 하지만 그 집에 입이 더 있다는 걸 깜빡 잊었습니다. 몇 마리 남지 않은 고양이들을 위해서 뭔가 사가야 한다는 걸 까먹었어요. 아이들은 맥치킨과 피시버거를 하나씩 먹고 더블치즈버거 두 개를 남겼습니다. "일인당 두 개가 국룰이라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완강합니다. 엄마가 퇴근하면 주겠다는 겁니다. 식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이들 마..
마르타박(Martabak)의 비밀 마르타박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인도네시아식 팬케익? 일종의 계란전? 이게 헷갈리는 이유는 우선 마르타박 마니스와 마르타박 떨로르라는 두 종류의 마르타박이 서로 너무 틀리기 때문입니다. 얘네들이 마르타박이란 이름으로 묶여 있는 이유가 우선 이상하기 짝이 업습니다. 마르타박 마니스는 버터를 두른 1인치 깊이의 팬에 비전의 액상 밀가루 반죽(?)을 부어 케익을 만들고 그 위에 깨, 초콜렛, 치즈 등 각종 토핑을 얹어 반으로 접은 겁니다. 부드럽고 맛있지만 넘쳐나는 식용유 함유량 때문에 금방 질린다는 단점이 있죠. 마르타박 떨로르는 밀가루 반죽을 얇고 넓은 만두피처럼 만들고 그 안에 계란이나 오리알 베이스에 각종 야채와 싸구려 다진 소고기를 넣은 후 만두피를 접어 사각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