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206)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아시아 북 페스티벌 인도네시아에는 한국과 일본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번역해 출간하는 하루 출판사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렇게 부르니 한국 출판사 같기도 하고 '봄'이란 뜻의 일본계 출판사 같기도 하지만 Penerbit Haru의 '하루'는 '향기롭다' '감동적이다' 라는 인도네시아 말입니다. 이 친구들이 번역해 내놓은 한국 콘텐츠는 족히 100권 가까이 될 텐데 (최소 수십 권) 그중 가장 히트를 친 건 2019-2020년 줄곧 베스트셀러였고 올해도 인기가 거의 줄지 않은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어'의 현지 번역서입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작가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루 출판사가 작년부터 '아시아 북 페스티벌'이란 행사..
뻴렛주술 인도네시아 귀신 이야기가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귀신들 종류나 관련 문화가 너무 다르면 한국인으로서 좀 이해가 잘 안되어서 왜 무서워야 하는지 포인트가 잡히지도 않고 급기야 재미마저 없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내 블로그엔 귀신 관련 포스팅이 130편 정도 있는데도 별로 조회수가 높지 않아요. 역대 지속적으로 조회수가 나오는 포스팅은 '베트남어 관용표현'(퍼온 글), '인도네싱 코로나 상황 업데이트' 등이었고 귀신 글들은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상당한 반응이 있었던 건 뻴렛주술(Ilmu Pelet)에 대한 것이었어요. 뻴렛주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심지어 나를 혐오하는 사람에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강제로 심는 주술입니다. 한번 걸리면 내 사생팬이 되어 날 보지 못하면..
마침내 완료 어제 밤까지 예약이 되지 않아 거의 못할 뻔 했던 백신 2차 접종........ 오늘 마침내 완료했습니다. 아침 9시 40분 쯤 나가 오후 2시 넘어 돌아왔으니 4시간은 족히 나가 있었던 셈인데 실제 접종을 위해 줄 선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일단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나니 이젠 언제든 한국에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마음이 한결 차분해집니다. 물론 아직도 2주 자가격리는 피할 수 없겠지만요. 2021. 9. 1.
취미 인도네시아에서 26년 넘게 살면서 거의 대부분을 끌라빠가딩이라는 자카르타 북부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동네인 뿔로마스(Pulo Mas)라는, 지금은 다 쓰러져가는 슬럼이 되어가고 있지만 옛 고급 주택가였던 그곳엔 빠쭈안 쿠다(Pacuan Kuda)라는 경마장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그곳에서 말경주를 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몇년 전까지도 말을 키우고 있었는데 한때 3홀 짜리 골연습장으로 변신했다가 아마도 그 동네 사람들 구매력에는 어림도 없었는지 그나마도 잘 안돌아가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인도네시아에 경마장이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걸 즐기는 생활수준 높은 사람들이 경마장 객석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다는 사실에요. 자카르타에서 보고르로 가는 길엔 써킷 센툴(Circuit Sentul)이라..
죽은 테러리스트 아크메드 오늘은 인형술자 제프 던햄(Jeff Dunham)과 함께 다니는 죽은 테러리스트 아크메드를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BvfiCdk-jc 소르반을 두르고 부르는 곱슬곱슬 염소수염 젱곳(Jenggot) 을 기른 무슬림 아랍인을 테러리스트의 스테레오타입으로 여기는 서구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어서 좀 불편함을 느낄 법 합니다. 아마 그래서 무슬림이 80%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던햄은 아크메드와 함께 영국, 핀란드, 이스라엘 등 거의 전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아, 소르반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람말고 머리에 두른 저것 말입니다. 인도인들이 쓰는 터번과 비슷한 형태도 있지만 대개는 저런 형태입니다. 아크메드가 전직 자..
국뽕 성인지감수성 문제가 제기될 지도 모르지만 내가 남자라서 스스로 가장 와닿는 예를 들어 봅니다. 어떤 여자가 가장 바람직하냐는 사지선다형 문항입니다. 1. 예쁜데 자기가 예쁜 걸 모르는 여자 2. 예쁘면서 자기가 예쁜 것도 알지만 내색하지 않는 여자 3. 예쁘면서 자기 예쁜 것도 알아 예쁜만큼 나대는 여자 4. 예쁜 것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인 여자 당연히 1번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2번까지도 오케이. 3번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받을 수 있지만 4번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좀 위험한 타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여자들 판단은 다를 지도 모릅니다. 이 얘기를 꺼낸 건 여성품평을 하려는 게 아니라 요즘 쏟아지고 있는 국뽕 이슈들이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소풍 우리 아이들 어릴 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인도네시아에서 별로 놀러 다닌 적이 없어 혹시라도 주말을 끼고 싱가포르에 가게 되면 유명한 유원지들을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바쁜 아이들 쉴 시간 뺏는 것도 그렇고 유원지 입장료가 인도네시아 물가에 비해서는 잘 상상이 안갈 정도로 비싸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위 알렉스가 아직 딸 지현이랑 사귀던 당시 나랑 아내에게 엄청 비싼 서커스 표를 사줬던 일도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선 뭔가 하려면 비용이 장난 아닙니다. 아마 서울도 그렇겠죠? 그래서 어쩌면 대리만족인지 몰라도 차차와 마르셀과 함께 틈나는 대로 여가를 즐기고 싶었지만 기본적으로 내 시간을 내기 어려워 그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 자카르타와 반둥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
자카르타포스트 인도네시아에서 몇 안되는 영자신문 중 그나마 판매부수가 가장 많은 자카르타포스트(Jakarta Post)를 내가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현장에서 배운 인도네시아어보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우고 전공까지 한 영어가 좀 더 편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분석기사들의 깊이와 사설, 논설의 비판정신이 다른 신문들에 비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선 모회사인 꼼빠스-그라메디아 그룹의 메인 신문인 꼼빠스(Kompas)와도 사뭇 다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영자지 특성상 대부분의 기자나 논설위원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이고 유려한 영어를 익히면서 동시에 해당국가 문화와 가치관에도 어느 정도 동화되어 사안을 보는 시각이나 표현하는 방식이 오로지 인도네시아적 시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