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206

나투나 해역에 나타난 괴물급 토네이도

바람 '돌개바람'이라 하면 단어 어딘가에 귀여움이 묻어나고 회오리바람 쯤 되면 동네에서 쓰레기를 휘감아 올리는 정도의 바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 에 나오는 괴물급 돌개바람을 '돌풍' 정도로 표현하는 게 과연 적당할까 미심쩍은 생각이 됩니다. 인도네시아 말로로 앙인 또빤(Angin topan) 보다는 뿌띵 블리웅(Puting Beliung) 정도로 표햔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외국어라 어감이 딱 와닿진 않습니다. 미국이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돌풍이 인도네시아에서 관측되었다는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경주에서도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지진이 일어났던 것처럼 돌풍같은 자연현상이 어느 특정 국가의 전유물일 리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

절대 역지사지가 안되는 부분

도발 늘 느끼던 거지만 북한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는 왜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고 우리 도산 안창호함에서 수중발사실험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은 민족의 쾌거일까요? 북한이 부대를 전진배치하고 해안포나 고사포 방향만 바꿔 놓아도 왜 그건 심각한 대남도발이고 매년 몇 차례씩 북한을 식겁하게 만드는 한미 군사훈련은 절대 빼먹어서도 안되고완화해서도 안되는 '예정된 방어훈련'일 뿐일까요? 옛날 같으면 잡혀갈 얘기지만 같은 잣대로 바라본다면 서로 입장이 이해되지 않을까요? 2021. 9. 13.

비를 대하는 마음

우기(雨期) 인도네시아의 Musim Kemarau(건기)는 3월-8월, Musim Hujan(우기)는 9월-이듬해 2월 정도라고 배웠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부임했던 1995년엔 정말 그런 것 같았는데 21세기에 들어선 후에는 그런 구분이 엉망진창이 되어 우기가 11월쯤 시작하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건기에도 심심찮게 폭우가 내리더니 백신도 혼자 못맞는다 하여 그거 도와주러 나간 9월 7일 지난 화요일 오전 남부 자카르타에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백신접종이 이루어지던 RSUD Mampang Prapatan 즉 맘빵 사거리 지역병원은 말하자면 지역 보건소 바로 윗 단계 정도의 병원인데 이미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행정적으로 절차나 방식이 별로 3개월 전 1차 접종 때와 별반 ..

젊은 여자들을 속이는 페이스북 악당들

페이스북 아이들은 평소에 누군가 보호자가 같이 있어줘야 하는 게 맞고 서양에선 그래서 부모가 외출할 때 옆집 처자를 베이비시터로 알바를 시키기도 하지만 메이네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차가 중학생이 되던 몇 년 전부터 메이가 출근할 때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 오후 2시쯤 학교가 끝나면 돌아오는 건 자기들이 알아서 온라인 택시를 불러 타고 와야 했습니다. 그 전엔 차차 남동생 마르셀이 태어날 때부터 7년쯤 메이네 집안 일을 거들었던 당찬 아르니가 오토바이를 몰고 아이들 등하교를 시켰지만 시집간다고 고향인 중부자바 빠티(Pati)로 돌아간 후엔 한동안 마알(Maal)이라는 예쁘장한 스무살 짜리 처녀가 아이들을 봐주기도 했고 시간이 되면 내가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곤 했지만 매일 그..

마나도(Manado) 음식의 특징

다부다부(Dabu-dabu) 지난 7월 초 인도네시아에 강력한 이동제한이 걸리면서 몰들이 모두 문을 닫을 때 함께 문을 닫았던 내 단골 시내 앰베서더몰 5층 식당가의 마나도 음식점도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음식 가짓수나 다양성은 좀 줄어든 것 같지만 요즘같은 시절 다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부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담아서 먹는 식이고 보통 3만-5만 루피아 정도지만 밥+고기1+야채2 세트로 보통 3만5000(약 3천원)루피아 정도가 보통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고기를 기준해 좀 더 세분해서 고기가 생선이면 3만 루피아, 닭은 3만5000천, 생선알과 돼지고기는 4만 루피아로 파는 곳이 많더군요. 저 위 그림에서 윗쪽 요리들이 주로 생선과 닭고기, 아래쪽이 각종 돼지고기와 야채들입니다. ..

두꾼이 <방법: 재차의>의 저주를 구현할 수 있을까?

방법(謗法) tvN에서 2020년 상반기에 방송되었던 은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 또는 머리칼만 가지고 특정 상대에게 장거리에서 저주를 걸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주술을 재미있는 스토리에 실어 소개합니다. '방법'이란 건 일종의 저주술입니다. 그런 주술적 상식없이 보면 방법은 일종의 초능력과 같습니다. 하지만 주술은 기본적으로 '신'을 매개체로 쓰는 것이고 그 신이란 애니미즘, 힌두교, 불교, 샤머니즘이 온통 연결된 세계관 속의 이름있는 신이나 악마일 수도 있고 그저그런 잡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신들은 제사를 좋아하고 제물을 당연시하죠. 그래서 서양의 마녀들이나 인도네시아의 두꾼들은 짐승이든 사람이든 생명과 피를 제물로 요구하고 몸주를 모신 무당들은 천기를 누설하며 자기 명을 갉아먹는 겁니다...

내 젊음을 지배했던...

OFF COUESE 번역하자면 '길을 벗어나서', '궤도를 떠나서' 정도의 뜻으로 풀이될 이 영어는 일본의 오래된 밴드 이름입니다. 'オフコ-ス'라고 쓰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Of Course' 라 이해하고 '그룹이름이 '그렇고말고'라니....'라고 꽤 오래동안 이상하게 생각했더랬습니다. 노래방이나 카라오케를 자주 드나든 사람이라면 고음으로 '사요나라'를 외치는 긴 일본 노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부른 친구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95tN57bvQ 이젠 모두 끝이야. 네가 점점 작게만 보여 난, 나도 모르게 널 껴안고 싶어져. 이렇게 시작하는 '사요나라'는 감성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로 내 인생노래였고 아직도 카라오케를 다니던 40대 후반까지도 ..

무슬림 장례규범도 무너뜨린 코로나 사태

매장 원래 무슬림 장례법은 고인이 사망한 당일 해가 지기 전에 매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무슬림 규례에 따라 광목천을 두르고 끈으로 묶어 뽀쫑(Pocong)이라는 형태로 염을 하고서 우리로 치면 간이 상여 역할인 끄란다(Keranda)에 고인을 넣은 관을 싣고 묘지로 옮겨가 관을 연 후 시신을 관 없이 무덤에 내려 매장합니다. 관 없이 매장하기 때문에 끄란다로 옮길 떄에도 관 없이 시신만 옮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때 뽀쫑을 묶은 딸리뽀쫑이라는 끈을 풀어주고 얼굴부분을 천을 열어 얼굴이 드러나게 한 후 그 위에 흙을 뿌려 매장합니다. 이 사진은 영화 포스터인데 이런 식으로 매장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는 이런 무슬림 장례법까지 모두 바꾸었습니다. 요즘은 방호복을 입은 묘지 노동자..

'영'은 신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심어 놓은 데이터값

영혼의 시체 인도네시아 귀신들 공부를 하다 보면 가장 확실하게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아는 귀신들 대부분이 '사람이 죽어서 된 원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건 한국귀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민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귀신과 마물들이 요즘 한국사회엔 거의 출몰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꽤 많습니다. 인도네시아이 전국구 메이저 귀신들을 꼽으라면 투톱 스트라이커인 꾼띨아낙(출산-임신 중 죽은 여인의 원귀), 뽀쫑(무슬림 장례법에 따라 염하여 천으로 둘러 싼 미이라 닮은 귀신)이 죽은 자의 원귀라는 심증이 깊지만 나머지 건드루워(산 속에 사는 무시무시한 색귀), 뚜율(이기 도둑귀신), 웨웨곰벨(아기 납치해 키우는 귀신), 즐랑꿍(초혼술에 사용되는 인형 또는 그렇게 불러들인 귀신) 등은 아무래도 죽..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던 사람

영웅 https://www.youtube.com/watch?v=ru0PmaWoHxM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D.P라는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난 아직 그 본편을 보지 못했지만 유뷰브에 공개된 공식 트레일러와 리뷰 영상들만 보고서도 적잖은 공감을 느꼇습니다 내가 1980년대에 느꼈던 군대와 2020년대의 군대가 그 40년의 간극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가장 폭력적인 집단이란 것입니다. 당연히 총칼을 겨눠야 할 '적'에게 폭력적인게 아니라 오히려 유사시엔 내 등을 맡겨야 할 내부 구성원들에게 말입니다. 물론 그래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전투 중 적군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에게 총맞아 죽은 장교, 분대장, 선임병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라 들었습니다. 난 1사단에서 소대장 생활을 했으니 D.P(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