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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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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일은 대한민국 ROTC가 창설된지 60주년 되는 날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입단한 친구들이 60기란 얘기죠. 요즘 인도네시아에 50기수대 친구들이 취업해서 들어오던데 그럴 그 친구들이 벌써 30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1기 선배들은 모두 최소 80대에 들어섰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세월 빨라요. 다들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ROTC를 시작할 당시 직업군인이 되겠다는 동기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60명 중 10명 정도가 군에 남았고 그 중 한 명이 소장 계급까지 오른 후 작년에 전역했습니다. 사실 장기복무를 택한 동기들 중 자신이 어떤 식으로 군복을 벗게 될지 나름 희망찬 기대를 했을지언정, 현실적으로 짐작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먼 미래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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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인맥 만들기입니다. 하긴 내가 뭔들 잘하겠어요. 인맥을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가 아는 사람들, 어릴 적 친구들이 사회 각처 요직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그게 여의치 않은 건 걔 인생은 걔 것이기 때문이죠. 개중 군에서 별을 달기도 하고 대기업에서 고위 임원까지 된 친구들도 있지만 이제 모두 퇴역, 퇴직했으니 있던 인맥도 다 없어졌습니다. 원래 원 모습의 친구들만 남았습니다. 그거라도 어딥니까? 인맥이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중립적인 단어였지만 어느새 '힘있는 누군가의 힘을 빌어쓸 수 있는 관계'라는 뜻으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살면서 자기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 부통령,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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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 이런 질문을 오랫동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신호를 기다리며 뭔가 벌어지면 그걸 내가 했던 기도, 내가 던졌던 질문에 맞춰 해석해 보려 했다. 그런 짓을 50년쯤 하다 보니 대략 대답이 들린 것 같다. 하나님은 특별히 우리들한테 원하는 게 없다. 좀 더 분명히 말하자면 하나님, 신, 또는 창조주, 우주의 섭리 등으로 불리우는 미지의 존재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그가 우리에게 뭔가 원하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바램과는 그 방향과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사람과 원숭이가 같은 조상에게서 갈려나왔다고 해서 그 생각이나 용건이 같지 않은 건 종이 틀려서 그렇다. 사람과 고양이의 용건이 다르고 사람과 박테리아의 생각 다르다. 그러니 완전히 다른 종인 사람과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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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번역하는 이유는 그게 영화나 출판에 대한 거라면 나중에 영진위, 출판진흥원 보고서에 넣기 위한 기초자료 처리라는 측면이 강하고 일반 기사들일 경우는 주로 아시아투데이에 보낼 만한 내용이라 판단한 것들이다. 그러기 위해 정밀하게 번역한 후 원고지 7매 전후로 대폭 다듬어 줄이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굳이 번역하지 않고도 내용을 발췌해 바로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꼭 그렇게 어딘가에 사용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나면 흥미로운 기사들은 그 내용을 분명히 알기 위해 제대로 번역해보기도 하는데 그 결과물은 노력한 게 아까우니 내용을 파악한 걸로 그치지 않고 블로그에 올리거나 자카르타 경제신문 밴드에 출처를 포함해 올려 놓곤 한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다같이 알자는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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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두 시간 정도 이어진 줌미팅이 아내 눈에는 고깝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았다면 줌미팅 참석자들 중 남자도 있는 걸 알았겠지만 문 밖에서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보다는 고음의 여자 목소리만 더 잘 들렸을 겁니다. 그게 심사가 뒤틀린 이유였겠죠. 싱가포르의 아이들에겐 '너희 아빠 다른 아줌마들이랑 희희락락 잘 놀고 있다' 이런 카톡을 보낼 정도로요. 남편이 여자들과 이야기하거나 바라보는 건 그게 어떤 이유이든 아내에게 용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리라 봅니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있으면서 함께 오래 일을 해온 릴리와 메이, 그 가족들을 내가 내 가족처럼 여기는 것을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친구들이랑 함께 했던 일들이 결과적으로 상당한 금전적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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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월장과 세바시 인생질문 몇 개월 전에 '인도네시아 이야기 글/토론'이란 밴드에 초청받아 들어갔는데 거기서 매일 글을 쓰는 일치월장이란 방장에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매일 일정량의 글을 일정 함량 내지 수준을 맞춰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걸 해내는 사람이 인도네시아에 있었습니다. 글도 부드럽고 내용도 따뜻하고...... 모범적인 글쓰기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세바시 인생질문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려 할 때 한 번 해볼 엄두가 생겼습니다. 매일 뭔가 쓰고 번역을 하지만 에세이를 매일 쓴 적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지난 5월 25일 100편을 마무리 지으면서 한편으로 속시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감개무량함을 느꼈습니다. 목표한 바를 초심대로 끝마치고 나면 꽤 괜찮은 기분이 듭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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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추진을 위해 신설된 영화진흥위원회 아세안 지역 주재원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생계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일을 돕는 회사가 있지만 요즘같은 시절, 내 나이 쯤 되면 누군가에게 월급받는 자리는 당장 내일 날아가 버려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명색이 작가이니 결국 원고와 관련된 수입만이 스스로 통제가능한 범위 안에 든다고 하겠다. 책을 내는 일이 우선이어야 하지만 사실상 책을 출간해 인세수입을 기대하는 것은 하세월의 일이다. 언론사 통신원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올해는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우선 무슨 말을 하는지 말귀를 좀 알아들을 것 같다. 언론사 기자들이 통신원들에게 하는 말들은 단어나 숙어 모두 기자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어서 무슨 말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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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에 태어난 오렌지색 무늬 고양이들도 이제 눈을 뜨고 꼬물꼬물 방바닥을 돌아다면서 3월 18일 태어난 삼촌뻘 까망 고양이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산 꾸르마를 가져다 주려 들렀는데 이 집에 가면 지뢰지대에 들어선 것처럼 바닥에서 꼬물꼬물 쫄래쫄래 돌아다니는 쬐끄만 고양이들을 밟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합니다. 까망이들은 모두 차차가 한달 넘게 우유를 먹여 키운 애들인데 요즘은 오렌지 어미 고양이 젖꼭지에 온통 상처가 나서 오렌지 새끼들도 우유를 먹입니다. 어미 고양이가 젖을 물리면 몸서리를 치며 아픈 소리를 내거든요. 그래도 모성애가 강해 새끼들을 내치지 않으니 오히려 더욱 안쓰럽습니다. 2021.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