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포트폴리오 재정비 본문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추진을 위해 신설된 영화진흥위원회 아세안 지역 주재원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생계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일을 돕는 회사가 있지만 요즘같은 시절, 내 나이 쯤 되면 누군가에게 월급받는 자리는 당장 내일 날아가 버려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명색이 작가이니 결국 원고와 관련된 수입만이 스스로 통제가능한 범위 안에 든다고 하겠다.
책을 내는 일이 우선이어야 하지만 사실상 책을 출간해 인세수입을 기대하는 것은 하세월의 일이다.
언론사 통신원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올해는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우선 무슨 말을 하는지 말귀를 좀 알아들을 것 같다. 언론사 기자들이 통신원들에게 하는 말들은 단어나 숙어 모두 기자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어서 무슨 말인지 감은 잡히지만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걸 친절히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다. 아시아투데이에서 하는 말을 알아듣는 데에 2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못알아듣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출처를 표시해 달라'는 말에 난 그간 내내 '출처: 일간꼼빠스' 이런 식으로 적어 주었지만 그런 뜻이 아니란 걸 2년 만에, 오늘 알았다. 내 이해력이 부족한 것일까?
아무튼 기사를 다루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아시아투데이에서 말한 '호흡이 긴 기사를 써달라'는 말에 조금 고무된 것도 사실이다.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던 '호흡이 긴 기사'라는 말은 오늘 기사를 쓰지만 내일 또는 내주에 지면에 올라가도 늦은 것 같지 않은 기사라는 뜻이다. 속보들은 정식 언론 특파원들 또는 해당 현지기사들을 접하는 본사 기자들이 당일 따라 잡으니 역량이나 경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통신원들은 속보보다는 현지에서 진행되는 지속적인 문제 또는 문화에 대한 기사를 쓰라는 얘기다. 나 역시 자카르타에 나와 있는 연합뉴스나 한국일보 기자들을 따라 잡을 거라곤 생각지도 않는다.
어차피 인도네시아에서 살기 위해 현지 뉴스 헤드라인을 섭렵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물론 그런 거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어차피 헤드라인들을 둘러 보면 두 특파원들이 다루지 않는 재미있는 기사들을 얼마든지 접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아시아투데이나 오피니언뉴스를 위해 정리해 보기로 했다. 품이 많이 드는 이 작업 중 현지기사를 추려 번역하는 작업을 '품'으로 보지 않기로 한 거다. 그러니 조금 몸이 가벼워졌다.
그래서 이런 매체들과 좀 더 일을 해 볼 생각이다.
202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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