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일반 칼럼 228

정부와 해외 기업 사이 싸움에 볼모가 된 자국 유저들

인도네시아 사이버 정책에 굴복한 온라인 플랫폼들 인도네시아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들에 대한 과세방침을 정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하지만 현지 지점을 내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플랫폼들에게 법인세나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선례가 없어 국제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 초창기에 방역비용으로 국고가 빠르게 줄어들자 인도네시아는 우선 쉬운 길을 택했다. 2020년 7월부터 국제 플랫폼 기업들에게 인도네시아 온라인망에서 거래되는 재화와 용역에 부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2021년 말까지 넷플릭스, 구글, 스포티파이, 틱톡 등 74개 해외 업체들로부터 4조6,347억 루피아(약 3,985억 원)를 원천징수했는데 연도별로는 2020년..

일반 칼럼 2022.09.08

주지사들에게 유례없이 힘들 2024 대선

아니스가 가야할 길 다양한 여론조사기관들이 매번 대선 당선가능성 조사결과를 내놓을 때마다 쁘라보워 수비얀토 그린드라당 총재와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 세 명이 늘 상위권을 형성하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별로 서로를 경계하지 않는 듯하다. 처한 입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간자르 주지사는 여론조사기관이나 조사방식에 따라 쁘라보워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가 속한 투쟁민주당에서는 당총재 메가와티의 딸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지명하려는 추세여서 당내 엘리트들로서는 간자르가 지지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제압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간자르가 탈당하고 다른 당의 대선주자가 되려 하면 배신자란 꼬리표가 붙으면..

일반 칼럼 2022.08.23

2024년 인도네시아 총선 정당등록에 즈음하여

정당의 대선판 입장권과 대선후보 영입의 상관관계 조코위 대통령이 8월 7일(일) 솔로에서 ‘차없는 날’을 맞아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 에릭 토히르 국영기업부 장관과 함께 걷기 행사를 했다. 그런데 주목받아 마땅한 세 사람의 행보보다 당시 시민을 구타한 대통령 경호부대원을 추궁하던 대통령 장남 기브란 솔로 시장이 화를 내며 해당 군인의 마스크를 잡아채던 장면이 속시원하다는 시각과 무례하다는 의견이 맞부딪히며 관련기사와 논란을 양산했다. 하지만 정작 투쟁민주당(PDIP)은 솔로의 걷기 행사가 간자르 주지사와 에릭 토히르를 장관을 러닝메이트로 묶어주려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의향이 담긴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을 굳이 부인하고 일축하려 애를 썼다. 대통령의 걷기는 그저 건강한 일상일 뿐이고 202..

일반 칼럼 2022.08.15

2024년 인도네시아 대선 관전포인트 (두 번째)

2024년 인도네시아 대선 관전포인트 8월이 시작되면서 총선을 18개월 앞두고 2주 간의 정당등록이 시작되었고 투쟁민주당(PDIP)이 가장 먼저 등록을 마쳤다. 2024년 총선은 그해 2월에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각 정당들로서는 의회에 진출하거나 의석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겠지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겐 당연히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누가 될지가 최고의 관심사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한 세트로 뽑는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무소속 출마를 금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는 반드시 정당 소속으로 나와야 한다. 규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통령 후보를 내기 위해 각 정당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정당과 연대하여, 직전 총선 결과 의석 점유율 20%, 전국 득표율 25%를 넘겨야 한다. 즉 같은 조건을 한국의 지난..

일반 칼럼 2022.08.08

보로부두르 사원 입장료 인상 해프닝

보로부두르 사원 입장료 파격 인상 해프닝 중부 자바의 족자와 스마랑 사이 마글랑(Magelang) 지역에 위치한 보로부두르 사원(Candi Borobudur)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8-9세기 사일렌드라 왕조 시대에 건축된 이 사원은 가로 세로 각각 123미터에 높이 42미터로 아래쪽 사각형 플랫폼 6개 층과 위쪽 원형 플랫폼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처의 일생을 주된 테마로 한 2,672개의 부조와 504개의 불상들이 설치되어 있다. 정글 속 흙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보로부두르 사원이 발견된 것은 19세기 초였는데 사원은 반파되어 거의 무너진 상태였고 많은 불상들 목이 잘려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이슬람이 전파되고 술탄국들이 힌두불교왕국을 자바섬에서 몰아내던 14세기경부터 방치된 ..

일반 칼럼 2022.06.24

2024 인도네시아 대선 관전포인트

인도네시아 2024 대선 시동 2022년 5월 14일(토) 인도네시아 정부, 국회, 선관위가 2024년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대선 법정 유세기간을 75일로 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이전엔 90일이었는데 상당히 축소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이 있냐 싶습니다. 아직 대선을 2년 가까이 앞둔 지금, 아니 이미 1년쯤 전부터 2024 대선을 위한 유사 선거운동이 시작되어 전국에 민주투쟁당 여제 메가와띠 전대통령의 장녀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과 골카르당 총재 겸 현 정부 경제조정장관인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의 얼굴을 담은 대형 입간판들과 옥외광고판들이 전국에 세워지고 있었으니까요. 최근에는 PKB당 무하이민 이스칸다르 총재의 옥외광고판들도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격렬한 선거전이 이미 시작된 셈이고..

일반 칼럼 2022.05.22

[신문과 방송]대놓고 말하지 않는 끄자웬(Kejawen) 문화

대놓고 말하지 않는 끄자웬(Kejawen) 문화 현대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신세계를 논하자면 전체 인구의 87%가 가지고 있는 이슬람 신앙과 공화국 건국이념인 빤짜실라(Pancasilla) 같은 것을 들 수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저변에 깊고 넓게 깔린 끄자웬(Kejawen) 문화를 우선 이해해야 한다. 끄자웬이란 어원상 ‘가장 자바적(Java的)인 것'이란 뜻인데 요컨대 자바섬에 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과 생활철학이다. 당연히 신비주의적 토속신앙도 포함된다. 그래서 정통 이슬람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모습들이 도처에서 발견되곤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에서도 왕실의 권위를 인정하는 중부자바의 족자 술탄국, 즉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곳이 자바섬 남쪽 바다..

일반 칼럼 2022.04.28

양심적 병역거부자 지뢰지대 투입

2005년 5월 중앙일보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병역거부자들을 지뢰지대에 쳐넣고 지뢰제거작업을 시키자는 이 글의 논리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지뢰제거나 폭발물제거는 고도의 집중력과 경험을 요하는 것이고 당연히 철저한 교육과 해당장비를 위한 예산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미확인지뢰지대의 위치상 해당업무는 군부대에 일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20개월 병역의무를 지뢰제거작업으로 대체하자는 발상은 특정부류의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어 '사회적 지뢰제거작업"을 하자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지뢰제거도 필요한 일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기피 올무를 벗겨주려는 시도도 바람직하지만 이런 식으로 둘을 엮는 것은 위험천만하고 무책임한 사고입니다. 온갖 사고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기업인 정치가들은..

일반 칼럼 2021.12.22

무니르 독살 사건 해결 안되는 이유

인도네시아의 엘리트 정치가문들 2021년 4월 북부 수마트라의 대도시 메단(Medan)에서 시장의 과도한 경비지출에 대해 취자하려고 시청에 진을 치고 있던 메단 트리뷴 등 여러 매체 기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퇴거당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성난 기자들이 시청 앞에서 한동안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일이 있었다. 기자들을 시청에서 몰아낼 때 비단 경찰만 동원된 것이 아니라 시청 소속 도시관리국 경찰단(Satpol PP)과 대통령 경호부대 빠스빰쁘레스(Paspampres)도 힘을 보탰다. 이 사건에 뜬금없이 대통령 경호부대가 등장한 이유는 메단 시장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사위인 무하마드 보비 아피프 나수티온(Muhamad Bobby Afif Nasution-이하 보비)이었기..

일반 칼럼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