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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야당 대표 살인미수사건 음모론

beautician 2024. 1. 19. 09:57

 

작가라는 직업은 실제 사건이나 경험을 토대로 하거나 아예 완전한 상상을 통해 독자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핵심입니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처럼 하는 사람.

즉 타고난 거짓말장이란 뜻입니다.

물론 사회적 물의를 빚는 방향이 아니라 순기능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한 사기꾼. 그게 작가입니다.

 

그래서 사기꾼이 사기꾼을 단번에 알아보듯 어떤 기묘한 사건 또는 사건 배경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을 보면 작가의 사기꾼 회로가 핑핑 돌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아니지만 그런 사기꾼 회로를 공익을 위해 돌리는 사람들이 경찰 프로파일러들이죠. 작가도 그 비슷한 인간들입니다.

 

이번 민주당 당대표를 대상으로 한 습격 및 살인미수사건의 진행상황을 보면 이상해 보이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거기에 '하필', '무려', '공교롭게도' 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것들은 대략 이런 겁니다.

 

1. 범인이 공교롭게도 오랜 국민의힘 당원이었고 월간조선을 수십 년 구독한 열혈 극보수 태극기부대원이었다.

 

2. 그런데 그가 갑자기 1년 전부터, 그러니까 하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가까스로 이재명을 누르고 당선된 직후 조선일보를 끊고 민주당에 가입하고 범행을 위한 칼을 샀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말한 '법으로, 펜으로, 칼로'라는 그를 죽이려 했던 모든 방편이 사실을 그때 이미 기획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3. 하필이면 팔팔하지만 전통적 관점에서 노인으로 분류되는 60대가 범행을 저질렀다.

 

4.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겠지만 하필이면 범인을 칼로 목을 찌르겠다고 같은 동작을 오래동안 연습했다. 그는 전문 싸움꾼이나 히트맨이 아니었으니 상황에 따라 살해방식을 순발력있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한 한 가지 살인방법만을 연마하고 그 방법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공격을 감행했다.

 

5. 하필이면 그는 범행에 맞는 칼을 산 것이 아니라 특정 칼을 사 없는 날을 만들어 세우고 손잡이를 바꾸는 작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칼을 손에 익혔다. 이건 검거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칼의 출처를 감추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6. 이재명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간지 15분 만에 물청소가 시작되어 범행흔적이 지워졌다. 그것은 이재명 대표가 아직 현장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을 때 현장을 치우라는 지시나 결정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그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즉 죽을 지 살 지 조차 아직 알 수 없을 때 경찰이 나서 물청소하여 현장 증거들을 인멸했다.

 

7. 사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총리실 산하 대태러 상황실은 열상, 경상, 출혈 적음 등의 잘못된 정보를 공개적으로 내보내 종이칼, 나무젓가락 공격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빌미를 제공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측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온라인 여론 추세를 만들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

 

8. 이재명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되자 극우 측에서는 헬기 사용이 특혜였다거나 부산의 의료수준을 무시한 거라는 얘기들이 봇물처럼 터졌다. 마치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수술받았어야만 했다는 것처럼. 왜 그들은 부산을 고집했을까? 부산에서 수술받았으면 이재명 대표는 살아남았을까?

 

9. 살인미수사건의 현장상황이 유튜브로 알려지고 이재명 대표가 살아날 것이 확실해지자 경찰은 범인의 신원, 배경 등을 모두 비공개하기로 하고 그 비공개 사유도 비공개하겠다고 발표한다. 공개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길래?

 

 
이재명 대표 살인미수 현장을 병원 이송 15분 만에 물청소하며 증거인멸하는 경찰
 

이런 상황들을 곱씹어 보면서 몇 가지 전제를 붙이면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이해됩니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 음모론이 시작됩니다.

 

1. 범인이 이재명 대표의 목을 찌른 시점에 이미 이재명 대표가 죽을 것이라고 확신한 세력이 있다. 어쩌면 그 세력이 범인의 배후이거나 그를 가스라이팅하여 세뇌한 측일 것이다.

 

2. 그 세력은 이재명이 죽어 더 이상 현 정권에 위협이 되지 않길 원하지만 이재명이 죽어도 꼭 피하고 싶은 일들이 있는데 그건,

 

1) 이재명이 한국 정치사에 김구 선생, 여운영 선생처럼 암살당한 정치인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 - 이건 총선에서 망하는 길

 

2) 그가 죽으면 그가 피습당한 현장이 민주 진영의 성지가 되는 것 - 그러니 빨리 현장의 혈흔 등 모든 흔적을 없애버려야 했겠지. 이재명 대표가 실려간 지 15분 만에 물청소했다는 것은 그가 이송 도중 또는 병원에서 사망할 것이라 우려하거나 확신했다는 반증. 사람들이 총선기간 내내 이재명 성지로 찾아 온다면 배후 세력에겐 총선에, 특히 영남지역 선거결과에 큰 악재가 되었을 터.

 

3) 그렇다고 해서 자기들이 배후로 지목받는 것 -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범인 단독범행으로 결정되거나 가장 좋은 것은 알고보니 범인이 민주당원이어서 국민의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나오는 것. 그러니 범인을 미리 민주당에 입당시키고 이전 행적들을 지우려 했던 것. 하지만 범인의 사전 언행까지는 막지 못한 것이 패착.

 

4) 죽어야 할 이재명이 명의를 만나 되살아나는 것 - 범인 측이 상정한 상황은 현장에서 이재명이 경동맥 출혈로 사망하거나 병원에 이송되어도 손쓸 방법이 없어야 하는 것. 하지만 이런 사건을 기획한 세력이 있다면 1차원적으로 현장에서 모든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했을 것. 그래서 가덕도에서 중상을 입은 이재명 대표가 어느 병원으로 옮겨질 정도는 미리 계산에 넣고 병원에서 확실하게 목숨을 끊어 놓을 방법을 마련했을 것이다(부산병원 의사들을 매수했다는 의미가 아님). 그러니 갑자기 이재명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 병원으로 날아가 버리자 미리 준비한 수를 쓸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니 아쉬운 마음에 길길이 날뛰며 그가 부산에서 치료받았어야 했다고 악을 쓰는 것이리라.

 

3. 그럼 여기서 제일 이상한 것은 배후세력이 이재명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왜 병원으로 이송되는 시점에 그의 부상이 1cm 열상, 출혈 적고 경상이라며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려 했을까? - 이건 이송 도중 또는 병원에 도착한 이재명이 결국 사망했을 때 그 직접적 원인이 현장에서 공격한 살인미수범 때문이 아니라 그 이후 과정에서 벌어진 모종의 다른 사건이나 실수로 돌리려 했던 것 같다. 즉 이재명은 암살범에 의해 살해된 정치적 순교자가 아니라 이송 도중 의료진의 실수 또는 민주당 당직자의 잘못된 판단, 응급처치에서 발생한 문제 등의 이유로 '사고사'한 것이고 그 죽음의 책임은 민주당이나 119 구조대원 또는 부산대 병원에 있다고 돌리려 했던 것 아닐까? 현장에서 경상 입은 야당 대표, 병원 도착한 후 의문사....뭐 이런 식으로.

 

4. 그런데 결국 이재명 대표가 살아났네? 그러니 이제부터 배후세력이 해야 하는 일은 급히 꼬리를 자르는 것. 즉 위의 2번 3)항을 최대한으로 작동시키는 것이었겠지. 그러나 아마 그게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어서 모든 게 백일 하에 드러날 것 같으니 일단 범인 신원과 배경, 당적은 모두 비공개, 비공개사유도 비공개라는 막무가내 방법을 써서 시간을 버는 중. 범인은 범인대로 배후의 의도를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는지 변명문이란 걸 남겨 범행의도와 배경을 써두었네. 이거 절대 공개할 수 없는 거지.

 

5. 하지만 나중에 언젠가 범인이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내거나 공판장에 나올 텐데 그땐 모든 세뇌가 끝나고 입까지 다 맞춘 상태일 것.

 

 
이재명 대표 살인미수범 신상공개하는 서영교 의원

 

작가가 보기엔 대략 이럴 것이라고 머리 속 회로가 돌아가며 결과값을 출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배후가 있다면 그게 누구인지, 어떤 세력인지는 공식적으로 알 수 없는 시점입니다.

아마도 경찰이나 현 정권의 의지로는 결코 밝혀내지 않을 것이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작가들의 음모론 회로는 오늘도 씽씽 돌아갑니다.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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