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일반 칼럼 228

믿음이란?

최근 인도네시아 교민신문 한인포스트에 실린 어떤 분의 에세이를 보고 든 소감입니다. 글을 쓰신 분이 믿음에 대한 깊은 숙고를 하고 이 글을 썼다고 믿지만 그 숙고의 방향과 깊이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글에서는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를 믿느냐, 어떻게 믿느냐. 믿음이 공동체에서 중요하다는 점에 초첨을 맞추고 있지만 그 믿음을 얻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관성을 통해 신용을 쌓는 것부터입니다. 신용이 없다면 믿음도 생기지 않는 것이죠. 몰룬 해당 에세이의 말미에 신용이란 단어가 잠시 언급되긴 합니다. 그런데 신용이란 믿음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심과 경계를 통해 시련을 받고 검증된 끝에 얻을 수 있는다는 사실은 사뭇 아이러니컬 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누군가, 무언가를 ..

일반 칼럼 2023.08.02

암바라와의 추모비

암바라와의 추모비 파행 연합뉴스에서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위안부 처소에 태평양 전쟁 희생자 추모공원 착공 "광복절 전까지 완공 목표…예산 부족에 사업진행 어려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가 지냈던 인도네시아 내 위안부 처소에 태평양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비와 추모 공원이 세워진다. 인도네시아 중부자바 한인회와 재인도네시아 한인회는 16일 인도네시아 중부자바주 스마랑 암바라와 지역에 '태평양 전쟁 희생자 추모비 및 추모 공원' 착공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일본군은 1942년 3월 인도네시아 자바섬을 점령했으며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식민 지배 시절 축조한 스마랑의 암바라와성을 점거, 포로수용소와 군부대 등으로 썼다. 또 암바라와성 문밖에 축..

일반 칼럼 2023.08.01

내가 침 뱉고 나온 바벨탑들

바벨탑 (전략) 여호와께서 인생들의 쌓는 성과 대를 보시려고 강림하였더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케 하셨음이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창세기 11장) 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이 고고학적, 역사적으로 실존했다는 자료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유력한 유적지 어딘가에 '여기 바벨탑 있었음'같은 고대인들의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 칼럼 2023.07.31

영이란 인간에게 기생하는 미지의 존재

영혼체백 사상 (concept) 예전부터 우리 선조, 아니지 동양철학에서 세상이 물, 바람, 불, 흙 등 네 개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것처럼 인간도 영(靈), 혼(魂), 체(體), 백(魄), 이렇게 네 개 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살아 있을 때 움직이던 하드웨어인 체는 스러지고 거기 담겨있던 영혼이 떠나고 백은 세상에 남아 점점 희미해지다가 언젠가 흩어지고 만다고 생각했다. 죽은 자의 형상을 하고 나타나 공기 중에 날 듯 움직이며 벽을 통과하는 유령이란 바로 그 백을 말하는 것이다. 체와 백에 대해선 그래서 대충 납득이 된다. 그런데 영혼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사실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체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니 충분히 조사해 이해할 수 있..

일반 칼럼 2023.07.28

요즘 발레파킹

발레파킹 발레파킹의 발레(valet)가 백조의 호수 그 발레(Ballet)와 전혀 다른 뜻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발레파킹(Valet parking)의 사전적 의미는 고객이 타고온 차량을 백화점,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담당 직원이 키를 받아 대신 주차해 주었다가 나중에 해당 고객이 떠날 때 차량을 고객 앞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간 자카르타에서도 발레파킹 서비스가 호텔에서는 일반적이었지만 레스토랑의 경우엔 자체 주차공간이 협소해 조금 거리가 먼 다른 곳에 주차해 두었다가 나중에 도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로 진화했다. 부득이한 상황을 발레파킹 서비스로 포장한 것인데 그 효능감과 만족도는 서비스를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매우 높았다. 전자의 오리지널 발레파킹의 경우가 온전히 손님 편의를..

일반 칼럼 2023.07.22

컴맹의 해변

컴맹의 해변 2014년 노트4가 고장난 후 새로 산 삼성 폰들이 GPS 신호와 인터넷 신호를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자카르타에서 산 보급형 갤럭시였는데 싸구려 부품을 써서 그런 것인지 이것저것 시원치 않아 외출할 때마다 애로사항이 속출했다. 비싼 갤럭시에선 그런 문제가 있다는 얘기 듣지 못했는데 보급형은 사는 족족 같은 문제가 있었으므로 아마도 메이커 측에서 보급형을 사는 이들은 네비게이션이나 인터넷을 하지 않는 부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보조폰 성격으로 산 것이 중국산 oppo였는데 가장 저가 폰을 샀는데도 gps와 인터넷이 빵빵 터졌다. 당연히 큰 도움이 되었으므로 중국 폰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나중엔 메인폰마저 oppo로(이번엔 두 번째 비싼 걸로) 바꾸었다. 요즘 핸드폰 몇 개씩 들고..

일반 칼럼 2023.07.17

나는 인도네시아 영화 ‘해부’ 전문

나는 인도네시아 영화 ‘해부’ 전문 신문에 난 영화평론을 자주 읽는 편이고 매불쇼 금요일판에 라이너, 최강희, 전찬일, 거의없다가 나오는 영화평론 코너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듣는 편이다. 그건 인도네시아 영화들 중 걸작들(취향상 대개 공포영화지만)를 나름 리뷰하거나 소개하는 입장이어서 평론가 흉내를 내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지만 역시 평론가들은 나름의 학력, 경력 등 배경을 갖춘 사람들이어서 나처럼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고 나름의 의견을 가진 정도로는 고매한 ‘평론가’의 반열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특히 얼마전 디즈니의 실사판에 대해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주인공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혹평하던 것을 보면서 영화의 가치가 ‘재미’에 있는 게 아니라 평론가들의 사상과 사고방식, 가치관에 크게 달려 있다는..

일반 칼럼 2023.07.01

욱일기의 또 다른 의미

피할 수 없으면 즐거야 할 품목: 욱일기 심리적 총독부인 현 정부에서 지난 5월 29일(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욱일기를 달고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는 것을 허용했다. 정신상태나 역사의식 같은 것 다 떠나서,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정부가 그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않기로 하자. 입 아프다. 현 정부가 저 욱일기에 대해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1. 예전 군국주의상징 욱일기와 닮았지만 잘 보면 다르게 생겼다. 2. 욱일기가 아니라 ‘햇살무늬’ 일본기다. 말하자면 ‘욱일기 우기기’인데 당국자들의 다양한 노력이 참 애처롭다. 현 정부의 친일적 성격상 저런 행태를 국가가 막아주길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부질없는 일일 듯하니 오히려 새로..

일반 칼럼 2023.06.04

중대범죄 온상이 된 인도네시아 무속과 주술

중대범죄 온상이 된 인도네시아 무속과 주술 1973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으며 그동안 정치, 사회, 경제 등 많은 부문에서 끊임없이 교류해왔다. 2억7,000만 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와 수많은 종족들이 살고 있는 만큼 방대하고도 풍부한 현지 문화는 깊고도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신들의 섬 발리의 화려한 문화행사와 몇몇 유명한 지방의 전통무용공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정도의 인도네시아 문화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인도네시아 문화의 한 부분으로 분류되어 마땅한 무속과 주술에 대해 국내에 소개한 경우는 그동안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2021년 7월 개봉한 영화 는 사뭇 이례적이었다. 미스터리한 살인사건 배후에 복수심을 품은 인도네시아 무..

일반 칼럼 2023.05.10

2024 인도네시아 대선 관전포인트 (II)

2024 대선 관전포인트 (두 번째) 오늘은 인도네시아의 2024년 대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젠가 어디선가 2024 대선포인트에 대해 한번 쓴 적이 있어 이건 2탄이 됩니다. 현지 정치 이야기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에겐 진입장벽이 좀 높은 편이어서 우선 몇 가지 사전지식이 필요합니다.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 전 자카르타 주지사와 쁘라보워 수비얀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두 차례 격돌해 두 번 다 조코위가 이겼던 것은 다들 기억하시죠? 그리고 쁘라보워는 매번 개표결과에 불복해 헌재에 이의신청을 넣었다가 기각당했고요. 여야 구도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지지는 재선임기에 들어서며 더욱 커져 2019년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한 9개 정당 중 민주당(Partai Demokrat-이하 ..

일반 칼럼 202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