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바람 쐬러 다녀온 센툴(Sentul)의 봉쇄상태 본문
두리안
오래 전 옛날 아직도 수마트라 오지를 여행하던 A, B, C 세 명이 당시 아직도 남아 있던 식인종들에게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족장은 마음이 넓은 분이었어요.
"우리가 아무나 잡아 먹고 그러지 않아. 시험에 통과하면 살려주지. 자, 이제부터 숲 속에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열 개씩 따 오거라."
숲 숙엔 과일들이 지천이었으므로 살 길이 열렸습니다. A가 제일 먼저 사과 열 알을 따서 돌아왔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험을 시작한다."
"에-? 이게 시험이 아니었나요?"
"그건 시험준비였지. 이제부터 가져온 과일을 똥꼬에 하나씩 집어 넣는데 표정이 변하거나 큰소리를 내면 당장 우리 저녁식사가 될 것이다!"
마침 부락 한 가운데에큰 커다란 솥이 걸려 물이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A는 사과 첫 알 시도에서 비명을 지르고 곧바로 솥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잠시 후 돌아온 B의 손엔 산딸기 열 개가 들려 있었습니다.족장은 A에게 한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고 B는 좀 겸연쩍어 하면서도 목숨이 걸린 일이니 한 개씩 차근차근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아홉 개까지 성공, 열 개째를 넣으려는 순간 B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고 곧바로 끓는 솥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A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에서 B를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습니다.
"아까부터 내가 다 보고 있었는데 충분히 성공할 뻔 했는데 왜 막판에 다 망쳐버린 거야? 도대체 왜 그런 거야?"
B는 아직까지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 거리면서 간신히 대답을 했습니다.
"그떄 C가 숲에서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띈 거야. 두리안을 열 통 들고 나오더라고..ㅋㅋ"
바로 그 두리안을 오늘 센툴(Sentul)로 차를 몰고 갔다가 길가에서 여섯 덩이를 사왔습니다. 수퍼마켓에서 파는 것들처럼 과육이 많은 종류가 아니라 씨만 커다란 하급 두리안이었지만 올해 처음 두리안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준봉쇄 조치 속의 자카르타에서 센툴까지 톨을 달려 왕복하는데 여전히 검문소는 어디에도 없었고 저녁 7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나와 8월 2일까지 긴급 사회활동제한조치 4단계를 연장한다고 하는데 결국 대부분의 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완화되는 겁니다. 분명한 완화임에도 불구, 왜 대통령은 '제재조치 연장'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요?
지금까지의 봉쇄는 길을 막아서 봉쇄가 아니라 갈 곳(동물원, 박물관, 몰, 식당, 공원 등)을 다 닫아서 봉쇄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센툴까지 갔던 나와 아내는 결국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바람을 쐰다'는 취제에 걸맞게 센툴 고지대 공기를 조금 들이마신 후 곧바로 자카르타로 돌아와야 했으니까요. 두리안은 계획에 없었던 수확이었고요.
식당과 가게들은 내일부터 문을 열게 될 모양이지만 몰은 문을 여는지, 회사들은 출근하게 되는지 등은 오늘 내일 사이 다른 장관들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내놓아야 알게 될 듯합니다.
202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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