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차단기의 이율배반

beautician 2021. 8. 7. 13:34

이동제한

 

 

현지인 동네 안에서 하숙집도 운영하고 있는 한인포털인 인도웹(www.indoweb.org)의 사무실로 가려는데 입구가 이렇게 막혀 있었습니다.

 

작년 3월 코로나가 처음 상륙한 후 몇 달 쯤 후인 6월 경 대규모 사회활동제제조치(PSBB)가 시행되자 한동안 저렇게 차단기가 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7월초 소규모 마을 단위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Mikro) 당시에 원래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검문소를 운용하여 코로나확산을 억제한다는 것이 원래 제도의 취지였지만 그때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열어놓았던 것이 720일 이후 정부가 규제완화를 시사하자 오히려 차단기를 내린 걸 보고 좀 어이없었습니다.

 

이때 느낀 건 두 가지였어요

 

1. 꼭 필요할 때 닫지 않고 이제 그럴 필요 없어질 때 닫는 모습이 회광반조(回光返照)를 닮았구나.

 

2. 그래도 차단시간을 자정에서 새벽 5시반까지라고 써 놓고서 낮에 닫아 놓으려면 저 표지판을 떼든지, 아니면 닫지 말던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느낀 건 그런 게 아무 상관없는 나라에서 내가 살고 있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난 저 차단기 앞에 차를 주차하고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사실 고급 주택단지에 차단기가 설치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지만 1998년 자카르타 폭동을 겪은 후 주택단지로 통하는 모든 통로애 차단기가 세워지고 심지어 주택단지 안 도로에도 철문들이 세워지는 등 폭도들이 쳐들어왔을 때를 위한 대책들이 세워진 바 있습니다.

 

일반 주택단지에 본격적으로 차단기가 설치된 것도 대략 그 당시의 일입니다. 하지만 대개는 사람이 오가는데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는데 팬데믹 시대에 들어서서부터 사용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폭도보다 바이러스가 더 두려운 시대입니다.

 

 

2021.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