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돋는 팔 영화 ‘고지전’(2011년, 장훈 감독, TPS컴파니)은 한국전쟁 막바지 참상과 전쟁 속 일그러진 인간군상을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역동적인 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흥행에서도 일정부분 성공한 이 영화는 그러나 그 강렬한 메시지와 여운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권에 의해 좌파영화로 낙인 찍혔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비록 그것이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허구이며 예술의 영역임이 분명했고 영화 전반에 반전 메시지가 흐르고 있었지만 류승룡 김옥빈 등이 멋지게 또는 안타깝게 연기한 일부 북한군들, 그리고 자기가 살기 위해 아군에게 기관총을 갈기고 무모한 명령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상관을 살해하는 국군 하사관들의 모습을, 그게 개연성이 있든 없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한없이 엄숙하고 자기만 한없이 잘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