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함카 7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후기

번역후기 처음엔 마라 루슬리(Marah Rusli)의 (1922)와 함카(Hamka)의 (1938) 사이에서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식민지 시대에 쓰여진 작품이고 공교롭게도 둘 다 독특한 전통과 관습을 가진 서부 수마트라 미낭까바우(Minangkabau)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거든요. 번역 후보작으로 최근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00년 가까이 된 소설들을 후보작에 넣은 것은 인도네시아 문학을 논할 때 비켜갈 수 없는, 현대소설 초창기의 기념비적 작품이란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중 결국 로 결정한 것은 함카라는 작가가 인도네시아 문화사는 물론 교육, 종교, 정치사에 있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그는 처음엔 언론인이자 작가였고 이후 이슬람 연합체 성격의 마슈미 당을 기..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5월 출간 예정

소설 에 대한 기본 정보 작가: 함카 출판년도: 1938년 ISBN: 978-979-418-055-6 (22쇄 기준) 은 함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압둘 말릭 까림 암룰라(Haji Abdul Malik Karim Amrullah)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미낭까바우에서 행해지는 전통과 관례(adat)의 문제와 사랑하는 한 커플이 출생배경의 차이로 인해 겪는 차별이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은 자신이 편집장으로 일하던 잡지 ‘뻐도만 마샤라깟’(Pedoman Masyarakat – 민중의 나침반)에 1938년 함카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소설이다. 함카는 이 소설을 통해 미낭까바우에서 행해지던 여러 관례들, 특히 강제결혼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문학비평가 바크리 시레가르(Bak..

부야 함카 (Buya Hamka) (3)

함카의 청년기 타지생활 말릭은 자주 혼자 먼 길을 떠나 미낭까바우의 여러 곳을 여행하곤 했다. 그가 워낙 자주 부모를 떠나 멀리 돌아다니자 아버지는 그에게 “먼 데 총각(Si Bujang Jauh)”이란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말릭은 15세가 되자 자바섬에 가고 싶었다. 그는 아버지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을 나섰다. 마닌자우의 할머니에게만 하직인사를 올렸을 뿐이다. 그는 마닌자우에서 할머니가 쥐어 준 여비를 들고 긴 여정에 올랐다. 육로를 통해 벙꿀루를 거쳐 그곳에 사는 어머니 가문 친척들에게 여비를 보태 달라고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도중에 말릭은 병에 걸리고 말았다. 벙꿀루에 도착하면서 말라리아에 걸리고 만 것이다. 그 와중에 천연두까지 걸리고 말았는데 말릭은 그런 상태에서 기어이 나빨 뿌티(Napal ..

부야 함카(Buya Hamka) (1)

지난 해인 2020년 9월 번역 탈고한 의 출간일정이 더 늦어져 오늘 5월에나 세상에 나올 것 같은데 번역후기와 작가소개를 부탁받아 자료를 정리하던 중 원작자인 함카(Hamka)에 대한 자료들을 번역하면서 앞으로 몇 차례에 나누어 이 인물을 소개하려 합니다. 언론인지자 작가이자 성직자, 정치인이었던 그는 수카르노에게 탄압을 받았지만 그의 장례식을 집전한 대인배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책을 번역할 때 이슬람 성직자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깨졌습니다. 그의 소설 속 묘사와 그 안에 흐르는 정서가 너무 수려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위키페디아에 나온 그의 일생을 요약한 소개를 우선 번역해 싣습니다. 함카 (Hamka) 작가 함카(Hamka)로 잘 알려진 압둘 말릭 까림 암룰라(Prof. DR. H. Abdul Mal..

<반더베익호의 침몰> --> <판데르 베익호의 침몰>...ㅠㅠ

한세예스24재단에서 지난 9월말 완성해 보낸 번역책 원고에 대한 메일이 왔습니다. 2주쯤 전에 외래어 표기에 대한 의견이 오간 후였습니다. 너무 원어발음을 강조한 가 부담스러웠지만 결국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 규정에 따라 책 제목은 에서 로 변경될 모양입니다.ㅠㅠ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2. 제목 《판데르 베익호의 침몰》로 정리하겠습니다. 역자께서도 메모를 통해 이 제목을 허용하신다고 했으니 . 무엇보다 '판데르'는 국립국어원에서 확실히 용례를 제시하고 있고 국내 출판계에서도 이를 따르는 상황이라 예외를 둘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역자께서 의견 주신, 네덜란드어 'van'은 국내에서는 '판'으로 표기합니다. '반'으로 표기하는 것은 원래 잘못된 사례입니다. https://ko.dict.nav..

80년 전에 보았던 요즘 세상

요즘 세상 사람들은 배우자가 추구하는 사랑의 본질, 인간으로서의 수준, 사고방식과 포부 같은 것을 알아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서 사람들은 재력, 출신부족, 관습, 가문 같은 것을 오히려 더 중요한 결혼조건으로 여긴다. 요즘 사람들은 껍데기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멋진 집을 보면 사람들은 그 집을 디자인한 설계자의 능력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결과물에만 감명을 받는다. 훌륭한 소설을 읽으면 작가의 사상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글의 형식을 따라가는 데에 몰두한다. 만약 그가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에 끌린다면 이를 창조한 신의 권능보다 악마의 욕망이 그의 마음 속을 파고 든 것이다. - 에서 - 1938년 인도네시아의 성직자이자 문인이었던 함카(Hamka)는 당시의 세태..

파자르 부스토미와 부야 함카

파자르 부스토미와 부야 함카 오늘은 영화 이야기입니다. 2017년 9월에 개봉된 CJ 엔터테인먼트 합작영화 (Pengabdi Setan, 조코 안와르 감독)에 420만 명 관객이 들어 그해 로컬영화 흥행 수위를 차지하면서 당시 인도네시아 영화판은 목하 호러 영화 천지로 흘러갈 기세였어요. 하지만 불과 몇 개월 후인 2018년 1월 개봉된 (Dilan 1990)이 630만의 관객을 불러들여 그해 로컬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하면서 청소년 로맨스 장르가 급부상합니다. 이 성적은 인도네시아 로컬영화 전체를 통틀어 역대 2위 흥행성적이기도 했어요. 불과 30년 전인 1990년대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이 그 또래 젊은이들은 물론 당시 학창시절을 보낸 40~50대 인도네시아인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죠. 마치 , 같은 한..

영화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