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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르베익호의 침몰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5월 출간 예정

beautician 2021. 4. 18. 11:03

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Tenggelamnya Kapal van der Wijck)>에 대한 기본 정보

판데르베익호의 침몰(Tenggelamnya Kapal van der Wijck)>

 

작가: 함카

출판년도: 1938

ISBN: 978-979-418-055-6 (22쇄 기준)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함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압둘 말릭 까림 암룰라(Haji Abdul Malik Karim Amrullah)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미낭까바우에서 행해지는 전통과 관례(adat)의 문제와 사랑하는 한 커플이 출생배경의 차이로 인해 겪는 차별이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은 자신이 편집장으로 일하던 잡지 뻐도만 마샤라깟’(Pedoman Masyarakat – 민중의 나침반)1938년 함카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소설이다. 함카는 이 소설을 통해 미낭까바우에서 행해지던 여러 관례들, 특히 강제결혼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문학비평가 바크리 시레가르(Bakri Siregar)1962년에 이르러 장-밥티스트 알폰스 카(karya Jean-Baptiste Alphonse Karr)<린든 나무 아래(Sous les Tilleuls)>(1832)를 표절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을 함카의 최고작품으로 꼽았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1939년 초판이 인쇄된 후 아직까지도 중쇄가 이어지고 있다. 1963년 말레이어로 번역된 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배경

이 소설을 쓴 압둘 말릭 까림 암룰라는 함카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낭까바우 출신으로 훗날 이슬람 선생인 울라마가 되었으며 어린 시절 독실한 이슬람 가정에서 자랐다.

 

함카

 

그는 당시 지역사회의 전통과 관례가 이슬람 전파를 방해하고 있다는 그의 아버지 압둘 까림 암룰라와 견해를 같이 했다.

 

그는 16살 이후 수학을 위해 자바와 메카를 여행했고 북부 수마트라의 델리(Deli)와 남부 술라웨시의 마카사르에서 이슬람 선생으로 일했다.

 

그는 중동 유학을 포함한 여정을 통해 이슬람 작가들과 전문가들의 작품들을 다수 읽었는데 그중엔 이집트 출신 무스타파 루트피 알-만팔루티(Mesir Mustafa Lutfi al-Manfaluti)의 작품들과 당시 아랍어로 번역되어 있던 유럽 문학작품들을 읽었다.

 

1935년 함카는 마카사르를 떠나 메단으로 갔다가 거기서 뻐도만 마샤라깟이란 잡지의 편집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수락했는데 이 잡지에서 처음으로 함카(Hamka)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이야기 스토리는 생략

 

테마

그의 전작 <카바의 보호 아래(Di Bawah Lindungan Ka'bah)에서처럼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역시 당시 미낭에서 엄수되던 혼혈가정 후손들에 대한 차별이나 사회 속에서 여성의 역할 등 몇몇 전통과 관례들을 비판할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이런 모습들은 아지즈가 타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야티는 스스로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서 엿보인다.  함카는 이러한 몇몇 전통들이 이슬람의 기조와도 맞지 않을 뿐아니라 건강한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보았다.

 

카바의 보호 아래 (Di Bawah Lindungan Ka'bah)>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을 통해 함카는 네덜란드의 압제로부터 독립이라는 큰 목표를 두고서 부족이나 문화의 차이를 두고 차별하지 말고 민족의 단합과 단결을 촉구했다.

 

함카는 자이누딘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통해 모계상속 시스템을 고수하는 미낭까바우의 전통과 관례가 가진 불균형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버지가 미낭까바우 사람이지만 어머니가 다른 부족이라면 그들의 아이는 다른 부족 취급을 받는 문제도 그 중 하나다.

 

그밖에도 함카는 가족 구성에서 남자의 위상을 허락하지 않는 미낭까바우의 관습도 강하게 비판했다. 미낭까바우의 전통은 여성을 상속권자로 두고 남성을 소외시킨다. 함카는 만약 남자가 여성 형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부모의 재산을 아들이 상속받지 못하고 마막(mamak)이라 불리는 어머니 쪽 남자형제들이 관리하게 되기 때문에 아들이 겪게 되는 부조리와 슬픔에 대해 적었다.

 

하야티는 아무리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욕구를 부정하더라도 전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무릎 꿇어야 하는 미낭까바우 여인들의 초상이다.

 

아지즈는 적자로서 존엄의 상징이지만 악당으로 등장한다. 하야티의 가족들은 자이누딘이 관례도 없고 소속 부족도 없는 근본 없는 자라는 이유로 그가 선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 대신 아지즈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출간과 반응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원래 1938년 메단의 이슬람 잡지인 뻐도만 마샤라깟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이 잡지사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유난 나수티온(Yunan Nasution)에 따르면 당시 꾸타라야(Kutaraja)나 아쩨(Aceh-지금의 반다아쩨)에 잡지를 보내면 소설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수많은 독자들이 아예 기차역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한다. 함카 역시 이 소설이 자신들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고 말하는 독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일부 보수적인 무슬림들의 거부도 겪어야 했다. 그들은 애당초 울라마가 로맨스 소설을 써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함카는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을 친구인 M 샤르카위(M. Syarkawi)의 인쇄소에서 소설로 찍어내기로 마음먹었다. 함카가 민간 출판사를 사용한 이유는 당시 발라이 뿌스타카 같은 국영 출판사에서 성행하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발라이 뿌스타카 로고

 2쇄도 샤르카위 출판사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후 다1951년까지 다섯 번의 중쇄는 발라이 뿌스타카에서 이루어졌다. 1961년의 제 8쇄는 자카르타의 누산타라 출판사(Penerbit Nusantara)에서 나왔는데 1961년까지 이미 8만 부가 팔렸다. 이후의 출판은 불란빈땅(달과 별) 출판사에서 줄곤 이루어졌다. 함카의 이 소설은 말레이시아에서도 몇 차례 출판되었다.

 

인도네시아 문학평론가 바크리 시라가르는 이 책을 함카의 최고작품으로 꼽았다. 또 다른 평론가인 마만 S. 마하야나(Maman S. Mahayana)는 이 소설의 분위기가 훌륭하고 긴장감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마만은 아마도 처음에 신문 연재소설로 나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론했다.

 

표절의혹

19629월 압둘라 SP(쁘라무댜 아난타 뚜르가 붙인 가명) 신문 빈땅 띠무르(Bintang Timur-동쪽의 달)에 보내는 편지에서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이 무스타파 루트피 알-만팔루티가 아랍어로 번역한 장-밥티스타 알폰스 카의 <린든 나무 아래>(1832)의 표절이라고 적었다. 사실 표절의혹은 이전부터 있었다.

 

이 문제는 인도네시아 언론에서 널리 퍼진 논쟁거리가 되었다. 함카를 표절로 공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공산당(PKI)와 연관된 좌익문학조직인 레크라(Lekra) 쪽 사람들이었다. <인간의 대지>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대문호로 통하는 쁘라무댜 아난타 뚜르가 함카를 공격하는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표절의 확증편향을 가중시켰지만 그 역시 레크라 소속이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쁘라무댜 아난타 뚜르

 

한편 좌익이 아닌 작가들은 함카의 편에서 그를 옹호했다.

 

몇몇 평론가들이 두 작품에서 스토리의 전개나 서사에서 일부 유사점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학서적 전문가 H.B. 야신(H.B. Jassin)<막달레나(Magdalena)>로 제목이 붙은 <린든 나무 아래>의 인도네시아어 번역본을 사용해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장소에 대한 함카의 묘사가 매우 세밀하고 전작에서의 서술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표절일 리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야신은 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이 외국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낭까바우의 전통과 관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도 강력한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바크리 시레가르는 두 소설의 주인공인 자이누딘과 스티브, 하야티와 막달레나 사이에 많은 유사점이 보인다며 이를 표절의 증거로 들었다.  

 

네덜란드 출신 문학평론가 A 테이우(A. Teeuw)는 두 소설 사이의 유사점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보았고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온전히 인도네시아 고유의 테마를 가진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보고 싶은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본 셈이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