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80년 전에 보았던 요즘 세상

beautician 2020. 9. 28. 11:32

 

 

 

요즘 세상 사람들은 배우자가 추구하는 사랑의 본질, 인간으로서의 수준, 사고방식과 포부 같은 것을 알아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서 사람들은 재력, 출신부족, 관습, 가문 같은 것을 오히려 더 중요한 결혼조건으로 여긴다. 요즘 사람들은 껍데기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멋진 집을 보면 사람들은 그 집을 디자인한 설계자의 능력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결과물에만 감명을 받는다.

 

훌륭한 소설을 읽으면 작가의 사상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글의 형식을 따라가는 데에 몰두한다.

 

만약 그가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에 끌린다면 이를 창조한 신의 권능보다 악마의 욕망이 그의 마음 속을 파고 든 것이다.

 

 

- <반더베익호의 침몰>에서 -

 

 

 

1938년 인도네시아의 성직자이자 문인이었던 함카(Hamka)는 당시의 세태를 이렇게 묘사했다.

고전의 힘이란 50년, 100년, 1000년 전의 글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 가슴에 와서 꽃힌다는 공통점을 갖는데 함카의 이 작품 역시 그런 힘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