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PCR 검사결과지 위조방지 조치

beautician 2021. 7. 13. 13:01

양심과 생존/실리, 그 사이 어디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인 언론이라 할 만한 것이 한인포스트, 데일리인도네시아, 자카르타경제신문 이렇게 세 군데가 있습니다. 그외에도 한인뉴스, 인도웹, 인니투데이 같은 것들이 있지만 그들은 아무래도 성격이 매우 다르니 한 카테고리로 묶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간 궁금하던 게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정보가 왜 한인포스트에만 뜰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 한인동포 코로나19 감염 경보 <심각>

(7월 9일 금요일 한인포스트)

.

ㅇ 사망 1명(수라바야)

ㅇ 신규 확진 5명(땅어랑, 찌카랑, 끌라빠가딩, 수라바야, 마디운. 이송 대상 4명 포함)

ㅇ 회복 1명

 

- 신고누계 244명(+5)

- 사망 12명(+1, 이송 1 포함)

- 한국이송 65명

- 치료 중 44명(입원 2, 격리 42)

- 회복 123명(+1)

 

이건 대사관에서 유지하는 집계일 테고 교민사회 관련 내용이어서 역사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의미 있을 '공공재'의 성격인데 일개 민간 교민언론이 해당 정보공개를 독점하는 게 이상했던 겁니다.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자카르타경제신문 편집장도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 보면 한인포스트가 뭔가를 지렛대로 사용해 대사관에서 관련 정보를 독점적으로 받아내는 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대사관에 요청만 하면 받는 자료인데 그간 데일리와 자경에서 요청하지 않아 받지 못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데일리는 아쉬운 소리 잘 못하는 곳이어서 자경에 부탁해 대사관에 해당 정보공개 요청을 넣어 보라 했습니다. 그럼 저 집계상황이 왜 전체적으로 공유되지 않고 있는지 이유를 알게 되겠죠.

 

자고로 궁금한 건 물어봐야 합니다.

특히 언론이라면, 기자라면 그게 의무에 속하는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굳이 대놓고 얘기하기 곤란한 것들이 세상엔 넘쳐납니다.

 

 

 

우리 대사관이 한국으로 들어가는 교민들 PCR 검사를 전담할 검사기관/병원을 지정하는 건 일견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이라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도 한국인, 외국인을 막론하고 한국에 입국하려면 PCR 음성결과지를 들고 들어가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PCR 음성결과를 받은 사람들만 입국한다면 한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절대 나와서는 안되는 게 정상이고 나오더라도 기껏 한 두 명쯤이어야 하겠죠.하지만 실제로는 최근 거의 매일 인니발 항공기에서 20명 전후의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뻔한 겁니다. PCR 양성결과지를 받은 사람이 한국에 들어갈 목적으로 음성결과지로 위조하여 지참하거나 아예 PCR 검사지를 가지고 가지 않는 겁니다. 어쩌면 발권할 때엔 위조한 음성결과지를 보여주고 한국에 입국해서는 결과지가 없다는 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사람이 매일 20명 전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입국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 대사관이 PCR 검사처를 지정하려는 것은 PCR 검사결과지 위조행위를 막으려는 것이죠. 실제로 PCR 검사나 신속검사결과 검사지 위조는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고 나 역시 그간 몇 차례 관공서 높은 분들 미팅에 따라간 적 있는데 매번 PCR 검사결과지를 제출하는 조건이지만 처음 몇 번을 제외하고는 이후 단 한번도 검사를 한 적 없습니다. 미팅을 주선한 쪽에서 위조결과지를 같이 제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발권 데스크에서, 한국 입국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당장 드는 생각은 그런 코로나 확진자들과 함께 비행기를 탄 다른 승객들이나 승무원들은 무슨 죄냐 하는 겁니다. 또 다른 생각은 그렇다면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사람들처럼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일인당 2천만원-1억2500만원을 내고서 귀국해야 하느냐 하는 겁니다. 만약 PCR 검사 양상결과지를 말소시키고 모른척 타이레놀 잔뜩 먹고 비행기를 타면 2주 시설격리 비용까지 포함해 최대 250만원 정도면 뒤집어 쓰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양심적으로 전세기를 타는 것보다 조금 타인의 불이익을 강제하는 것만으로 10분의 1 내지 60분의 1의 비용으로 한국행이 가능한 상황인 거죠. 양심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코로나 확진된 자기 생명을 인도네시아의 무너져가는 의료체계에 맡겨야 하는 것일까요?

 

사실 따지고 보면 그만큼 인도네시아 코로나 상황이 도를 넘을 정도로 심각해져 있다는 것이고 현지 한인들로서는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경우 가용한 선택지만 고지식하게 선택해야 할 경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쉽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그래서 차마 비난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걸 지적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특히 대사관 정보를 독점하는 언론이라면 저런 부분에서 누구보다도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고, 의견과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 위의 공문을 보면 결국 7월 27일 출국자들부터는 PCR 검사지를 위조하는 것도, 그간 대충 봐주었던 PCR 검사지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것도 불허하겠다는 한국 방역당국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 얘기는 결국 앞으로 2주간은 계속 봐주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건 방역의 헛점일까요?

아니면 본국이 재외동포에게 허락하는 마지막 배려일까요?

그것도 궁금하면 물아봐야 하지만 아무도 대사관이나 방역당국에 그 질문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사는 지혜일까요?

 

자카르타포스트에 실린 의료용 산소 충전하려는 코로나 환자 가족들의 행렬

 

2021.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