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도로의 아이언맨들

beautician 2021. 7. 15. 12:53

은색인간에서 아이언맨 까지

 

한동안 도로엔 상반신을 벗은 몸에 은빛 색소를 칠해 사람들 이목을 끌면서 모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선목적의 모금이 아니라 그게 자기들 생계인 사람들입니다. 나는 그들을 은색인간이라 부르는데 처음 본 것은 10년쯤 전 반둥 길거리에서였고 자카르타에 이들이 모습을 나타낸 건 대략 3-4년 쯤 된 것 같습니다. 

 

 

원래 저런 색소들은 다소간의 독성이 있어 매일 저러고 나오는 게 절대 건강에 좋을 리 없지만 먹고 살기 위해 저 방법을 택한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을 리 업습니다.

 

저런 식으로 지나는 차로부터 500루피아, 1천 루피아 짜리 동전을 구걸하는 사람들로서는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 게 가장 관건이므로 보고르 톨 나가는 곳에는 보기만 해도 더워 보여 숨이 턱턱 막히는 호랑이며 토끼며 너구리 등 동물 탈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 차량 사이를 오갑니다.

 

그런데 끌라빠가딩엔 몇 개월 전부터 아이언맨이 등장했습니다.

 

 

 

처음엔 한 명이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나와 길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요즘은 세 명으로 늘었습니다. 저 아이언맨 옷을 만드는 데에 공이 많이 들어갔을 게 분명한데 일단 저걸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 친구들은 시선을 끄는 데엔 성공했지만 너무 역동적으로 춤을 추고 있어서 차창을 내리고 동전을 던져주기 매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시대에 하루도 빠짐없이 저 복장을 하고 나와 거의 하루 종일 길에서 춤을 추며 동전통을 내미는 저 친구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수고에 안타까운 마음도 금할 수 없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두려워 저 친구들 앞을 지나면서 차창을 내려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2021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