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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폭발 자카르타의 일상

beautician 2021. 7. 11. 12:26

코로나 긴급억제정책 시행 첫 날


옛날엔 셀레베스라고 불렸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은 k자처럼 생겼는데 그 오른쪽 윗부분 끝에 마나도(Manado)라는 곳이 있습니다. 마파도 같은 섬이 아니라 도시 이름이 마나도입니다. 현지인들은 머나도라고 좀 뭉게서 부릅니다.

자카르타 푸드코트에 마나도 음식이 각광받는 이유는 술라웨시 특유의 매운 소스나 워꾸(Woku)라 부르는 조리 방식, 다부다부이리스(Dabu-dabu iris)라 부르는 새콤한 야채고추버무림 뿐 아니라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때문이기도 합니다. 마나도는 과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았고 나폴레옹 전쟁 시대엔 영국도 잠시 들어왔던 지역이어서 기독교세가 많거든요. 그래서인지 유명한 위인들과 정치인들도, 날고기는 사기꾼들도 많이 배출한 곳입니다.

어제 찾았던 시내 중심가 엠베서더 몰 4층의 푸드코트엔 이런 마나도 식당들이 여러 개 문을 열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찾던 생선알 조림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3인분을 싸서 나중에 차차-마르셀네 집에 함께 둘러 앉아 내 생일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무슬림이니 돼지고기는 따로 포장해 표시해 두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7월 3일, 즉 오늘부터 시작되는 긴급 이동제한조치. 여기선 PPKM Darurat이라 부르는 코로나 확산 억지정책이 일환으로 감염상황이 심각한 지역은 몰 자체가 문을 닫는데 엠베서더 몰이 그런 곳 중 하나여서 7월 20일까지 푸드코트도 문을 닫는다 하더군요. 작년 3월말에도 그런 식으로 몰들이 기약없이 문을 닫았다가 두달 반쯤 후에야 다시 문을 연 바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긴급조치는 7월 20일에 끝나지 않고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코로나 신규확진자 숫자가 2만5000명을 넘기며 매일 신기록을 세우는 중이거든요.

2021년 7월 2일 오후 5:18


내가 사는 끌라빠가딩을 비롯해서 자카르타 여러 지역에 이미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도 지난 6월 22일 이후 시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시간에 나다닐 일이 없어 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야간에 돈을 벌어야 하는 포장마차 등 서민사회는 적지 않은 피해를 겪을 거라 봅니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동제한이 봉쇄 수준으로 시작되면서 도시 곳곳에 검문소가 세워지고 이동허가증이나 접종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설득력있고 강압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럼 난 기어이 검문소에 가서 사진찍어 올 것이고요. 나중엔 그게 다 역사가 될 것 같습니다.

한인사회도 코로나에 노출되어 감염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 개인적으론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환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내가 일때문에 만나거나 전화하는 사람들, 카톡으로 이름만 아는 사람들도 코로나에 걸렸거나 밀접접촉자가 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이번 사태가 조용히 지나갈 것 같진 않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타이레놀 먹고 급히 한국행 비행기를 타던 행태가 1년 넘게 계속되었지만 며칠 전 안전공지 통해 PCR 음성결과지 없이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된 것도 교민사회엔 충격입니다. 상식적으로 그래야 하지만 이제 한국인 확진자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2천만원에서 1억 3천만원 쯤 들여 전세기에 끼어 타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아니면 이미 붕괴되기 시작한 현지 의료체계에 목숩을 맡기거나 말이죠.

어제 토코페디아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주문했습니다.



2021.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