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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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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동료가 델타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beautician 2021. 7. 13. 12:15

설레발

 

 

같이 일하는 피오나는 89년생이라 내 아이들 또래입니다.

우리은행에서 일할 때 날 처음 봤다고 하는데 난 기억이 안나 좀 미안했습니다. 그 친구는 일하는 방식이 나랑 비슷합니다. 여러 회사 일을 동시에 봐주는 프리랜서 거든요. 업무효율이 매우 높아서 그 친구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피오나가 마치 자기 회사만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피오나가 며칠 전 아침에 쓰러져 병원에 갔는데 대장 내시경 통해 큰 용종을 발견하고 간단한 수술을 한 모양입니다. 조직검사를 한다 하지만 젊은 친구라 악성종양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문제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델타 변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 확진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의료체계가 무너진 인도네시아에서는 병원이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입니다.

 

결국 피오나는 일요일 저녁에 퇴원했다가 가족들 전염을 막기 위해 오늘 인근 싸구려 호텔로 옮겼습니다. 혼자 자가격리에 들어간 거죠. 난 내일 쯤 비타민과 음식을 챙겨오토바이 택시 고젝을 통해 보낼 예정입니다. 단지 문제는 7월 3일부터 시작된 강력한 이동제한으로 오토바이들도 시내 목적지에 도착할 떄까지 여러 차례 검문당하고 막힌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직접 차 몰고 가서 전달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예기를 J사장에게 알려주었더니 설레발을 치기 시작하면서 민폐를 끼치기 시작합니다.

 

 

 

의료용 산소통을 보내겠다며 아는 치과의사를 들들 볶더니 나에겐 산소 구하는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결국 이런 곳을 찾아 주었습니다. 충전 비용은 1000CC에 5만 루피아. 그는 운전사를 시켜 줄을 세울 생각이었지만 애당초 산소통을 받아오지 못해 실패. 이걸 팔로업하느라 오전을 날렸습니다.

 

오후가 되더니 갑자기 이런 사진을 보내더니 당장 구매해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가 피오나에게 산소발생기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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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오나가 아무리 델타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라고 해서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병원에서 전날 확인해 본 바 아직 산소포화도 99여서 산소통은 필요없는 상태이고 아마 그런 상황까지 가지도 않을 겁니다. 그 지점에서 J사장이 불필요한 돈지랄을 하는 셈이 되는 거죠. 게다가 저 제품은 물론 같은 종류의 다른 제품들도 모두 프리오더 30일에서 90일이 걸려 있었습니다. 즉 지금 돈을 내도 물건은 30일이나 90일 후에 받는 겁니다. 돈을 떼이기 쉬운 조건인 건 차치하고 피오나가 그때까지 완치되지 않을 리도 없습니다.

 

저런 걸 조사하고 J사장에게 상황을 이해시키느라 오후를 다 날렸습니다.

한 사람이 쓸 데없는 설레발을 칠 때 그게 자기 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좋지만 주변사람들을 휘두르기만 하면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건 인도네시아 의료체계 붕괴에 못지않은 재앙적 파국인 셈입니다. 

 

결국 하루 종일 난리를 친 끝에 원래 계획대로 내일 비타민과 데워먹는 간단한 음식들을 준비해 고젝 편으로 보내는 것으로 결론 지었습니다. 

 

그리고 로비에서 연락이 와서 이런 걸 가지고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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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주문한 산소포화도 측정기입니다.

아내의 산포도는 99. 완전 정상에 심장박동 94.역시 완전 정상입니다.

 

이렇게 코로나 대폭발이 벌어지고 있는 자카르타에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2021.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