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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20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 (1)

beautician 2021. 3. 28. 12:58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잠시 멈춤

계획변경: 많은 영화제작사들이 투자상황에 따라 제작과 개봉을 늦추기도 하고 스트리밍 플랫폼 개봉을 시도하기도 했다. (Courtesy of Shutterstock/nampix)  

 

자카르타 준봉쇄 첫 3개월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치사율이 폭증하던 중에도 7월이면 규제를 완화해 쇼핑몰과 관광지, 사업장들을 다시 열고 최종적으로 상영관들도 영업 재개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상영관들이 관광창조경제부와 교육문화부가 설정한 프로토콜에 맞춰 영업을 재개한 것은 그보다 몇 개월이 더 지난 후의 일이었고 아직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영관들은 대부분 쇼핑몰에 입점해 있어 영화를 보려고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 많은 곳을 사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현재 프로토콜에 따라 하향조정된 최대 수용인원을 다 채워도 상영관의 수입은 예전에 비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형 영화관 체인들이 상영 스튜디오를 생일축하를 위한 프라이빗 상영회나 회의장소로 임대한다고 홍보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영화산업 전체를 되살리는 유일하고도 분명한 단 하나의 방법은 전국 영화관에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개봉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회된 보건이슈로 인해 팽배한 불확실성은 영화제작사들을 소극적 관망세로 돌아서게 했다.

 

<픽션의 과학('The Science of Fictions)> 제작팀은 자카르타 Cinema XXI 영화관을 방문하며 관객들을 만났다. 이 영화는 인도네시아에서 12월 10일 개봉했다. (Courtesy of Poplicist ID/-)  

 

현재 상황은 이렇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은 돈이 모이는 상영관들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상영관들은 지난 5년간 괄목할 만한 가동율을 보이며 영화산업 성장의 중심에 서 있었고 세계 영화산업 입장에서 보기에도 제법 튼튼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4년 당시 106편의 영화가 개봉되어 1,600만 명의 관객들이 200개 극장 900r의 스크린을 찾았다. 관객수는 유료 티켓 판매량을 기반해 확인한 숫자다. 2019년 개봉된 영화는 230편으로 증가했고(이건 어딘가 잘못된 통계임) 5,200만 명의 관객이 300개 극장 2,000여 개 스크린을 찾았다.

 

하지만 작년 3월 중순 모든 상영관들이 갑작스럽게 영업을 중지해야만 했다. 많은 영화제작사들이 투자상황을 봐 가며 보다 호의적인 시기가 도래하길 기다리면서 신규 영화제작과 개봉일정을 재조정했고 그런 와중에 많은 영화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상영관들만이 유일하게 영화를 보여주는 장소가 아닙니다. 그동안 다른 플랫폼과 경쟁이 없던 시절, 상영관들은 문지기 권력으로 영화제작자들에게 갑질을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상황은 점점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가는 것은 상영관에 비해 그리 수지맞는 선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거죠. 우리가 할 일이란 그에 맞춰 제작비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자카르타 예술위원회(DKJ)가 개최한 디지털 정글 속의 인도네시아 영화들이란 제목의 컨퍼런스에서 자카르타 소재 콘텐츠 제작사 와하나 크리에이터 누산타라(Wahana Kreator Nusantara)CEO 살만 아리스토(Salman Aristo)가 한 말이다.

 

인도네시아 영화

인도네시아 토박이 스트리밍 플랫폼인 클릭필름(klik film)은 설립된 지 8년차를 맞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로컬제작 영화들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클릭필름이 카탈로그에 등재한 1,861편의 영화들 중 약 450편 정도가 로컬 영화들이고 그중 대부분이 클래식 영화들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영화를 보는 관객수는 외화를 보는 사람들보다 많습니다. 관객들은 새로 내놓은 영화들의 클래식 부분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그런 걸 봐서는 각 장르마다 각각 충성스러운 고정 관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같은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한 클릭필름의 프레더리카 이사의 발언이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 가린 누그로호 감독의 <내 아름다운 몸을 찬양(Kucumbu Tubuh Indahku)>(2018, 영문제목 <내 몸의 기억(Memories of My Body)>)과 라피 L. 바르와니 감독의 2019년작 <5월의 27 계단(27 Steps of May)>은 그간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터부로 여겨지던 성과 섹슈얼리티 문제를 다뤘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Courtesy of Fourcolours Films/-)  

 

이와는 별도로 디즈니플러스 인도네시아의 콘텐츠 확보담당 시니어 매니저 알렉산더 시레가르(Alexander Siregar)는 인도네시아 영화 <내 아름다운 몸을 찬양(Kucumbu Tubuh Indahku)><5월의 27 계단(27 Steps of May)>이 지난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동 스트리밍 플랫폼의 톱 콘텐츠인 <알라딘>, <신데렐라>, <라이언킹>, 마블의 <어벤저스: 인피니티워>보다 더 많은 다운로드 수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영화들은 더 많은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상당부분 사회적 이슈들을 포함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가입자들이 인도네시아 영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고 봅니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맥시멈 엑스포져’ (Maximum Exposure) 제목의 토론회에서 그가 한 말이다.

 

영화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아카타라(Akatara) 포럼,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 협회(Aprofi), 모션픽쳐협회(MPA) 아시아-태평양 분과,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위원회(BPI) 등이 참여해 조직된 이 토론회에는 세계적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디즈니 측 인사들도 발표자로 참여했다.

 

<고킬 선생님(Guru-Guru Gokil)>을 넷플릭스에서 개봉했고 애니메이션 영화사 트레세(Tresse)와 파트너쉽 관계를 맺은 바세 엔터테인먼트의 샨티 하르마인(Shanty Harmayn) 수석이사는 인도네시아 영화의 강력한 존재감을 요구하는 시장의 바램에 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우린 가능한한 빨리 극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신작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임시방편이죠. 그러나 이제 영화산업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보다 큰 용기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그녀는 이 기회에 영화인들이 보다 큰 도약을 위해 한숨 돌리며 스스로를 준비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우린 인력풀을 늘리고 역량을 강화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이즈와 스케일이 크든 작든 훌륭한 스토리를 영화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스트리밍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디지털 플랫폼 즉 스트리밍 서비스를 영화인들의 유일한 개봉수단으로 삼아 최적화하는 것은 영화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경제적 이익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싱가포르 본부를 운영하는 노만 로카트(Norman Lockhart) 제작담당 이사는 넷플릭스가 파트너쉽 수립을 통해 전문성 넘치는 문화를 제공해 로컬 영화제작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로컬 영화제작 에코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좋은 영화제작 크루가 부족하다는 것은 전세계 영화산업이 함께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우린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여 크루 부족문제 해결의 기초를 만들 것입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와 관련된 더 많은 영화제작사들이 인도네시아에 들어오면 더 많은 신입들이 업계에 들어와 어떤 밧줄을 당겨야 하는지 신속하게 배우게 될 것입니다.”

 

최전선: 액션영화<우리에게 깃든 밤(The Night Comes for Us)>의 포스터. 모 브라더스(Mo Brothers)가 2018년 만든 이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된 첫 번째 영화다. (Courtesy of Netflix/-)  

 

지난해 8월 넷플릭스는 스타비젼(Starvision) 및 카리야나 시라 필름(Kalyana Shira Film)과 두 편의 영화제작 계약을 했다. 2021년 개봉예정으로 촬영에 들어갔는데 이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장기투자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여겨진다. 계약된 영화들은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슈를 자주 다룬 니아 디나타(Nia Dinata) 감독과 주변 국가들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한 호러영화 <신도: 극장판(Makmum: The Movie)(2019)의 하드라 다앵 라투(Hadrah Daeng Ratu) 감독이 연출한다.

 

 

<신도: 극장판(Makmum: The Movie)(2019)  

 

디즈니의 알렉산더는 더 많은 국제 제작사들을 인도네시아로 불러오기 위해 온라인 관객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영상 스토리들이야말로 인도네시아의 톡특함과 국내는 물론 국제적 호소력을 갖춘 세계공통의 가치를 잇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전통 연속극을 만들면 그건 온라인 관객들에게 그다지 먹히지 않습니다. 드라마 시리즈는 TV 시네트론 연속극과 비슷한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속편 제작은 연속극과는 전혀 다른 종류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 잠재력이 있는 것이죠.” (뭔 소리?)

 

스토리텔링

로카트는 넷플릭스가 전혀 다른 삶과 배경을 다루는 생소한 로컬 스토리들을 더욱 선호한다고 말한다. “우린 국내 관객들은 물론 전세계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독특한 목소리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그게 바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관객들이 찾아보고자 하는 콘텐츠이니까요.”

 

BPI의 알렉스 시하르(Alex Sihar) 이사는 팬데믹 직전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가 넷플릭스와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들의 워크샵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1월 수십 명의 신인 영화제작자들을 대상으로 제작 후작업과 대본작업에 대한 온라인 워크샵을 열었다. “우린 미래를 위해 좀 더 많은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 우린 우리 영화인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디즈니와도 비슷한 워크샵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하도록 이야기를 하는 중이에요.” 알렉스 이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의 전설적 영화감독 헨드릭 고잘리(Hendrick Gozali)의 딸이기도 한 Aprofi 협회 린다 고잘리 이사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존재는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들에게 협업을 통하지 않았다면 잡을 수 없었을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내 아버지는 영화산업에 수퍼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오직 협업을 통해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만 수퍼맨 영화가 탄생하는 거라 말씀하셨죠. 공동제작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면서 우린 더 많은 영화제작 크루를 확보할 분 아니라 우리 측 많은 영화인들의 이름을 해외에 알리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우린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Tertiani ZB Simanjuntak (202118일자)

https://www.thejakartapost.com/paper/2021/01/07/indonesian-film-industry-in-stasis-but-for-the-bett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