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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상영관 개봉을 강행하는 영화들

beautician 2021. 3. 7. 12:39

팬데믹과 함께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 찾아온 도전과 영광

PERMATA ADINDA - Thu, February 25, 2021  /  11:44 am

 

 

< 픽션 소설들의 과학(Science of Fictions)>

 

2019년 족자-NETPAC 아시안 영화제(Jogja-NETPAC Asian Film Festival-JAFF)에서 인도네시아 독립영화인 <픽션 소설들의 과학(Science of Fictions)> 티켓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픽션소설들의 과학><알키사의 소동>이란 인니어 부제가 붙어 있다 역주) 당시 사람들은 그 영화가 마치 주말 블록버스터라도 되는 듯 표를 구하려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국 200명 규모의 객석이 꽉 찬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되었지만 스튜디오 바깥에는 혹시 표를 산 사람이 오지 않아 빈 자리가 남았을까 기대하면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당시 그 영화는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하기 전 저명한 국제영화제에서 이미 한 차례 수상을 한 상태여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그 영화를 보려 한 것이 너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 영화를 만든 요셉 앙기(Yosep “Anggi” Noen)은 이미 주목받는 감독이었다. 직설적이지 않은 내레이션, 느릿느릿하며 최소한으로 절제된 대화 등 그의 예술적 접근법은 주류라는 이름의 틀에 박힌 방식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칭송을 받았다. 그의 전작인, 시인이자 활동가 위지 투꿀(Wiji Thukul)의 일생을 담은 영화 <혈혈단신, 고독(Solo, Solitude)>(2016)5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는데 이는 인디영화로서는 괄목할 만한 수치다.

 

 

<혈혈단신, 고독(Solo, Solitude)>(2016)  

 

하지만 <픽션소설의 과학>2020129일 로컬 상영관에 걸리자 그 행복감의 한계효용이 좀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 영화는 코로나로 인해 상영관들이 문을 닫은 후 거의 9개월 만에 처음 걸리는 로컬 영화 중 하나가 되었지만 스크린에 올릴 영화들의 절대 수치가 모자란 상황에서도 스크린에 한 달도 채 머물지 못하면서 총 관객이 6,500명을 넘지 못했다.

 

매 상영마다 관객 수는 10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따로 관련 보고를 받기도 했고……, 이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자신이 그 스튜디오 안에 유일한 관객이었다는 소셜 미디어 포스팅도 보았습니다.” 앙기 감독의 말이다. “우린 실제로 이 영화를 여러 도시에서 스크린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람들은 아직 영화관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거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영화의 개봉은 여러 번 연기되었는데 이는 정부의 관련 정책변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가 마침내 상영되게 되었을 때 난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계속 갈 수밖에 없어요. 영화란 자기 자식과도 같은 것이거든요.”

 

 

<90년대 세대: 멜랑콜리아(Generasi 90an: Melankolia)>  

 

<픽션 소설들의 과학>의 뒤를 이어 몇 주 후 <90년대 세대: 멜랑콜리아(Generasi 90an: Melankolia)>가 개봉되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20204월에 개봉되었을 영화다. 베스트셀러 소설 <90년대 세대>를 영화화한 이 영화는 모하마드 이르판 이팡람리(Mohammad Irfan “Ipang” Ramly)의 감독 데뷔작이었다. “난 청소년 시기에 병으로 누나를 잃었습니다. 그 경험은 내 인생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난 이 영화에서 애통한 마음이 사람들을 어떤 상상도 하지 못할 극한까지 몰고 가느냐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팡은 그 전까지, 20-30대 영화전문가들이 설립한 영화제작사 비시네마 픽쳐스에서 많은 영화들의 대본을 썼다. 그가 공동으로 대본을 쓴 <우리 언젠가 오늘 일을 이야기하자 (nanti kita bicara tentang hari ini)>(2019)2백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우리 언젠가 오늘 일을 이야기하자 (nanti kita bicara tentang hari ini)>(2019)  

 

그러나 <우리 언젠가 오늘 일을 이야기하자>의 성공이 <90년대 세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영화는 전략적으로 긴 연휴의 시작인 1224일을 개봉일로 정했다. 이팡 감독은 굳이 관객 수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전략적 개봉일이 영화 흥행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중에 영화를 개봉하기로 한 것은 현실적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고 이팡 감독은 말한다. “우린 영화산업의 에코시스템을 지탱하고 지원하기 위해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 생각했습니다. 영화제작사와 상영관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파트너입니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우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감상이나 감정이 섞이지 않은 이성적인 판단을 한 것이죠.”

 

<멜랑콜리아> 홍보 로드쇼에 참여한 출연진과 제작진들 (Courtesy of Visinema Pictures/Visinema Pictures)  

 

이팡과 앙기 모두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산업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과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러 오라 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인정했다. 그래서 앙기는 영화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어떻게 하면 영화를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홍보에 치중한다고 말한다. “우린 관객들에게 물리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하기, 몸이 아플 땐 영화관에 가지 않기 등을 영화 애호가들에게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감염병 확산억제를 위해 관객들에게 집에 머물러 달라고 말하는 게 맞는 상황이죠.” 이팡도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이다.

 

영화 웹사이트 인포스크리닝(InfoScreening) 설립자이자 영화애호가인 빤지 난디아사 무까디스(Panji Nandiasa Mukadis)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단순히 코로나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그의 이유는 보다 현실적이다. “사실상 볼만한 외화가 많지 않아요. 로컬 영화들은 영화제들을 통해 이미 다 본 것들이고요.”

 

그는 영화관에 스스럼없이 가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집에선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거나 중간에 영화를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몰입도 자체가 틀려요.”

 

이런 상영관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에 대한 그리움이 앙기나 이팡 감독이 팬데믹 와중에도 상영관 개봉을 강행한 동력이 되었다. “<픽션소설의 과학>을 작은 화면에서 본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어요. 각 장면과 카메라 무브먼트, 조명 등 모든 것들이 영화관에 맞도록 디자인되었으니까요. 비록 많은 관객들이 들지 않았다고 해도 난 최소한 이 영화가 원래 의도되었던 환경에서 상영된 것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준비된 마술이 작은 화면에서는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관엔 적절히 구축된 인프라가 지원하는 섬세한 음향-시각적 요소들이 있으니까요.”

 

인도네시아의 팬데믹은 금방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더 많은 영화들이 개봉일을 발표하고 잇다. 감염학자 빤두 리오노 박사 같은 이들은 각 상영관들이 정부 방역지침을 따르고 있으니 마스크를 쓰고 식음료를 섭취하거나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등 프로토콜을 지키면 감염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 애호가 피르다 F. 니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영화관에 가는 것이 다른 관객들과 함께 지역사회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부분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팬데믹 발생 후 다섯 차례 영화관에 갔지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은 영화를 보다가 다른 관객들과 함께 웃거나 비명을 지르고, 영화관람 후 잘 모르는 옆 좌석 사람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이 빠졌다는 것이다. “팬데믹 전엔 영화제나 영화개봉일에 영화관에 가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욕구를 억누르고 영화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곤 하죠.”

 

 

요셉 앙기 눈 감독  

 

하지만 앙기 눈 감독은 팬데믹 기간의 영화개봉은 나름의 놀라운 일들을 만든다고 한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영화를 보러 와준 관객들에게 감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출연진, 제작진들과 함께 자카르타와 족자의 여러 영화관들을 찾아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건 마치 결혼식장에 가서 신랑 신부는 물론 그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과 같습니다. <픽션소설의 과학>을 영화관에서 본 6,500명의 관객들은 6,500개의 새로운 추억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건 매우 친근하면서도 이례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life/2021/02/25/indonesian-film-industry-meets-challenges-and-glory-during-pandemic.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