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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한번 ROTC는 영원한 ROTC 교통사고가 난 것은 비자금장부를 인계받은지 2주쯤 후의 일이었습니다. 그 위험한 사고가 일어날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운전사는 그날 출근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는데 짜꿍으로 들어가는 톨에서 바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뒷바퀴가요. 고속으로 달리던 중 앞바퀴가 터졌다면 내가 몰던 그랜드끼장은 뒤집히거나 길섶 어딘가로 곤두박질쳤을 것입니다. 뒷바퀴 타이어는 거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스페어타이어를 갈았지만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난 출근을 포기했어요. 다음날 아침 출근했을 때 내 책상 서랍 열쇠가 고장난 채 열려 있었고 그 안에 두었던 비자금장부가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어제 출근길에 죽거나 크게 다쳤다면 아무 죄없는 내 책..
한인회엔 한국인이 없다. "그 사람들 남한사람 맞아?" "네?" "북한사람 아니고 한국사람 맞냔 말이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인도네시아까지 와서 교민사회 들쑤시고 현지 정부와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게 어디 애국심 있는 사람이 할 짓이란 말이요?" 이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은 국정원 요원이나 대사관 경찰영사가 아닙니다. 전화를 하고 있는 상대표는 이제 인도네시아 동포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올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지식인이자 사업가이지만 첫 직장이었던 K그룹 창업자가 별세하고 기업의 주인이 바뀌던 과정에서 정의롭다고 여겼던 편에 섰다가 혹독하게 고생했던 것을 시작으로 평생을 교민사회의 비주류에서 있었던 분입니다. 그러니 완전히 우측으로 돌아가 있는 극우인사들과는 결을 달리 하는 분이..
임진강 블루스 1. 내가 근무했던 제 1사단은 전두환 전대통령이 사단장으로 있었던 곳입니다. 그를 직접 모셨던 당시 면역 직전의 고참 상사와 준위들은 그가 대단한 분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지 않았다면 그는 10.26 사태로 야기된 혼란한 정국을 ..
[단편소설] 유산 섬유를 다루는 사람들이 그 업계를 좀처럼 떠나지 못하는 것은 업보라고도 하고 전생이나 조상의 인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업계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조금 진지하게 받아들여 보면 친할머니가 오래 전에 염색공장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전역 후 의류업계에서 고군분투하게 된 배경엔 할머니가 제대로 한 몫 했던 겁니다. 할머니가 염색사업을 했던 것은 6.25 전쟁이 끝나고 몇 년쯤 지난 195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1912년생이었던 할머니는 참으로 어린 나이에 경상북도 달성에서 멀리 충청남도 강경으로 시집와 1930년생과 1934년생의 두 아들을 낳았는데 내 아버지와 큰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가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간 것이 1930년대 후반 경이었을 테니 할머니의 실제 결혼생활은 평..
[단편소설]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 “배과장, 뭐 하러 그런 꼴까지 보면서 남아 있으려는 거에요? 이제 와서 신입사원들처럼 바닥부터 다시 일 배우게요? 이건 오히려 천금 같은 기회에요. 어차피 회사에선 의류팀 닫는다는데 이 회사 바이어들, 우리가 다 가지고 나가자구요.” 박과장이 ..
[단편소설] 그대 비탄에 잠긴 밤 ‘노모르 양 안다 뚜주 띠다 먼자왑.’ 전화기 건너편의 간드러진 전자음성은 내가 건 번호가 응답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대사관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이제 와서 딱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사관 핫라인이나 ..
◇ 12분만에 → 12분 만에 ♣‘만’은 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 300만원은 하지. → 300만 원은 하지. ◇ 800원 짜리 → 800원짜리 ♣‘짜리’는 ‘그만한 수나 양을 가짐’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 갈거예요. → 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