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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소설

한번 ROTC는 영원한 ROTC

beautician 2018. 9. 20. 10:00

 

 

한번 ROTC 영원한 ROTC

 

 

 

교통사고가 것은 비자금장부를 인계받은지 2주쯤 후의 일이었습니다

 

위험한 사고가 일어날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운전사는 그날 출근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는데 짜꿍으로 들어가는 톨에서 바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뒷바퀴가요. 고속으로 달리던 앞바퀴가 터졌다면 내가 몰던 그랜드끼장은 뒤집히거나 길섶 어딘가로 곤두박질쳤을 것입니다. 뒷바퀴 타이어는 거의 형체도 알아볼 없을 정도였고 스페어타이어를 갈았지만 이상 운행할 없는 상태였습니다. 출근을 포기했어요. 다음날 아침 출근했을 책상 서랍 열쇠가 고장난 열려 있었고 안에 두었던 비자금장부가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어제 출근길에 죽거나 크게 다쳤다면 아무 죄없는 책상서랍이 막무가내로 뜯기는 일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법인장은 무사히 출근한 모습에, 오히려 내가 위로해주고 싶을 정도로 잔뜩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퀴 모두 칼자국이 있었다구?”

 

그날밤 술집으로 불러낸 자카르타 지사장이 펄쩍 뛰었습니다. 그런 칼집을 사람은 십중팔구 운전사겠지만 배후가 너무나 뻔했습니다.

 

법인장이 비자금으로 미리 돈이 28만불이에요. 나도 월급장이인데 그걸 본사 모르게 떠안으면서까지 공장법인장이 생각은 없어요. 내가 본사에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고 싶은 법인장의 깊은 앙심은 깊은 칼자국으로 충분히 알겠더군요.”

 

그땐 지사장이 편일 거라 생각했을까요8년의 터울이지만 같은 학군생활 경험을 지사장 선배가 결국 입사동기이자 6 넘게 자카르타에서 함께 생활한 법인장 편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까요? 법인장이 죽이려 했는데 학군선배마저 공범이어서는 안되는 것이라서요?  

 

얼마 법인장이 나에 대한 지사근무 부적격의견서라는 것을 서울 본사에 보냈고 지사장도 거기에 동조하는 의견을 첨부해 서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시며 그에게 털어놓았던 속마음이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내게 매우 불리하게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해를 셈이 되었습니다.

 

 

선배님,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었요?”

? 착각하지 , 새끼야. 너같은 후배 적이 없어!”

 

그의 술값을 법인장이 갚아주었다던 비자금장부 상의 기록이  그가 그토록 매몰차게 안면을 바꾼 이유였을까요? 그들은 이제 악의를 전혀 숨기려 들지 않았으므로 그후 자카르타 생활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아직 오지 축에 속하던 지난 세기의 일입니다.

 

못된 동료와 비열한 상사 밑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 일부 직장인들의 숙명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과 일할 수는 없는 일이라 내가 사표를 던지고 나온 얼마 예의 살인교사미수범은 본사에 복귀했다가 외환위기를 맞아 퇴직금의 다섯 배를 받고 명예퇴직 했고 입사동기는 우르무치 지사장으로 나가는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임원을 달지 못하고 퇴직합니다. 대기업이란 나같은 반골들도 용납하지 않지만 구설수에 올랐던 직원에게 별을 달아주지도 않는 법이죠.

 

 

 

학군선배가 강남 어딘가의 오피스빌딩 지하 식당가에서 볶음밥집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는 짐짓 알아보지 못한 했고 역시 굳이 아는 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드세요.”

 

내게 담아준 볶음밥은 다른 사람의 배쯤 되는 양이었는데 거기 그의 사과의 마음이 담겼는지 그거 먹고 떨어지라는 뜻이었는지는 결국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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