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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맞바꾼 재물주술 – 뻐수기한(Pesugihan) 본문
영혼과 맞바꾼 재물주술 – 뻐수기한(Pesugihan)
뻐수기한(Pesugihan) 즉 재물주술이란 위대한 사람들의 성지를 순례하거나 귀신이 출몰하는 스산한 장소에서 두꾼이나 꾼쩬이 지시에 따라 제물을 바치고 특정 의식을 행하는 것을 통해 부자가 되는 쉽고 빠른 방법을 추구하는 노력과 행위를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가난에 찌든 빈민들이나 돈에 쪼뜰리는 사업가들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재물주술은 인도네시아의 정치가, 관료, 사업가들과 거대한 부를 이미 가지고 있는 부자들 사이에서도 성행합니다. 그래서 이슬람의 경건한 표면 바로 밑에서 일반 군중들도 재물주술에 열광하고 있는 거죠. 이들이 재물주술을 탐하는 이유는 당연히 거대한 부를 단숨에 얻겠다는 야무진 의지가 주를 이루지만순조로운 사업진행과 회사에서의 승진, 경쟁에서의 승리와 같은 비교적 일상적인 이유들도 상당수를 이룹니다. 우리들이 한국의 무당이나 점술가를 찾는 이유와 사실상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재물주술로서 뚜율이나 바비응예뻿 같은 것들을 이미 다루었지만 그 외에도 수를 헤아릴 수없는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그중에서 대표적이라 할 만한 것들을 겉핥기식으로 주욱 한 번 훑어 볼까 합니다. 물론 어느 한 부분에서 자칫 삼천포로 빠져 디테일까지 들어가게 되면 이 챕터는 엄청나게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1. 니블로롱(Nyi Blorong)
빠랑뜨리띠스(Parangtritis)지역은 깐젱키둘여왕(Kanjeng Ratu Kidul)을 필두로 하는 영적 왕국의 중심부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끼둘여왕은 자와사람들, 특히 마따라만 지역(족자-솔로 및 그 인근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주 잘 알려진 여신이죠. 사람들이 기원을 드리는 상대는 주로 냐이블로롱(Nyai Blorong)과 깐젱키둘여왕 자신인데 그녀는 흔히 니롤로키둘(Nyi Roro Kidul)이라고도 불리우는 명실상부 남쪽 바다의 여왕입니다.
차갑도록 아름답고 무서운 질투심과 통찰력, 그리고 직관을 겸비한 니롤로키둘여왕에 대해서는 많은 전설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전설들은 또 다시 많은 버젼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일부 한국인들이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은 순다족의 전승인 데위카디타(Dewi Kadita) 공주의 이야기입니다. 데위카디타는 서부자바 빠자자란(Pajajaran)왕국의 아름다운 공주였는데 궁안의 대적이 흑마술을 걸어와 온몸의 흉측한 물집이 부풀어 오르며 살이 썩어들어가는 산뗏저주를 맞고 궁에서 도망쳐 나와 남쪽바다를 향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독한 저주가 온몸에 퍼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 때 바다에 몸을 던진 그녀를 바다의 영들이 손을 내밀어 보호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영적인 힘을 얻은 데위카디타는 마침내 저주를 씻어내고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다시는 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곳 신들과 요괴들을 다스리는 전설적인 남쪽바다의 여왕이 되었는데 그것이 니롤로키둘여왕의 탄생입니다.
한편 자바지역의 전승은 이렇습니다. 16세기 빠장왕국에 대항해 마따람 술탄왕국을 건설한 권능왕 스노빠티(Senopati)가 아직 왕위에 오르기 오래 전, 꼬따거데(Kota Gede)의 자기 집 남쪽으로 펼쳐진 빠랑꾸수모해변(Pantai Parang Kusumo)에서 이교 비법의 명상에 잠기곤 했는데 한번은 그의 신력이 너무 커 남쪽 바다 영들의 세계에 쯔나미같은 강력한 격변을 일으켰고 초자연적 존재들은 크게 동요하며 두려워했습니다. 격노한 남쪽바다의 용왕 니롤로키둘은 그녀의 왕국에 풍파를 일으킨 사람을 처단하려고 해안으로 나왔다가 오히려 멋진 남자 스노빠티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맙니다. 여왕은 왕자에게 명상을 멈추라 한 후 그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런 후 그녀는 스노빠티와 결혼식을 올려 그의 영적 배우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대대로 마따람 왕조 모든 왕들의 영적 왕비로서 왕국의 수호신이 되죠. 스노빠티의 먼 후손 격인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도 니롤로키둘과 영적 결혼식을 올렸다는 얘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그런 키둘여왕도 재물주술에 있어서는 니블로롱에 비해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니블로롱은 키둘여왕이 거느린 수많은 권속들 중 하나인데도 말입니다. 니블로롱은 전승에 의하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허리 아래로는 거대한 뱀의 형상이고 니롤로키둘여왕의 가장 용맹스러운 장수로서 엄청난 요괴군단을 휘하에 거느리고 남쪽해안의 끄라톤왕궁을 수호합니다.
한편 그녀의 원래 임무 중 하나는 인간들을 현혹해 재물주술에 빠뜨려 훗날 그들의 영혼을 자기군대의 충성스러운 군사로 귀속시키는 것이라 합니다. 전투원 모집책이란 말입니다. 전승에 의하면 니블로롱은 녹색에 금실로 자수를 놓은 끄바야(Kebaya - 몸에 옷처럼 두르는 긴 천)를 입고 있는데 달이 차오를수록 그녀의 아름다움과 힘은 절정에 달하고 달이 기울면 원래의 거대한 이무기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니블로롱은 수십억루피아(수억원) 정도의 행운은 쉽게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니블로롱을 통한 재물주술은 다른 재물주술들과 격 자체가 다릅니다. 니블로롱은 금비늘을 가진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니블로롱의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사람이 그녀와 육체관계를 맺는 동안 금이나 다이아몬드로 된 비늘이 침대 위에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재물들은 ‘제물’과 맞바꾸는 것입니다. 큰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개의치 않을 수도 있지만 니블로롱은 댓가에 대한 분명한 서약을 요구하므로 단단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계약이 성립된 후에야 침대 위 격정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이슬람에서 인정하는 올바른 부의 획득경로는 아닙니다.
니블로롱을 통한 재물주술의 효과는 딱 7년간 지속됩니다. 그러나 만료시기가 되어 계약을 연장하려 한다면 이번엔 누군가 다른 사람의 생명으로 제물을 삼을 수 없으므로 반드시 자신의 생명을 걸고 계약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니블로롱의 재물주술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불과 14년뿐이란 것이죠. 니블로롱과 계약한 아버지가 그 기간 안에 세상을 떠나면 아들이 그 재물주술을 물려 받을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재물주술을 추종했던 사람은 죽은 후 블로롱의 권속이 되어 영원히 복무해야만 합니다.
한편 깐젱키둘여왕, 즉 니롤로키둘에게 기원해 얻는 부의 크기는 고작 1-2억원 정도여서 니블로롱에게 비교하기는 좀 민망한 금액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영들의 세계를 지배하는 통 큰 여왕답게 생명의 제물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출처 : Lipatan6.blogspot.com)
2. 냐이 뿌스뽀쯤뽀코(Nyai Puspo Cempoko)를 통한 재물주술
육체관계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귀신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렘방군에도 그런 재물주술이 있는데 냐이 뿌스뽀쯤뽀코의 재물주술이라고 부릅니다. 렘방까뽕안 (Rembang Kapongan)지역을 떠도는 요물 냐이 뿌스뽀쯤뽀코는 자기를 품어줄 남자에게 언제라도 큰 재물을 나누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렘방주민들 상당수가 냐이 뿌스뽀쯤뽀코의 혼인재물주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영의 세계에서 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이 존재는 까뽕안지역에 자신의 왕국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까봉안 주민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오래된 무덤엔 매일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데 그곳이 바로 냐이 뿌스뽀쯤뽀코의 무덤이죠. 이 무덤에서는 초자연적 기운이 넘쳐 흘러 거기서 부를 빌어 부자가 된 사례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재물이 몰려와 집에 층층이 쌓일 정도로 말이죠.
사람들이 이 재물주술을 즐겨 따르는 이유는 그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뚜율이나 응예뻿처럼 누군가의 생명을 바치지 않아도 되고 니블로롱 재물주술의 경우와 같이 스스로 제물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냐이 뿌스뽀는 바람둥이 남자라면
얼씨구나 할 몇몇 획기적 조건들을 요구합니다. 그녀로부터 재물을 얻은 남자들은 정해진 날에 반드시
냐이 뿌스뽀와 격정의 밤을 보내야 합니다. 냐이 뿌스뽀가 남성 추종자와 약속을 잡는 날은 보통 끌리원요일의
목요일밤입니다. 이 재물주술의 추종자는 그날 밤 냐이 뿌스뽀의 남편이 되어 그녀의 색정을 충족시켜 줘야 합니다. 그런데 냐이 뿌스뽀는 아름답고 늘신한 미녀의 모습으로 현신한다고 하니 남성 입장에서는 정말 바람직한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쿨럭. 결국 이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것은
비단 부자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비록 귀신의 현신이긴 하지만 천하일색 미인을 품는다는 전세계 남성 공통의 로망을 이루는 일이니 그래서 그토록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겠죠.
그러나 꼭 지켜야 할 다른 조건들도 있습니다. 냐이 뿌스뽀와의 육체관계는 오직 시전자만의 비밀이어야 하므로 시전자는 반드시 방 하나를 특별히 구별하여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들여가거나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 방은 비록 귀신출몰지역이 되는 셈이지만 여기서 시전자는 아름다운 냐이 뿌스뽀의 현신을 품게 됩니다. 냐이 뿌스뽀는 이 외에도 시장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들과 향기로운 꽃잎들, 어린 야자 등을 공양하고 벌꿀향을 피워줄 것을 요구하는데 공양은 매일 이루어져야 하고 절대 잊거나 빠뜨려서는 안됩니다.
이런 비밀스러움 때문에 이 재물주술의 후기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대신 목격담을 하나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동부자와 뚜반지역에 사는 부자 나시르는 아직 가난한 농부이던 시절 이 지역에 와 냐이 뿌스뽀쯤뽀코 재물주술을 시전한 적이 있고 그 후 고향에 돌아가 사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가 여지껏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냐이 뿌스뽀와의 계약에 아직 매여 있기 때문일 거라고 사람들은 수근거립니다.
나시르의 신비로운 비밀에 대해 말해준 사람은 그의 가정부였습니다. 그녀는 나시르가 가족들을 포함해 아무도 들여보내지 않는 특별한 방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매주 끌리원요일의 목요일밤마다 가정부는 그 방에서 여인의 간드러진 교성이 흘러나오는 것을 자주 들었던 것입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녀는 결국 열쇠구멍으로 방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집주인 나시르가 그 방에서 한 아름다운 여인과 한창 관계를 갖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가정부는 저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날 찾아온 다른 손님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여인이 아마도 냐이 뿌스뽀였을 것입니다. 이 재물주술의 귀신은 보통 인간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더욱이 그때 나시르가 품고 있던 여인은 몸매와 그 아름다움에서 그 지역 일대에 비교할만한 사람을 전혀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한편 나시르가 매일 준비해 그 방에 두어 공양하는 것은 냐이 뿌스뽀가 요구한다는 물건들이었고 그가 혼인적령기를 한참 지나고서도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 정신이 나간 듯 혼자말을 자주 한다는 점이 그런 생각을 더욱 확신케 했습니다. 나시르는 얘기를 걸어도 엉뚱한 대답을 하곤 했고 대개의 경우 대화다운 대화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것은 렘봉의 까뽕안지역에서 냐이 뿌스뽀쯤뽀코의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증세였던 것입니다.
(참조 - http://terungkaplagi.blogspot.com/2014/10/kisah-pesugihan-nyai-puspo-cempoko-rembang.html)
3. 레렝머라삐(Lereng Merapi – 머라삐산 중턱마을)의 재물주술
와뚜뚬뻥(Watu Tumbang)이라고 알려진 이 곳은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장소로서 족자 슬레만의 짱끄링안 구역(kawasan Cangkringan, Sleman Yogyakarta)에 위치하며 항상 공물들이 넘쳐납니다. 방문객들은 승진이나 일신의 안위, 재물주술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소원을 빌고 매주 목요일밤 시장 군것질거리들과 일곱가지 꽃잎들을 바칩니다.
와뚜산 꾼쩬에 의하면 그 곳에 무덤처럼 땅은 솟아 있는 곳은 사람의 무덤이 아니라 머라삐화산을 수호하던 끄린찡웨시(Kerincing Wesi)가 타던 코끼리의 무덤이라고 합니다. 끄린찡웨시는 끼아이 자가드(Kyai Jagad)가 키우던 용의 알을 먹은 후 거인으로 변해 머라삐산을 지키는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앞서 니롤로키둘여왕과 결혼하고 마따람왕국을 세운 권능왕 스노빠티로부터 코끼리를 한 마리 선물 받았습니다. 나중에 그 코끼리가 죽었을 때 끄린찡웨시는 애통해하며 머라삐산 중턱에 그 시신을 묻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밤마다 코끼리 울음소리가 종종 들린다고도 하고 심지어 그 코끼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도 합니다. 물론 방문객 입장에서는 그 무덤 속에 뭐가 뭍혀 있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죠. 이 장소가 사람의 운명을 변하게 하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끌리원의 목요일밤마다 사람들은 공물을 바치고 칭송한 후 곧장 원하는 바의 소원을 비는데 이곳의 영들은 그 소원에 응해 풍성한 행운과 재물을 내려주면서도 별도의 희생제물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뚜율이나 블로롱, 원숭이, 응예뻿, 불루스짐붕(Bulus Jimbung) 같이 목숨과 영혼을 담보로 하는 다른 재물주술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곳에선 공물과 기도만으로 원하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이 주술을 선택한 무슬림으로서는 이 기도가 이슬람의 유일신께 드리는 것이 아니라 거인 끄린찡웨시의 혼령에게 드린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릴 뿐입니다.
4. 문딩수리 재물주술(Pesugihan Munding Seuri)
떵가라(Tenggara)의 측면에 있는 찌보다스(Cibodas)의 구능거데 지구(Kawasan Gunung Gede)는 찌안주르(Cianjur)도시를 세우고 귀신부인들을 거느렸던 라덴 아리아 위라나두다타르의 아들인 라덴 수리아 끈짜나(Raden Surya Kencana)가 살던 곳이라도 합니다.
떵가라지역에도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땅이 무덤처럼 솟아 오른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재물주술의식을 시전하는 성지이지만 보름달이 뜨지 않은 날에는 아무 효험도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장소로 가는 것부터가 간단치 않아 이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가파른 경사길을 하루 종일 걸어 올라가야 하며 우기엔 길이 미끄러워 낙상사고의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역경들은 그들이 쉽게 부자가 되고자 하는 굳은 의지에 대한 시험이라 여겨져 쉽사리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의식은 해가 지면서부터 시작합니다. 시전자들은 완전히 벌거숭이가
되어 인근 진흙 늪에 몸을 담궈야 하는데 그 전에 향을 피우고 슈리의식이 벌어지는 성소(수련장) 늪에 꽃잎들을 뿌리고 향을 태웁니다. 그 의식은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중단없이 계속되며 새벽 햇살이 비친 후에야 시전자들은 늪에서 올라와 풀밭을 이리저리 구르며 풀에 몸을 문질러 진흙을 씻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시전자들은 다시 늪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늪 속에서 시전자들은 제물로 바쳐진, 그러나 실제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기 아이들의 기형적인 얼굴들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나중에 자기 아이가 안면기형을 타고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자녀의 건강과 미모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죠. 이때 이들은 그나마 안면기형의 종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특이한 점은 놀랍게도 그들 대부분이 하필 언청이 얼굴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이 선택을 주관식으로 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고 자녀 얼굴의 비주얼 지원이 되는 상황에서 분명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일 것 같은데 굳이 언청이 얼굴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 원치 않았던 다른 선택들은 더욱 더 처참한 모습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부자가 되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지만 비록 절박함에 떠밀려 어쩔 수 없었던 결정이라 하더라도그 파국적 결과를 그렇게 전적으로 자녀들에게 짊어지우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입니다.
“다 너희를 위해서 그랬어! 그래서 비록 너희들이 언청이라도 그나마 금수저 물고 태어난 건 다 내 덕이야.”
부모는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문딩수리 재물주술(pesugihan Munding Seuri)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제물로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의 잔혹함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무정함을 웅변적으로 시사합니다. 한편 자바어 Munding Seuri는 ‘웃는 물소’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건 어쩌면 웃고 있는 듯한 물소의 표정에서 언뜻 언청이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이 주술이 요구하는 것은 비단 그것뿐이 아닙니다. 시전자들은 소도 몇 마리 키워야 하는데 소들은 의식을 치룬 늪 근처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하며 반드시 자기 집에 데려가 키워야 합니다. 만만찮은 값을 치르고 최소 소 한 마리를 사야 한다는 뜻이죠. 꾼쩬은 장사를 할 기회를 얻고 소값은 복채가 되는 셈입니다. 그외에도 매월 보름달이 뜨면 시전자들은 풀을 한 묶음씩 준비해 침상 밑에 놓아 두어야 하는 등 매번 충족시켜 줘야할 제법 복잡한 조건들이 따라 붙습니다.
5.
겐더루워의 털을 통한
재물주술
이 주술을 행했던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그들이 이 주술을 선택한 이유는 털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위험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거였습니다. 제물이나 생명으로 댓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겐더루워를 주제로 다루었던 챕터에서 보았던 것처럼 까마귀고기만 있으면 됩니다.
이 주술을 행하려면 일단 까마귀고기로 음식을 준비해 가얌나무 밑에 가져다 놓고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해가 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자카르타 같은 대도시에서는 가얌나무를 발견하기도 힘들고 비록 있다 한 들 그 밑에서 발가벗고 서 있는 건 주위의 이목도 있고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이니 이 주술을 정말 시전해 보려면 우선 자와 산간벽지의 인적이 드문 촌구석을 찾아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후 모든 준비를 마쳐 놓으면 머지 않아 그림에서처럼 무시무시한 얼굴에 온몸이 털로 뒤덮힌 겐더루워가 나타납니다.
겐더루워는 시전자가 준비한 음식을 단번에 삼켜버릴 것이므로 이 시점에서 시전자의 민첩성이 요구됩니다. 겐더루워가 음식을 먹는 동안 최소한 털 한 올은 뽑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전승에 의하면 사람이 벌거벗으면 귀신의 눈엔 보이지 않게 되는 대신 사람의 눈엔 귀신이 보이게 된다는 거에요. 옷을 벗고 기다리는 이유는 그런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일단 시전자에겐 매우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아 시전자가 겐더루워의 털을 얻게 되면 이제 그의 인생은 만사형통하기 시작하고, 평생 재물이 차고 넘치게 될 것입니다. 겐더루워의 털을 얻은 사람은 쉽게 큰 부자가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오히려 겐더루워의 밥이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겐더루워가 아이들을 납치해 갔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그 거대한 송곳니와 날카로운 손톱으로 누굴 해쳤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 친구는 기본적으로 색귀(色鬼)거든요. 그러나 한번 실패한 시전자는 목숨이 두려워 다시는 이 방법을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6. 까마귀고기 구이를 통한 재물주술
까마귀고기는 겐더루워뿐 아니라 거의 모든 귀신들에게 통합니다.
영을 다루는 인간들 중에는 한 밤 중에 묘지 한 가운데에서도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는데 렘방(Rembang)지역에 소재한 부걸산(Gungung Bugel) 중턱 묘지에서 하루밤에 3천만 루피아(약 270만원) 어치의 까마귀고기구이를 그곳 혼령들에게 팔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 동네에는 귀신전용 야간신용금고나 ATM 현금인출기 같은 게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장사꾼이 되려면 갓 잡아 아직 살아있는 까마귀, 아로만기름과 각종 향들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절대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은 튼튼한 담력입니다. 온갖 형태를 하고 나타날 귀신들을 직접 대면해야 하니 말입니다.
미리 정한 날짜의 한밤중에 장마당을 벌릴 묘지에 까마귀와 요리도구들을 싸들고 가, 우선 영의 세계의 문이 열리도록 특별한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그런 다음 향을 피워놓고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어대게 놔둡니다. 겐더루워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니 옷은 벗을 필요 없습니다.
까마귀가 우는 순간이 도축할 적기이므로 그 순간을 놓치면 안됩니다. 그런 후 깃털을 모두 뽑고 아르만기름을 까마귀고기에 뭍혀 문질러주고나서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그러면 굽기도 전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물론 그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귀신들입니다. 그들은 서로 먼저 까마귀고기구이를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일 것이므로 판매자가 가격을 엄청 높여 바가지를 씌워도 기쁜 마음으로 반드시 사갈 것입니다.
가끔 나뭇잎을 돈으로 사용하는 악덕 귀신들이 있으니 위폐감별기를 설치해 놓는 것은 필수입니다. 쿨럭.
7. 꺼무꾸스산(Gunung Kemukus)의 재물주술
꺼무꾸스산(Gunung Kemukus)은 중부자와 스라겐군 숨버르라왕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꺼무꾸스산의 재물주술의식은 2014년 11월 호주 SBS TV에서 섹스마운틴(Sex Mountain)이라는 제목의 7분 21초짜리 취재동영상을 방영하면서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 동영상은 꺼무꾸스산 재물의식으로서의 난교행위와 이에 관련된 현지 매춘문제를 조명한 것인데 정작 이런 내용을 잘 모르고 있던 인도네시아 무슬림사회에도 직격탄을 날리며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논란은 이 산의 재물주술의식이 선정적인 냄새를 물씬 풍긴다는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의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상대 성을 가진 사람 한 명과 연거퍼 일곱번 성관계를 가져야 하며 그 상대는 당사자의 남편 또는 아내가 아니어야만 한다는 철칙이 그 논란의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런 조건을 지키자면 필연적으로 불륜과 매춘을 조장할 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규칙이 세워진 것은 사모드로왕자와 냐이 온트로틀울란 사이의 금지된 사랑때문이었는데 서슬퍼런 이슬람이 기염을 토하는 인도네시아의 한 복판 꺼무꾸스산 정상에서 오늘날의 후손들이 재물주술을 빙자한 난교파티를 행하도록 한 그들의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꺼무꾸스산에 있는 사무드로왕자의 무덤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그가 극강의 신력을 가진 위인이었으며 그런 사람들의 무덤엔 아직도 그들의 정기가 남아 방문자들에게 축복을 내린다는 믿음이 그 기저를 이룹니다. 그래서 도력 높은 종교지도자, 전설적 영웅들의 무덤은 그래서 늘 수많은 방문객으로 들끓습니다. 사모드로왕자의 무덤도 같은 경우입니다.
꺼무꾸스산은 그 전체가 사무드로왕자와 그의 어머니 온트로울란의 묘지인 셈입니다. 이 단지 형태의 묘지는 해발 300미터의 언덕 정상에 위치해 있고 벽돌벽과 합판벽이 섞인 조글로주택형태의 건물들이 덧지어져 있습니다. 그 안에는 세 개의 무덤이 있는데 제일 크고 흰 망사천에 쳐진 곳이 사무드로왕자와 그 어머니의 무덤입니다. 그 옆 두 개의 무덤은 왕자의 충성스러웠던 하인들의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본관건물의 한쪽 편은 순례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덤으로부터 300미터 정도 언덕의 동쪽 기슭엔 센당 온뜨로울란(Sendang ontrowulan)이라는 옹달샘이 있습니다. 이 샘은 냐이 온트로울란이 아들을 만나기 위해 몸을 씻었다는 곳인데 지독한 가뭄에도 한 번도 마른 적이 없었고 아름다운 냐이 온트로울란의 정기가 남아 이 샘물로 세수하면 즉시 젊어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냐이’-Nyai 또는 니-Nyi는 왕족의 여인이나 귀부인의 이름 앞에 붙이는 존칭으로 부인에게 붙이는 존칭인 ‘뇨냐’ nyonya 보다 한 단계 위라고 볼 수 있음, 예 - 냐이 블로롱, 니롤로키둘.)
무덤엔 꾼쩬(주루꾼찌- 열쇠를 맡은 자) 하스또(51)씨가 대기하다가 방문객을 맞는데 집안 대대로 8대째가 되는 사무드로왕자 무덤의 꾼쩬이며 1987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향을 피우는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서 순례객들이 방문목적을 얘기하면 그는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주문을 외우며 기도를 올린 후 순례객들을 본관건물 안쪽으로 인도합니다.
목요일밤과 자와의 뽄(Pon)요일이 겹치는 날이면 방문객들은 급격히 늘어 수천명에 이르기도 하고 이슬람력 1월의 말람줌앗뽄(목요일밤과 뽄요일이 겹치는 날)이나 줌앗끌리원(금요일과 끌리원요일이 겹히는 날)엔 순례객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참고 - 자와의 5요일 시스템은 Manis, Pahing, Pon, Wage, Kliwon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반 칼렌더의 월요일~일요일에 해당하는 7요일 Senin, Selasa, Rabu, Kamis, Jumat, Sabtu, Minggu을 서로 엮은 조합이 총 35개. 그래서 예를 들어 줌앗끌리월(Jumat Kliwon)이라 하며 일반요일로는 금요일, 그런데 자와요일로는 끌리원요일이 겹치는 날을 뜻한다. 그래서 제사의식에 있어 35일이란 날짜개념이 중요하고 이는 주역에서 날과 시를 따지는 것처럼 그날 태어난 사람의 성격과 미래를 결정한다..)
이런 날이면 방문객은 급기야 수만명이 이르기도 하는데 이 중 많은 수가 서부자바로부터 온 사람들이며 각각의 소원을 성취하려는 야심찬 목적을 가지고 왔을 것입니다.
사무드로왕자의 무덤은 행운을 가져오는 힘이 있어 진심을 다해 소원을 비는 자에게 축복을 내려준다고 하는데 무덤의 효험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벌어지는 난교파티에도 반드시 참여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근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사무드로왕자의 무덤을 위시한 꺼무꾸스산 전역의 풀밭이나 나무밑에서 벌거숭이가 된 수백, 수천쌍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말 그대로 난교파티를 벌였겠지만 그 일대와 산아래 마을에 숙박시설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이후 섹스의식은 호젓한 방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다행이랄까요? 아니면 신성한 의식의 전통을 훼손한 아쉬운 일이라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은밀해야만 할 행위를 공개적으로 벌이며 서로 엿보게 되는 뻘쭘함은 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경황이 없어 섹스의식을 함께 할 상대를 미리 구해놓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방을 빌려주는 그곳 주민들은 재물주술을 위해 함께 사랑을 나눌 여성들도 상시 대기시켜 두고 있습니다.
꺼무꾸스산 재물주술의 전제조건이 되는 프리섹스에 대한 전승이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성매매시장을 크게 부흥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근 지역의 매춘여성들이 대거 꺼무꾸스산으로 몰려들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었고 끌리원의 목요일 밤이면 도시의 매춘부들까지 원정을 와 꺼무꾸스산은 순례자들과 매춘부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하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매춘문제를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서 벌어지는 성매매행위로 인해 주민들은 오히려 나름대로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방을 빌려주고, 음식을 팔아 돈을 버는 게 중요하죠. 섹스나 풍기문란?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다르만또씨가 한 말입니다. 그는 꺼무꾸스 마을의 촌장입니다.
꺼무꾸스산의 섹스의식과 성매매 문제는 사실 해당 지방정부와 스라겐 경찰청에서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상황이 공여하는 경제적 이익이 인근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관공서가 앞장 서 이런 활동을 지원하고 조장하고 있는 것 역시 아니고요.
“우리가 전면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에요.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관한 문제인 만큼 좀 더 인간적인 측면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스라겐 경찰서장 찰스 응일리(Charles Ngili) 총경은 말을 좀 더듬거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라겐군의 관광청에서는 무덤으로 오르는 175개의 계단에 풍기문란을 금지하는 공지문을 내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섹스라는 건 언제나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것인데 앞서 언급한 전설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오죽하랴 싶습니다.
그럼 도대체 이런 결과를 낳게 한 사무드로왕자의 전설은 어떤 것일까요?
언제나 그렇듯 꺼무꾸스산의 전설도 십여가지의 버전이 있습니다. 사무드로왕자가 마자빠힛왕국의 왕자였다는 얘기도 있고 데막왕국 라덴빠따왕의 아들이었다는 애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온트로울란왕비가 왕의 정실로 사무드로왕자의 친엄마였다고도 하고 또 다른 전승에서는 왕의 젊은 후궁 또는 사무드로왕자의 계모였다고도 합니다. 그 버전들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니 꺼무꾸스산 인근주민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바젼을 소개합니다.
사모드로왕자는 마자빠힛왕국의 쁘라부 브라위조요왕이 정실로부터 얻은 큰 아들이었다. 그는 성인이 되어 인생의 도움이 될 경험들을 쌓기 위해 더 큰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을 때 왕의 후궁들 중 한 명인 온트로울란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온트로울란 역시 그의 사랑을 받아 들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쁘라부 브라위조요왕은 크게 격노하여 두 사람을 추방해 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지금의 숨버르라왕면(Kecamatan Sumber Lawang)이 된 지역을 유랑하다가 꺼무꾸스 산자락에 머물게 되었는데 맑은 물을 보고 크게 기뻐한 온트로울란이 몸을 씼은 그곳이 지금 온트로울란의 샘이라 불리게 된 곳이었고 그들은 그때부터 그곳에 정착해 부부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샘물 옆의 티크나무 밑에서 하루 종일 명상에 잠기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이 샘을 온트로울란이 땅에 막대기 하나를 꽂아넣어 솟아나오게 한 것이라고도 한다. 또한 이곳의 울창한 나가사리나무 숲도 온트로울란이 긴 머리칼을 출렁거릴 때 떨어진 머리장식품들이 뿌리를 내려 자라나게 된 수목들이라고 전한다.
어느날 온트로울란이 조금 먼 곳에서 며칠동안 명상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사모드로왕자는 그 사이 병에 걸려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블로롱 마을 사람들은 왕자의 유해를 샘에서 씻겨 언덕 위에 매장했는데 그 사실을 전혀 알 길 없었던 온트로울란이 돌아와 샘에서 몸을 씻고 꺼무꾸스산 정상으로 향했을 때 그녀가 만난 것은 그리운 왕자가 아니라 그를 막 매장하고 내려오는 마을주민들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미 깊은 밤이 되었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녀를 사무드로왕자와 함께 매장해 주었다.
그들이 세상을 떠난 지 몇 년 후 어느날 사모드로왕자와 온트로울란이 마을의 장로 앞에 홀연히 그 모습을 나타냈다. 사모드로왕자는 그들의 무덤에 꽃을 가져오는 모든 사람들의 원하는 바를 성취해 주겠다며 단 한 가지의 조건으로서 무덤을 찾는 사람들은 그들이 각각 자기 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라 했다는 것이다.
순례자들은 사무드로왕자가 오랜 수련정진을 통해 거대한 능력을 갖게 된 사람이었다고 믿습니다. 또한 최선의 주술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가 지시한 바 대로 모든 순례객들이 자신의 배우자가 아닌 다른 상대와 일곱 번 육체관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위와는 좀 다른 버전 중 하나에선 천륜을 어긴 사랑에 빠져 함께 달아난 사무드로왕자와 온트로울란왕비를 뒤쫒아온 데막왕국의 라덴빠타왕의 군대가 마침내 꺼무꾸스산의 은거지에 도착해 두 사람을 추살하는데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 사모드로왕자는 “누구든 가득한 진심과 정결한 마음으로 소원과 갈구함을 품고 있다면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말고 그 원하는 바를 위해 정진하라!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일에 손을 뻗쳐라! 갈구하던 것들을 마침내 품는 것처럼!!(데메나네)”라고 목청껏 외쳤다고 합니다.
‘원래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의 육체관계라는 것은 ‘데메나네’(dhemenane)라는 단어에서 추론된 것인데 이 말은 ‘숨겨둔 연인’을 의미하므로 정식 부부가 아닌 남자나 여자 상대방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드라나마 영화에서 늘 그렇지만 죽어가는 사람 치고 사무드로왕자는 너무 대단한 말을 굉장히 난해하게 말한 경향이 있습니다. 또 다른 버전에선 온트로울란과 막 몸을 섞으려던 찰라 공격을 받아 죽음에 이르게 된 사무드로왕자가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 직전 누구든 자신들이 못이룬 육체관계를 물려받아 완성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누구라 할지라도 그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겠다고 목놓아 외쳤다는데 그가 했던 말은 정확히 이랬다고 합니다.
“그래 좋다, 내가 두 손 들지. 하지만 내 마지막 죽음의 맹세를 듣거라! 누구든 내 행동을 따라하는 자들은 내가 쌓은 죄업을 속죄케 할 것이니 그들이 무엇을 원하든 반드시 성취토록 도와주리라!”
이것도 숨넘어가는 사람이 한 말로는 아직 좀 깁니다. 그리고 사실 사무드로왕자가 훗날 꺼무꾸스산에서 난교파티를 벌일 후세의 무슬림들에게 면죄부 쉴드를 쳐주기 위해 죽는 순간 마지막 호흡을 저런 복잡한 대사를 하는데 썼으리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전설은 주작일지언정 꺼무꾸스산의 재물주술과 그와 관련된 섹스의식은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현실인데도 강경 일변도로 달려가는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이 꺼무꾸스산의 관행을 일거에 불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민속과 무속의 뿌리가 종교의 그것보다 더욱 깊고 단단하다는 반증이라 생각됩니다.
(참고 - http://unknown-nasir-azah.blogspot.com/2013/01/legenda-gunung-kemukus-pangeran-samudro.html)
좀 너무 깊이 들어왔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의식이 어떻게 진행되며, 시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련 기사를 하나 더 참고해 보기로 합니다.
Merdeka.com –(전략)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중년여인은 꺼무꾸스산 중턱에서 벌어지는 의식이 이미 수십년째 계속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행운과 그외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난 솔로의 거데시장에서 생선을 팔아요. 돈을 많이 벌게 해주시고 경쟁하는 다른 장사꾼들에게도 이길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해요.” 머르데카닷컴과 인터뷰하던 지난 월요일 그녀는 그렇게 기도했음을 인정했다. 40대의 이 여인은 처음엔 꺼무꾸스산에 올라 자신이 소원을 사무드로왕자의 무덤앞에서 간절히 간구하기만 했다고 한다. 그때 다른 사람들도 여럿이 왕자의 묘비에서 기도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젊어 보이기를 간구했고 많은 행운을 달라고도 빌었다.
“그런 다음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을 씻고 이런 저런 다른 사소한 의식들을 행했죠.”
사소한 의식이란 온트로울란의 샘에서 몸을 씻은 후 시작되는 섹스의식을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기도가 사무드로왕자 무덤에 거하는 초월적 존재들 사이에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여 꺼무꾸스산 재물수술의 철칙대로 그 의식을 행한 것이다.
“그렇죠 뭐. 하지만 그 동네 사람들의 품을 샀어요. 자기 남편이랑 하는 건 안된다잖아요.”
그녀에 따르면 이 의식은 빠힝의 목요일, 뽄의 금요일, 끌리원의 금요일, 그리고 이슬람력 새해 전야에 행해지며 연거퍼 일곱 번씩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한다. 처음 몸을 섞었던 상대방과 말이다. 상대를 바꿔서는 안된다. 또 다른 조건은 그렇게 불륜의 관계를 맺은 상대를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무드로왕자의 무덤에서 성취된 기도의 신성함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동안 한 명이 더 있었어요. 나보다 훨씬 어렸죠.”
그녀는
지금까지 지켜왔던 의식의 조건들 어느 하나라도 어기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의식의 모든 조건들은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느 것 하나라도 어기게 되면 재앙적 파국을 낳게 될 것이라고 한다.
(출처 - 재물주술을 위한 꺼무꾸스산의 난교파티 Reporter : Fariz Fardianto | Senin, 24 November 2014 http://www.merdeka.com/peristiwa/pesta-seks-bebas-di-gunung-kemukus-demi-pesugihan-penglaris.html)
8. 태아와 맞바꾸는 재물의식
‘태아교환’이란 자녀를 원하는 여성 진에게 탯속의 아기를 양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전자인 여성이 거래에 성공해 태아를 진이 데려가 키우도록 양도하게 되면 다시는 태아를 돌려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대신 진은 양도의 대가로서 시전자에게 보석이나 돈벼락을 내려준다는 것이 이 재물의식의 골자입니다.
9. 뚜율을 통한 재물주술
뚜울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한 번 다뤄본 적이 있어 전체적 설명을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만 뚜율은 부토이조(Buto Ijo), 바비응예뻿(Babi Ngepet)과 함께 재물주술의 마물들 중 가장 대표적인만큼 당시 누락되었던 몇몇 내용들을 조금 보충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키우는 뚜울은 입술방향이 세로로 난 것들입니다. 주인이 이 뚜율을 자기 아들처럼 여긴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뚜율이 엄마나 집안 처녀들의 젖을 빠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정작 그 여인들이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뚜율을 가진 사람의 딸들은 좀처럼 혼처가 나서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뚜율때문이기 쉽습니다.
그런 상황이 길어질수록 뚜율의 기운이 더욱 커져 처녀의 운은 점점 더 막히게 되는데 뚜율이 처녀에게 다가가거나 심지어 몸을 섞는 상황까지 벌어지면 뚜율의 음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합니다. 뚜율은 그 처녀를 평생 자기와 놀아줄 누나처럼 여기거나 심지어 특정 의식을 통해 성적으로 농락하며 사랑을 나눌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데 그것이 처녀의 인과율을 악화시켜 더더욱 혼사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주인은 뚜율을 짐승처럼 묶어 해지기 직전 늦은 오후에 전통시장 인근으로 산책을 나가곤 합니다. 주인이 특정 장소에 앉아 쉬면서 딴청을 부리는 동안 뚜율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장사꾼들 지갑에서 지폐를 몇 장씩 슬쩍해 오도록 하기 위함이죠. 마그립 저녁기도시간의 아잔이 울려퍼질 때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주인은 뚜율과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10. 부인과 교환하는 재물주술
이 재물주술의 제물은 남편이나 아내가 되는데 이는 이 재물주술의 시전자가 바람 피우거나 가족에게 무책임한 자신의 배우자에게 격분하여 독기를 품은 경우입니다. 이 주술을 시전하는 장소는 보통 머르바부산(Gunung Merbabu) 산자락의 꾼쩬산(Gunung Kuncen) '수수앙인동굴'(Goa Susuh Angin)이라는 곳입니다.
11. 긴 베개를 교환하는 재물주술(Pesugihan Tukar Guling)
물론 이게 정말 베개를 교환하는 주술일 리 없습니다. 이 주술은 대적의 생명을 제물로 사용합니다. 역시 수수앙인 동굴에서 행해지곤 하는데 이 주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한 쪽 면인 내 입장에선 돈을 벌겠다는 거지만 다른 쪽 면에서는 상대방의 생명을 제물로 삼는 만큼 산뗏저주를 날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두꾼이 선전하고 있는 다음 내용을 참고해 봅시다.
PESUGIHAN TUKAR GULING DARI KI,ANDHONK,PAMUNGKHAS
빠뭉하스의 안동도사(끼안동크)가 말하는 뚜까르굴링 뻐수기한
Jual
musuh (jm) 쥬알무수 – 대적의
생명을 판매함
이것은 마물에게 당신 대적의 생명을 제물로 팔고 그 대가로서 마물로부터 일정금액을
환전받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대적이라 함은 당신이나 당신 가족의 마음을 상하게 했거나 비참한
상황으로 몰아 넣어, 그를 생각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런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재물주술을 선택하는
이유는 산뗏저주를 거는 것보다 많은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산뗏저주를 걸 경우 두꾼이게 적잖은 돈을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상대방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 외에는 당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쥬알무수 주술을 통해서 당신은 깐젱라투키둘이나 니블로롱, 아유알라스로반여신, 란자르사리여신,
민토레조도사 등에게 당신의 대적을 제물로 팔아치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이름들은 영들의
세계의 큰 손들이다. 그들을 마물세계의 큰 손들에게 팔면 당신은 그 대적이 실제로 죽기 전이라도 그
대금으로서의 수십억루피아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당신의 대적은 100일 이내에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테지만일반적인 사인으로
사망하게 될 테니 괜히 당신이 의심받을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아차릴 수 없도록 마물들의
큰 손들이 당신의 원한을 갚아 줄 것이고 동시에 거대한 부를 안겨줄 것이다.
JUAL KELUARGA (쥬알 끌루아르가 – 가족의 생명을 판매함)
이것은 당신의 가족들, 예컨데 자녀, 아내, 남편, 부모, 시부모, 할아버지 등의 생명을 마물세계의 큰 손들에게 제물로 파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파는 주술을 통해 얻게 되는 부의 크기는 대적의 생명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생명일수록 그 가치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JUAL
UMUR (쥬알 우므르 – 수명을 판매함)
이것은 당신 스스로의 수명을 마물세계의 큰 손들에게 파는 것이다. 시전자 외에는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이 재물주술방식은
앞서의 두 가지 방식보다 더욱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몇 년의 수명을 팔 것인지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JUAL
JANIN (쥬알 쟈닌 – 태아를 판매함)
우린 태아의 상태가 바늘 한 개 조건, 즉
태중 나이가 7개월 미만인 경우에만 이 주술방법을 수락할 수 있다. 이
방식의 보상이 가장 크며 시전자는 반드시 모든 조건들을 준수해야만 한다.
(출처 - http://canooen.blogspot.com/2015/01/pesugihan-tukar-guling-dari.html)
살짝 소름이 돋습니다.
그리고 이런 주술을 왜 ‘긴 베개를 파는 재산주술’이라 부르는 걸까요?
12. Ngipri (잉이프리 주술)
잉이쁘리 재물주술의 추종자들은 특정한 날의 밤이 찾아오면 재물주술을 시전할 당시 귀신과 맺은 약정에 따라 짐승요괴로 변신하는데 주로 돼지나 원숭이, 뱀, 고양이 등으로 변하게 됩니다.
앞서 챕터에서 다루었던 바비응예뻿 도둑돼지가 가장 대표적인 잉이쁘리 주술 중 하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잉이쁘리 주술은 여성요괴나 귀신과 혼인하여 부를 얻는 방식의 재물주술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요괴여왕은 대개 용과 같은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하고 있곤 합니다.
잉이쁘리 주술의 시전자가 요괴와 몸을 섞을 때마다 돈과 부가 쌓이게 되는데 이것은 사실 시전자와의 합방으로 색정을 충족시킨 요괴가 쏟아내는 애액(!!)이라고 합니다.
이 주술은 시전자의 정신을 혼란시키고 궁극적으로 인생의 방향을 잃게 만듭니다. 그래서 만약 잉이쁘리 주술에 환멸을 느껴그 길에서 돌아서는 방법은 당신이 길을 가다 만나게 되는 어느 사거리에서 잉이쁘리주술의 부적을 내던져 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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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챕터는 흑마술사 두꾼 편으로부터 시작한 인도네시아 흑마술과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 첫 번 째 시즌을 마무리 하는 글이어서 좀 무리해서 긴 글을 썼습니다. 물론 두 번 째 시즌이 찾아올지 아니면 이걸로 끝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 글이 끝난 게 아닙니다.
뻐수기한, 재물주술의 이야기에서 ‘꾼쩬’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도 중요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꾼쩬은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자신이 관리하는 시설이나 관련인물, 관련지역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통하여 핵심적인 정보제공과 안내가 가능한 사람입니다. 꾼쩬을 거치지 않고는 어느 지점에서 어떤 의식을 해야 하고 어떤 영과 어떤 신에게 빌어야 할 지를 알 수 없습니다. 꾼쩬을 거치지 않고는 까마귀고기를 어느 묘지의 어느 나무 밑에서 얼만큼을 준비하여 팔아야 할지도 알 수 없고 꾼쩬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 산에서 겐더루워를 만나야 할지 아니면 저 해안에서 니블로롱을 만나야 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만큼 꾼쩬은 재물주술에 있어 핵심적인 존재입니다.
물론 꾼쩬은 꼭 흑마술과 재물주술에 관련한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의 현실세계에도 꾼쩬문화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세무문제로 천문학적 벌금을 두드려 맞았을 때 그걸 해결하기 위해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할 지 잘 모를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을 곤두세워 잘 찾아 보면 그 길과 과정을 알려줄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가 바로 꾼쩬입니다. 대대적인 투자허가를 위해 또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합작을 위해, 때로는 파국적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주지사나 부빠띠, 또는 장관을 만나야 할 경우도 생기죠. 하지만 그 문고리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외부인은 죽어도 알 수 없고 설령 개인적으로 아는 내부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가 주지사나 부빠띠나 장관 앞에 날 데려다 줄 수 있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도 해당 관료의 사무실 문을 나를 위해 한 방에 열어줄 꾼쩬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로 인해 고위인사를 만나려면 ‘꾼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꾼쩬의 그런 핵심적인 역할로 인해 재물주술의 세계에서도 사기사건은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진노도 무서워하지 않고 교회의 돈을 개인용도로 빼돌리는 목사들이 있는가 하면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무슬림들도 있는 판에 니롤로키둘이나 니블로롱에게 바쳐질 돈을 가로채는 꾼쩬들도 없을 리 없습니다.
다음은 한 꾼젠의 홈페이지를 번역한 것입니다.
재물주술은 실제로 존재할까?
재물주술은 수세기 전부터 있어 왔다. 믿든 믿지 않든 재물주술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오늘 날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수많은 전설들과 영화에서 재물주술이 등장하는 것 역시 그것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거인 것이다. (참 이상한 증거입니다)
재물주술을 통해 빠르고 손쉽게 얻게 되는 재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수억에서 수십억루피아에 이르는 거대한 돈은 열쇠를 지키는 자인 꾼쪤을 부리는 마물의 세계의 큰 존재가 전달해 주는 것이다. 마물세계의 큰 존재들은 마법의 군대를 가지고 있어 매일 그들을 움직여 재물을 가져와 축적할 수 있는데 그 재물은 요즘엔 화폐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들이 가져오는 돈들은 인간세계에서 부패나 폭력 등을 통해 모아진 정결치 못한 돈들이다. 이런 돈들은 마물세계의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꾼쩬을 통해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자들에게 주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재물주술을 하는 사람들이 꾼쪤을 통해 얻게 되는 즉각적인 부는 사실상 인간세계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셈이다.
즉각적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마물세계의 큰 존재들이나 꾼쪤들은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모든 마물들은 염소 같은 가축들을 먹이로 하는데 인간세상에서 얻어야 하는 것들이지만 함부로 경계를 넘나들며 가축들을 가져올 수 없다. 오직 인간들이 줄 때에만 비로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꾼쩬의 역할이 생긴다. 재물주술이 의뢰자가 내놓는 복채는 전액 염소를 사거나 그 염소를 마물의 세계에 바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복채를 얼마를 요구하느냐 하는 것은 재물주술의 의뢰자가 얻고자 하는 금액을 마물세계의 존재에게 받아 내기 위해 염소를 몇 마리 바쳐야 하는지 역산하여 결정한다. 염소가 마물의 세계로 바쳐지고 나면 그곳의 큰 존재들은 즉각적으로 의뢰자가 요구한 금액을 만들어 준다. 그것을 꾼쩬이 받아 의뢰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꾼쩬은 그 금액에 대해 10%의 권리를 갖는다.(이건 만약 내가 재물주술을 통해 10억을 얻고 싶다면 꾼쩬에게 1억을 복채로 미리 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그 1억으로 꾼쩬이 염소를 사서 영의 세계에 제물로 바쳐 딜을 하고 그 댓가로 10억을 받아오겠다는 얘기인 거죠.)
여기서 재물주술을 지원하는 큰 존재와 꾼쩬은 과연 누구인가?
흰 표범의 왕 쁘라부 실리왕이(Prabu Siliwangi), 남뽁해안의 여왕 니롤로키둘(Nyi Roro Kidul), 이무기장수 니블로롱(Nyi Blorong), 그리고 북쪽해안의 여왕 니근뎅뻘르모니(Nyi Gendeng Permoni) 등이 인간세계에서의 즉각적인 재물주술을 지원하는 마물 세계의 큰 존재들이다. 한편 주루꾼찌(열쇠를 맡은 자)는 두꾼 끼술탄누그로호(Ki Sultan Nugroho), 모든 의뢰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다르위스씨가 그의 조수이다.(이 꾼쪤과 조수가 이 문서를 만든 사람들인 듯)
끼술탄누그로호는 처음에 어떻게 마물세계의 큰 존재들의 꾼쩬이 되었는가?
그는 어려서부터 마물들을 보거나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2004년에 이르러 앞서 언급한 네 분의 큰 존재들을 처음 만난 후 2006년에 북쪽해안의 여왕인 니근뎅뻐르모니의 딸과 결혼하게 되었다. 끼술탄누그로호는 앞서 언급한 네 분의 큰 존재로부터 허락을 받아 꾼쩬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고 그때부터 많은 의뢰자들에게 재물주술의 결과물로서의 재물을 전달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재물주술의 결과물로서 재물을 얻는 의뢰자들에게 위험이나 후환은 없는 것인가?
그런 위험이나 후환은 전혀 없다. 인명을 제물로 요구하지도 않으며 나중에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지도 않는다. 이슬람의 율법을 어기는 배교행위도 아니다. 왜냐하면 의뢰자가 직접 이들 큰 존재들과 소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에 대한 직접적인 숭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꾼쩬이 하는 일이다. 요즘은 인간의 생명을 제물로 요구하는 것을 전능하신 알라신이 금지했기 때문에 그 명령을 어기고 인간의 목숨을 노리는 마물들은 있을 수 없다. (하핫!)
또한 죽음의 과정을 훼방할 만한 어떠한 흑마술도 우린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끼술탄누그로호는 의식을 진행하는 전 과정에서 절대로 의뢰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뢰자는 끼술탄누그로호로부터 결과물인 주술적 목돈만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생과 내생에 있어서의 모든 책임은 그가 홀로 질 것이다. 그러니 의뢰자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은 이것이 마물들을 경배하는 의식이 아니라 인간과 마물세계의 큰 존재들이 염소를 거래하는 것에 일정부분 협력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런 논리로 무슬림들을 재물주술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재물주술을 빙자한 사기나 돈을 불려주겠다는 감언이설은 아닌가? (제발 저린 듯)
사회 일각에서 재물주술이나 돈을 불려준다는 명목으로 사기행각이 벌어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끼술탄누그로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직접 와서 겪어 보시라. 알라신께 맹세코 우리가 행하는 재물주술은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이고 절대 사기가 아니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우린 아주 처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이 맹세는 절대 헛소리가 아니며 맹세의 결과를 반드시 책임질 것이다. 그러니 의심하거나 주저할 것 없이 한번 겪어 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암튼 우릴 믿고 한 번 해보면 알 거 아냐? 뭐 이런 논리.)
만약 재물주술이 실패해서 원하는 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복채는 어찌 해야 하는가?
만약 주술이 실패하여 우리가 여기에서 약속한 것들을 증명해 보일 수 없다면 우린 지불된 복채의 두 배를 돌려 줄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복채는 당장 현장에서 돌려줄 것이다. 더욱이 우린 단 한 번도 주술에 실패한 적이 없고 결과물인 목돈을 받아가지 못한 의뢰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지불한 복채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이 복채를 어떻게 마련해 우리에게 지불하였든 절대 무의미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의뢰자들의 프라이버시는 보호되는가?
모든 의뢰자들의 프라이버시는 철저히 보호될 것임을 약속한다.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 사실이 부끄러워 하거나 숨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절대 누구에게도 정보가 유출되지 않을 것이다. 고객들의 성공사례나 후기들을 우리가 이 웹사이트에 올리게 하지 않는 이유도 개인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재물주술의 결과물 목돈을 챙겨가기 위해 곧장 우리를 방문해야 하는가? 거리가 멀어 방문에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게 핵심인 듯)
Pendaftaran Pesugihan. 이 재물주술 결과물로서 획득한 목돈은 우리 주소지에 직접 와서 찾아가도 된다. 그러나 방문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원거리에서도 이 돈을 받을 수 있다. 주술결과물인 목돈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들에 대해서는 ‘재물주술 의뢰등록’ 페이지를 읽어 주기 바란다.
(출처 - https://jalanpesugihan.wordpress.com/ketentuanpesugihan/)
그래서 재물주술 의뢰등록 페이지에 가 봤습니다.
직접 방문하여 등록할 경우 – 주소, 대리인 전화번호. 받고자 원하는 금액에 따라 결정된 복채를 적접 가져와 현장에서 등록하면서 지불하면 된다. 인근에 호텔도 있어 거기서 하루밤 묶은 후 다음 날 주술결과물인 목돈을 받아가면 된다.
원거리 등록이 경우 – 구좌번호로 복채를 송금한 후 고객서비스부의 다르위스씨에게 전화로 결재를 확인해 주면서 의뢰자의 구좌번호 내역을 알려주면 이틀 후 주술결과물인 목돈을 송금받을 수 있다. 어느 은행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아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끼술탄누그로호의 홍보부 다르위스씨에게 위에 언급한 전화번호로 전화해 주기 바란다. 아니면 이 웹사이트의 다른 부분들을 좀 더 읽어 보시기 바란다.
이걸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난 다르위스씨한테 전화할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처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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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대충 여러 종류의 재물주술들을 훑어 보았고 일부 꾼쩬을 사칭한 사기시도까지 잠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외에도 재물주술의 종류와 내용들은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꺼무꾸스산이나 머리삐산, 빠랑뜨리티스해안의 재물주술처럼 지역에 따른 특유의 재물주술방식들이 존재하는데 거데산(Gungung Gede), 슬록산 (Gugnung Selok), 스란딜산(Guning Srandil) 등 수많은 지역에 각각 나름대로의 독특한 주술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여기 수록한 주술들이나 앞서 소개했던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주로 자와섬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것들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자와섬 말고 큰 것들만 쳐도 수마트라, 깔리만탄, 술라웨시, 파푸아 등이 남아 있습니다. 발리와 롬복도 물론 그 사이에 끼어 있고요. 언젠가 때가 되면 못다한 그 얘기들을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무속을 살펴 보면서 귀신이나 주술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글로 된 자료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았습니다. 비록 논리나 출처정리 등에서 저명하신 교수님들처럼 정연하진 못하지만 이번 연재를 진행하면서 본문 외에도 검색가능한 번역자료들을 다수 인터넷에 올려 놓아 혹시 이 부분을 들여다 보려는 한국인들에게 일정부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부분에 조금 자부심도 갖습니다.
여기까지 A4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되었는데 적잖은 물량을 끝까지 다 읽어주신 분들이 혹시라도 계시다면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015.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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