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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도둑돼지 – 바비응예뻿(Babi Ngepet)

beautician 2015. 8. 19. 17:54


서러운 도둑돼지 바비응예뻿(Babi Ngepet)

 

 

앞서 아기도둑 뚜율귀신을 다루면서 뻐수기한 주술을 잠시 들여다 본 바 있습니다. 뻐수기한(pesugihan)이란 부를 의미하는수기’(sugih)라는 단어를 어근으로 한 명사입니다. 귀신 또는 마물과 계약을 맺어 부자가 되려고 시도하는 각종 행위를 의미하며 시전자는 즉각적인 부를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합니다. 완벽한 번역은 아니지만 뻐수기한을 재물주술이라 하기로 하죠.

 

뚜율이 재물주술의 대명사인 것은 맞지만 실제로는 꾼띨아낙이나 뽀쫑까지를 포함한 거의 모든 귀신들과 요괴들이 인도네시아의 재물주술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할 뿐만 아니라 재산증식의 기회도 제공하는 매우 극단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등에 구멍 난 미녀귀신 순델볼롱이 다녀간 노점은 손님들로 메어터진다거나 겐더루워를 까마귀고기구이로 불러내 복권번호를 묻는 것들도 재물주술의 일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숲의 마물과 영혼을 건 계약을 맺어 평생 부를 누린 노인이 노랑원숭이가 되어 마물의 권속으로 들어간 사람의 일화도 앞서 소개했었죠.

 

재물주술은 파고 들면 들수록 그 끝이 보이지 않도록 깊고도 넓습니다.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면 효과적인 재물주술로 유명한 명소들, 그 장소마다의 특징들, 재물주술에 동원되는 귀신들과 그들이 요구하는 희생제물들, 재물주술을 시전한 사람들의 대성공과 처참한 말로 같은 것들이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져야 하고 결과물의 측면에선 거의 유사한 주술인 수숙(Susuk), 뻴렛(Pelet) 등의 주술방법, 효과들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재물을 얻기 위해 초면의 이성들과 미친듯이 어우러지는 꺼무꾸스산(Gunung Kemukus)의 난교파티나 마물들의 여왕 깐젱라뚜키둘(Kanjeng Ratu Kidul)의 오른팔이자 여전사 이무기인 냐이블로롱(Nyai Blorong)과 몸을 섞어야만 재물을 얻을 수 있는 빠랑뜨리티스(Parangtritis) 지역의 재물주술 같은 19금일 것이 분명한 얘기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좀 고민 중입니다.

 

방대하고 복잡해서 엄두가 잘 나지 않지만 일단은 바비응예뻿(Babi Ngepet)이라는 돼지요괴를 통한 주술로부터 살살 풀어나가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는 호랑이나 여우, 너구리 같은 동물들은 물론 심지어 두꺼비, 지네 같은 미물들도 도력을 쌓으면 신통력을 부려 사람으로 둔갑하는 재주를 부린다고 하는데 인도네시아라고 그런 전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사람이 요괴와 귀신들의 힘을 빌어 동물로 둔갑하는 반대방향의 둔갑주술이 행해지는 것을 적잖게 볼 수 있습니다. 그중 돼지로 둔갑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돼지일까요? 구약시대의 야훼교에서와 같이 이슬람의 시각에선 돼지가 정결치 못한 동물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종교적으로 먹을 수 없는 동물군에 포함된다고 해서 꼭 나쁜 동물, 귀신들이 즐겨 부리는 마물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인데,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본격적으로 불륜행각을 계획하는 남성들이나 절세를 위한다며 명분을 내세우며 결국 뻔뻔스런 탈세를 저지르고도 당당해 하는 대기업들의 모습에서 투영되는 것처럼 이성적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쉽게 치우쳐 버리는 인간들의 비균형적 본성으로 인해, 13-14세기 이후 꾸준한 이슬람화가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의 돼지들도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비록 떠난지 오래 되었긴 해도 삽겹살을 즐기는 한국에서 돼지귀신 얘기를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돼지 외에 개나 뱀도 있습니다. 이슬람의 율법이 지적한 또 다른 정결치 못한 동물들이죠. 하지만 돼지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의 흑마술 세계에서 인기있는 동물은 악어인 듯 합니다. 남부 땅거랑 찌뿌땃(Ciputat)에 위치한 시뚜긴뚱호수(Danau Situ Gintung)에는 한 할머니가 흰 악어로 변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시뚜긴뚱호수는 농업용 관개용수를 대기 위해 댐을 쌓으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1933년에 완공된 곳이니 이 전설은 아직 따끈따끈한 근대의 전설인 셈입니다. 이 악어는 자주 제물공양을 원한다고 하는데 그 지역 사람들은 호수에서 흰 악어가 보인다면 그것을 재앙의 징조로 받아들입니다. 지난 2011년 당시 폭우로 인해 댐의 윗쪽 일부가 30m x 6m 정도 붕괴되어 2백만톤 이상의 물이 일시에 방류되면서 100명 가까이 사망자가 발생한 대참사 역시 시뚜긴뚱호수의 흰 악어의 노여움 때문이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인간이 둔갑한 동물들 중 수마트라의 잠비(Jambi)군 끄린찌(Kerinci) 지역의 호랑이인간 이야기도 사뭇 흥미롭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둔갑한 호랑이요괴라고도 하며 이 지역의 단 몇몇 가문들이 조상으로부터 그런 능력을 물려받아 대대로 인근 수마트라 호랑이들과 교류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과 마주쳤을 때 자세히 보면 호랑이가 인간의 눈을 마주보지 얼굴을 외면하고 코끝 가까이에서 아래로, 또는 입꼬리에 전혀 물기가 없어 바짝 마르고 매끈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에는 검은색 옷이나 바띡천 같은 얼룩덜룩한 옷을 입고 등에 소총이나 칼 또는 지팡이 같은 것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사실은 꼬리라는 겁니다. 또한 그 가문의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콧수염을 기르고 있어요. 상상이 잘 안됩니다.

 


 

다시 돼지요괴의 얘기로 돌아옵니다.

 



 

바비응예뻿도둑돼지주술이라 번역하기로 하죠.

이것은 재물주술에 이용되는 흑마술의 하나로 사람이 둔갑한 요괴돼지라 간단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재물주술을 시전하는 사람이 돼지로 변해 도둑질을 나가는 겁니다. 동부자와에서는 이와 유사한 쩰렝끄레섹(Celeng Kresek – 끄레섹돼지(봉투돼지?))이라는 주술이 있는데 이것은 멧돼지요괴의 도움을 받아 도둑돼지를 불러내 운용하는 것이고 대개의 주술들이 밤에 시전되는 것과 달리 쩰렝끄레섹 주술은 밤낯을 가리지 않고 시전할 수 있습니다.

 

생필품의 가격은 오르고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업환경에 좌절하면서 사람들이 택하게 되는 무분별한 길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에서는 도둑돼지주술일 수 있습니다. 뚜율을 키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법을 통해 이웃들의 돈을 훔쳐 빨리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죠. 물론 두꾼을 통해 초자연적 존재와 계약을 맺는 것이 선행됩니다. 이 도둑돼지주술을 시전하려면 의뢰자는 이 주술에 정통한 두꾼을 모셔와야 합니다. 두꾼은 의뢰자를 도와 주술을 풀어 일정 의식을 진행하는데 이 의식의 제물로 요구되는 것은 의뢰자의 자식이나 부모 또는 혈연관계가 있는 친인척들의 생명입니다. 돈과 맞바꾸기엔 너무 소중한 부분이지만 돈에 눈이 멀면 유명 대기업들도 각각 왕자의 난들을 겪는 판에 그런 소중함이 보이지도 않을 거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족이나 친인척을 제물로 삼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인간성이라도 제물로 바쳐야 해요. 예외나 면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시전자는 그 주술을 이용해 부자가 되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 주술 시전자의 영혼은 그와 계약한 귀신, 즉 돼지요괴의 소유가 되어 영원히 그의 권속으로 복무해야 합니다.

 


 

재물주술이 시작되면 의뢰자는 제물의 생명과 신체를 귀신에게 바치고 특정조건과 시점에 멧돼지로 변하도록 하는 주술을 시전합니다. 이 의식을 통해 시전자가 일단 돼지로 변하면 바로 재물을 찾으러 돌아다니게 되는데 사전에 반드시 다른 한 사람을 더 데려와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시전자가 검은 망토로 온 몸을 덮고 주술에 의해 돼지로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대야 같은 물이 담긴 컨테이너에 꽃잎들을 흩뿌려 놓고 그 한 가운데에 초를 띄워 그 촛불을 지켜야 합니다.

 

재물주술의 시전자는 돼지의 모습이 되기 전 검정 망또를 걸쳐야 하며 일단 돼지로 변하고 나면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벽이나 문 또는 집안의 가구들에 몸을 비비며 긁어 댑니다. 그렇게 몸을 긁어대는 것만로 주술이 발휘되어 그 집안의 돈, 금붙이, 패물들이 망또 안의 주머니 속으로 옮겨온다는 것입니다.. 족자국립대학교 수와르디 엔드라스와교수가 그의 저서 자와인의 귀신세계’(Dunia Hantu Orang Jawa)라는 저서에 기술한 것처럼 목표로 삼은 집의 뒤쪽 벽에 도둑돼지가 엉덩이를 문질러대면 그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잠에 빠지게 되어 도둑돼지가 그 집안의 돈과 패물을 손쉽게 훔쳐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둑돼지의 도둑질은 그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사람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면 성공적으로 완료됩니다. 하지만 돼지가 되어 도둑질을 하는 동안 덫에 걸릴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포획될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요소를 관리하고 방지하여 도둑돼지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촛불을 지키는 조수의 책임입니다.

 

조수의 임무는 촛불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만약 촛불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도둑돼지가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이므로 즉시 촛불을 불어 꺼서 시전자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촛불이 꺼지는 순간 돼지가 되었던 시전자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 다른 안전한 장소에 사람의 모습이 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촛불이 흔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촛불의 색깔이 흐려지거나 어두워지는 것, 또한 불꽃이 크게 올라오는 것 역시 역시 돼지에게 위험이 닥쳤다는 신호라고 합니다.

 


 

촛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시전자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마을사람들에게 잡혀 맞아죽기 쉽습니다. . 촛불을 지키는 조수가 그 와중에 잠이 들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자기 임무를 태만히 함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시전자가 돼지의 모습을 한 상태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으니 이 주술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촛불을 지키는 사람의 집중력과 참을성이 크게 요구됩니다. 귀신과의 계약에 준거한 행위는 늘 예상 밖의 파국을 맞기 쉽기 때문이죠.

 

 

이렇게 돼지가 되어 행동에 돌입하는 역할은 보통 남자가 담당하고 그의 아내나 형제가 촛불을 지키지만 간혹 배짱 좋은 여자가 이 돼지로 변하는 역할을 감당하기도 합니다. 나중엔 두꾼의 도움 없이도 시전자가 검은 망또로 자기 온 몸을 덮으면 자동적으로 돼지의 형상으로 둔갑할 수 있고 망또를 벗으면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물론 검은 망또를 벗을 때 그 망또 안에 달린 크고 작은 주머니들은 도둑질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고요.

 

도둑돼지를 잡았다는 소식은 요즘도 적잖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시골마을에 들어온 멧돼지를 잡게 되면 늘 이 도둑돼지의 전설이 거론되곤 하는데 이 도둑돼지들은 일반 돼지들과 분명히 다른 성격이나 행동을 보인다고 하는군요. 관련 기사를 몇 개 찾아 보았습니다.

 

Polisi Amankan Babi Ngepet yang Resahkan Warga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한 도둑돼지 검거

 

Penangkapan babi ngepet itu terjadi di Desa Patokan, Kecamatan Kraksaan. Warga pun berdatangan membanjiri lokasi penangkapan. Dituding sebagai hewan pesugihan yang mirip dengan babi, karena warga melihat bentuk hidung dan warna matanya. Selain itu, bulu babi hutan ini juga belang. 끄락사안면 파또깐마을에서 도둑돼지가 잡혀 마을 사람들이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돼지와 비슷하게 생긴 재물주술의 동물로 지목된 멧돼지는 주민들에 따르면 코의 모양이나 눈동자 색깔이 보통 돼지와 다르다고 하는데 몸통에 줄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Heri, 50, warga setempat yang menangkap babi tersebut mengaku, babi yang ditangkapnya memang sering berkeliaran setiap malam di kampungnya. Karena diliputi kecurigaan, akhirnya ia nekat menangkapnya setelah berkoordinasi dengan tetangganya. 돼지를 잡은 그곳 주민 헤리(50)는 그 돼지가 매일 밤 마을에 내려와 돌아다녔다고 하며 여러모로 의심가는 바가 있어 이웃들과 힘을 합쳐 돼지를 포획했다고 한다.

 

Binatang  itu pun diintai. Upaya Heri dan warga lainnya tidak sia-sia. Pada Sabtu (27/6/2015) petang, babi aneh ini pun muncul dan langsung disergap warga di tengah perkampungan dengan jaring ikan. 이 이상한 돼지를 눈여겨 보던 헤리와 주민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지난 토요일(2015 6 27) 저녁 마을 한 가운데에 숨어 있다가 이 돼지가 나타나자 그물로 포획했다는 것이다.

 


 

Menurut keyakinan sebagian masyarakat, babi ngepet adalah siluman babi jejadian yang cukup populer dalam legenda Indonesia. Dalam beberapa mitos yang berkembang diceritakan, babi ngepet adalah sosok manusia yang ingin kaya dengan cara mengambil pesugihan babi. 주민들이 믿고 있는 바에 따르면 도둑돼지 즉 바비응예뻿이란 인도네시아 민속에 널리 알려진 사람이 둔갑한 요물로 시전자는 빨리 부자가 되려고 돼지를 이용한 재물주술을 시전하는 것이라 한다.

 

“Sebetulnya sudah sebulan ini babi ngepet ini meneror di kampung ini, dan warga sering kali kehilangan uang di rumahnya,” kata Heri. 사실 이 도둑돼지는 이미 한달 전부터 우리 마을에 출몰하면서 피해를 줬어요. 집에 두었던 돈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고요헤리는 이렇게 말했다.

 

Ribuan warga yang datang melihatnya menyakini kalau babi yang sudah dikurung itu jadi-jadian. “Pasti pesugihan itu, lihat matanya merah dan warna bulunya hitam dan coklat loreng. Beda dengan celeng biasanya,” kata seorang warga yang menonton. 마을을 방문한 수천명의 방문객들도 이번에 잡힌 이 돼지가 사람이 둔갑한 거라고 확신했다. “눈이 빨간 것이나 털 색깔이 검정과 고동색이 섞여 있는 걸 보면 재물주술의 그 돼지가 분명해요. 보통 돼지들과는 전혀 다르다고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 주민도 그렇게 말했다.

 

Untuk menghindari kerumunan warga yang semakin besar karena penasaran ingin menonton ‘babi ngepet’, anggota Polsek Kraksaan akhirnya mengamankan ‘babi ngepet’ tersebut dengan membawanya ke Mapolsek Kraksaan. 이 도둑돼지를 보겠다고 몰려드는 군중들이 점점 더 많아지자 끄락사안의 파출소는 부득이 이 돼지를 끄락사안의 경찰본부로 옮겨 놓을 수 밖에 없었다.

 

“Agar warga yang terus berdatangan tidak mengganggu ketenangan warga setempat. Kami akan pelihara dulu babi ini, untuk mengetahui apakah ini jadi-jadian atau babi hutan biasa yang cari makan,” ungkap Kapolsek Kraksaan Kompol Subadar.몰려드는 방문객들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우리가 우선 이 돼지를 데려 왔어요. 이게 정말 재물주술의 도둑돼지인지 아니면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온 보통 멧돼지인지는 조사하면 알게 되겠죠.” 끄락사안의 파출소장 수바다르는 이렇게 말했다.

(출처 - http://www.madiunpos.com/2015/06/29/babi-ngepet-probolinggo-polisi-amankan-babi-ngepet-yang-resahkan-warga-619023)

 

Fenomena Babi Ngepet Dalam Mitologi Jawa

자바전설속의 재물주술 도둑돼지

 

SOLO—Babi ngepet yang dianggap sebagi salah satu kegiatan pesugihan menjadi perhatian sebagian warga Solo setelah binatang mistis itu dikabarkan terlihat di kawasan Kalangan, Jagalan, Solo, Jawa Tengah, Senin (18/5/2015) malam. Warga beramai-ramai memburu makhluk yang tampak menyerupai babi itu, padahal penganut laku pesugihan itu mestinya punya asisten. 솔로- 재물주술의 기제로서 알려진 바비응예뻿이 지난 월요일(2015 5 18) 솔로의 깔랑안 지역에서 목격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솔로주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주민들은 떼를 지어 이 돼지의 모습을 한 요물을 뒤쫒았지만 그 시전자는 민첩한 조수를 두고 있는 듯 했다. (후략)

(출처 - http://bandung.bisnis.com/m/read/20150521/43802/534065/fenomena-babi-ngepet-dalam-mitologi-jawa)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읽었다면 기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을 내용이 쏙쏙 들어오지 않나요? 이 두 개의 기사는 2015 5월과 6월의 것들입니다. 매우 최근의 사건들인 것이죠. 오늘도 인도네시아 사회는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이슬람근본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절대로 없앨 수 없는 토착무속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쩰렝끄레섹(끄레섹 돼지) 주술은 지금까지 얘기한 바비응예뻿 주술과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Kisah Penganut pesugihan Celeng Kresek

끄레섹돼지 재물주술

 


 

급히 돈을 벌려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다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워 재물주술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있는데 이게 꼭 안전한 방법만은 아니다. 재물주술은 생명 등 각종 제물을 요구하기 때문에 간혹 더욱 처참한 파국에 이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제물을 바치지 않으려면 매우 철저한 금식을 해야 하는 등 그 절차와 조건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자와섬에는 재물주술로 유명한 곳들이 많은데 성스러운 묘지나 음산한 동굴, 신비의 나무둥치, 기적의 샘물 등등 재물을 하사해준다고 여겨지는 곳들이다. 각각의 장소에 따라 그 방식은 다르지만 대략 어느 정도 상통하는 부분들도 있다. 족자의 빠랑꾸수마(Parangkusuma)에서 멀지 않은 빤당시게겍(Pandangsigegek) 역시 재물주술로 유명한 곳이다. 예로부터 이곳은 뚜율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한 놈을 데려올 수도 있는데 물론 엄격한 조건이 존재한다.

 

워노기리(Wonogiri)의 띠르또모요(Tirnomoyo)지역에 있는 들레삐 까향안 마을(Dusun Dlepih Kahyangan)에는 위대한 왕 스노빠티(Penembahan Senopati)의 성소가 있는데 여러 지방에서 몰려온 순례객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뻐깔롱안(Pekalongan)의 슬라마란해변(Pantai Slamaran), 동부자와 말랑의 만딧원숭이들의 목욕탕이라 불리는 뻐만디안끄라만딧(Pemandian Kera Mendit)도 그런 비슷한 성격의 장소들이다.

 

그러나 재물주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까위산(Gunung Kawi)이다. 이곳엔 금전적 축복을 희구하는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몰려든다.

 

바비응예뻿이라고 알려진 재물주술은 동부자와에서 쩰렝끄레섹('celeng kresek'- 봉투돼지)라고도 불린다. 이웃의 재물을 훔치려는 시전자가 돼지요괴의 도움을 빌어 행하는 주술인데 위험성도 적지 않다. 주로 밤에 돼지가 되어 움직이는데 자칫 잡히면 맞아죽기 십상이다. 돼지가 죽으면 그 시전자도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동부자와에는 이 쩰렝끄레섹 주술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브로씨(가명)은 가난하게 살던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사브로씨가 소또(Soto) 스프를 파는 작은 가게를 열었는데 손님들이 줄을 잇더니 얼마 되지 않아 가게는 번창하고 더욱 커졌다. 그렇지만 사브로씨는 여전히 마을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의 사생활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사브로씨가 쩰렝끄레섹 주술을 추종하며 도둑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호기심을 품은 몇몇 사람들은 인근 두꾼에게 점괘를 봐달라고도 했는데 내면의 눈으로 상황을 통찰한 두꾼은 그 소문이 맞다고 맞장구쳐 주었다.

 

그러던 중 멧돼지 한 마리가 마을에 들어온 것을 주민들이 발견했는데 그게 한 두 번이 아니라 자주 눈에 띄었고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늘 사브로씨 집에서 사라져버리곤 했다. 사건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선 끝에 그 쩰렉끄레섹을 마침내 붙잡은 것이다. 돼지는 단숨에 갈기갈기 찢겨진 후 불태워졌다. 그와 동시에 사브로씨도 집에서 발작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고 그의 시신은 감쪽같이 증발해 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사브로씨가 와뚜도돌(Watudodol)이라는 지역에서 재물주술을 행했다는 것이다. 동부자와의 반유왕이(Banyuwangi)와 시뚜본도(Situbondo)사이에 있는 산림보호구역에 위치한, 쩰렝끄레섹 주술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 재물주술을 하려는 사람들은 와뚜보똘에서 사흘을 지내며 철저히 금식해야만 한다.

 

공물로는 옥양목(Cacilo-telon)꽃잎과 향기로운 기름, 그리고 찌마니 토종흑닭의 피 한 사발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 공물들을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나무둥치 밑에 두어야 한다. 이제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읽으면 되는데 그 지역에서 대신 주문을 읽어줄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다. 기도가 응답된다면 돼지요괴가 눈 앞에 현신하게 된다. 그와 원하는 바를 얘기하면서 그의 타액을 얻어낸다.

 

집에 돌아오면 돼지요괴에게서 얻은 타액을 아직 2차 성징을 보이지 않는 아이의 몸에 바르면 아이는 얼마 후 죽게 되는데 돼지요괴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는 것이다.

 

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제물로서 죽는 것은 시전자 자신이 된다. 그러나 이미 제물이 바쳐지고 나면 쩰렝끄레섹이 나타나 돈을 구해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다 끝난 건 아니다. 35일마다 매번 찌마니 토종흑닭의 피를 공물로 바쳐야 한다. 주술용도의 이 찌마니 흑닭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출처 - http://www.indospiritual.com/artikel_kisah-penganut-pesugihan-celeng-kresek.html)

 

 

뻐수기한, 재물주술에 대한 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면 매주 금요일마다 숄랏줌앗을 하려고 경건한 복장과 정결의식을 갖추고 머스짓을 향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머리 깊은 곳을 살짝 들여다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이 가짜 이슬람이란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조상들의 시대로부터 내려온 오랜 민속은 국적과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의 마음 속에 어떤 식으로든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도둑돼지주술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생활 속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그들이 그런 주술을 시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접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현지 청년들이나 사무실 직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간혹 들을 수 있습니다.

 

“Gue jaga lilin aja. Kau yang jadi ngepet deh.” – 구에 쟈가 릴린 아자, 까우 양 쨔디 응예뻿 데.

 

내가 촛불을 지킬 테니 네가 응예뻿 역할을 해.

절대 몰랐을 이 말도 이제 완벽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네가 나가서 뛰어다니면 내가 지원해 줄게. , 대충 이런 말이 되는 거죠.

 

물론 모든 인도네시아인들이 미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속에 깊이 빠지는 것을 어리석다고 여기는 청년들이 적지 않은 것 역시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일입니다. 어떤 인도네시아 청년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패러디 광고문구를 첨부하면서 이번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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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ngatan : produk asli hanya bisa anda dapatkan disini. Kontra indikasi segera hubungi Rumah Sakit Jiwa terdekat.
주의 : 정품은 오직 저희들에게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 발생시 즉시 인근 정신병원에 연락하세요.

(출처 http://www.yogiwirawan.com/lilin-ngepet-anti-mati.xhtml)

 

 


 

2015.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