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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믿음이란?

beautician 2023. 8. 2. 16:49

 

 

최근 인도네시아 교민신문 한인포스트에 실린 어떤 분의 에세이를 보고 든 소감입니다.

 

글을 쓰신 분이 믿음에 대한 깊은 숙고를 하고 이 글을 썼다고 믿지만 그 숙고의 방향과 깊이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글에서는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를 믿느냐, 어떻게 믿느냐. 믿음이 공동체에서 중요하다는 점에 초첨을 맞추고 있지만 그 믿음을 얻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관성을 통해 신용을 쌓는 것부터입니다. 신용이 없다면 믿음도 생기지 않는 것이죠. 몰룬 해당 에세이의  말미에 신용이란 단어가 잠시 언급되긴 합니다.

 

그런데 신용이란 믿음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심과 경계를 통해 시련을 받고 검증된 끝에 얻을 수 있는다는 사실은 사뭇 아이러니컬 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누군가,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맹목적으로 또는 사람들의 평판을 듣고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검증 끝에 나온 나의 판단을 믿는 것입니다.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다

또는 그는 완전 사기꾼이다....

이런 나의 판단을 믿는 거라고요.

 

결과적으로 좋은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 이 에세이는 문체나 맥락의 유려함을 보기보다는 추상적 주제에 대한 치열한 숙고가 어느 선을 넘지 못해 문전을 훑다가 돌아온 듯, 변죽만 울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글을 소개한 밴드에 전에도 한번 사용했던 이런 그림을 댓글로 달았습니다.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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