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죽어서 입닫는 사람 vs 죽여서 입닫는 사람 본문
현직 조코 위도도 대통령 전에 10년간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이었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가 2차 임기를 시작하던 즈음에 나스루딘 줄카르나인이라는 사업가가 자기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뒤따라온 암살자의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얘기는 대선 선거전이 한창이던 2014년 9월경 썼던 대선 관전포인트에서 잠시 다음과 같이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센츄리은행 사건의 서막 쯤 되는 안타사리 사건 역시 다시 되짚어 봐야 할 사안입니다.
당시 부패척결위원회인 KPK의 수장으로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며 인도네시아 정재계 거물들 다수의 비리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하던 안타사리는 추잡한 치정에 얽히 살인교사사건의 주범으로 전격 체포되었죠. 골프장 캐디인 라니라는 아가씨를 사이에 두고 연적인 PT. 라자왈리의 사장 줄카르나인을 살인교사했다는 것입니다. 가장 공정하고 깨끗해야 할 위치의 공직자를 이런 식으로 가장 추잡한 사건에 연루시켜 그의 명예를 먼저 말살시키는 것은 원래 인류역사상 가장 즐겨 사용되어 온 효과적인 정치적 암살방식입니다. 당시 줄카르나인이 누군가의 막대한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던 것이 KPK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던 상태였으므로 그에게 비자금 관리를 맡겼던 미상의 인물들은 꼬리를 자르기 위해서라도 줄카르나인의 입을 막아야만 했던 상황인데 그렇게 히트맨을 두 팀이나 보내 오토바이로 승용차에 따라붙어 줄카르나인을 권총으로 사살하면서 이 참에 안타사리를 캐디와의 삼각관계 치정에 눈이 먼 살인교사범으로 엮어 일석이조를 노렸던 것이죠.
나스루딘 줄카르나인
그런 뻔한 수를 읽지 못해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만 안타사리가 안타깝고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캐디를 사전에 안타사리에게 접근시키는 등 물밑작업을 했을 미상 세력의 치밀함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엔 앞뒤가 맞지 않는 수많은 정황들이 보이고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찰고위직의 양심선언까지 터져 나왔지만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안타사리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장기징역형을 받아 현재 복역중입니다. KPK는 그 후 형식적으로나마 몇명의 부빠띠, 주지사들과 공직자들을 부패혐의로 잡아 넣으며 건재를 과시하려 했지만 사실상 안타사리 이후의 KPK는 이승만시절 역관광 당한 반민특위와 비슷한 입장에 처했던 것이라 보입니다.
당시 줄카르나인은 엄청난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었고 그건 분명 자기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 돈을 그에게 맡겨 운용했던 사람(들)은 자기들이 표면에 드러나는 것을 당연히 원치 않았습니다. 줄카르나인은 그렇게 큰 돈을 맡아 운용할 만큼 신임을 받던 사람이었지만 부패척결위원회의 집요한 추적을 받게 되자 그의 주인(들)에게 있어 그는 더 이상 충실한 종복이 아니라 빨리 끊어 내버려야 할 거추장스럽고 위험한 꼬리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차에 히트맨이 따라 붙었고 그는 총탄에 비명횡사했던 것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참 많이도 등장하는 시나리오이지만 그래도 인도네시아는 좀 우직한 부분이 남아 있는 나라입니다.
자살로 처리하고 조용조용 꼬리를 잘랐으면 될 것을 히트맨을 보내, 그것도 나중엔 현직 경찰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 암살자들을 통해 그렇게 대명백주에 줄카르나인의 머리에 총탄을 박아 넣었던 것입니다. 그건 과거 케네디대통령 암살범 오즈왈드를 취재진들 앞에서 암살하던 것과 같은 정공법에 가까왔습니다. 난 분명히 감추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죠.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주인(들)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건에 KPK의 수장 안타사리를 살인교사범으로 엮어 넣는 무리수를 부린 것이죠.
그 와중에서 수많은 헛점들이 엿보이고 양심선언까지 터져나왔지만 그건 아무런 소용도 없었습니다.
처음 줄카르나인의 주인(들)이 그렸던 시나리오 대로 줄카르나인 비자금에 대한 조사는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오히려 안타사리만 파렴치한 살인교사범의 혐의를 뒤집어쓰고 장기형을 받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진행되고 만 표면적 모습 저 너머에 진실이 머리카락을 보인 채 숨어 있었지만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정권은 막무가내를 부리며 그 진실을 덮어 버렸습니다. 그것이 나스루딘 줄카르나인 암살사건의 전모입니다.
이런 일이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것을 보고 후진국이니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몇년 후 성격 면에선 똑 같지만, 그 정도와 파급효과면에선 수백배 심한 사건이 한국에서 터져나옵니다.
세월호 사건 말입니다.
수많은 이상한 정황들이 터져나옵니다. 세월호는 국정원 소유였다는 증거들과 고의 침몰 가능성, 구조에 나태했거나 고의로 포기한 정황, 선내 에어포켓 가능성과 생존자 가능성을 며칠 간 애써 묵살하며 모든 생존자들이 사망하기를 기다렸던 정황...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당국은 이 모든 것을 너무 간단히 덮어버리려 했습니다. 모두 유병언과 그 일가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말입니다. 전국적으로 유병언과 구원파에 대한 사냥이 시작되면서 유병언은 시시각각 사람들의 머리 속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잡아 먹은 악마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덮어지면서 유족들만 애닯고 억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키를 쥐고 있을 것만 같았던 유병언은 어느날 백골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뜬금없이, 맥락도 없이 말입니다.
줄카르나인의 사건에서와 같이 덮어버리겠다는 배후세력의 의지가 악취를 풍겼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이나 해명의 실마리가 사실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남그룹 성완종 회장의 죽음도 그렇습니다.
왜 그렇게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시의적절하게 자살을 하는 것일까요?
이미 고인이 된 분을 모독하고 싶은 의도도 없고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기소를 피해 죽음을 택했다고 매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너무 이상할 뿐입니다. 키를 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죽어 없어지니 말입니다. 박대통령 5촌들의 살인사건에서도 사건 당사자들이 모두 죽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던 것처럼 말입니다.
줄카르나인의 주인(들)처럼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한국 대형사건들의 '몸통'(들)은 그토록 신통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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