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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코로나?

beautician 2022. 11. 21. 02:44

도대체 어디서 걸렸을까?

 

이틀 동안 빡세게 앓으면서 이게 감기몸살이 아니라 코로나라고 확인하게 되었다.

 

몸무게가 이틀 사이 4킬로 빠졌다. 평소 같으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인데 아파서 빠졌다니 아프다는 게 엄청난 칼로리가 소모되는 일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대략 어디서 누구에게 옮았을까 생각해 보니 처음 떠오르는 건 10월 17일(월) 말레이시아에서 자카르타로 돌아오던 날 입국장 이민국 카운터 앞에 천 명 가까이 중국인들이 줄 서서 붐비던 상황이 떠올랐다.  만약 거기서 걸렸다면 바이러스를 달고 온 중국인들보다 거기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때려넣고 별도의 방역대책도 세워놓지 않았던 인도네시아 이민국 인간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일 것이다.

 

10월 17일(월) 밤 11시경 수카르노-하타 공항 입국장 이민국 데스크 앞

 

그런데 오늘 알렉스도 비슷한 증세를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싱가포르로 돌아간 알렉스도 코로나에 걸렸다면 우리가 코로나에 걸린 곳은 15일(토) 푸총의 결혼식장이나 16-17일 겐팅 하일랜즈의 붐비던 식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장
엄청나게 북적이던 겐팅 하일랜즈 퍼스트월드 호텔

 

코로나 걸려보니 방역 우습게 여겨선 안될 일임을 새삼 느낀다.

난 며칠 씩 앓아 누은 적이 거의 없는 어제 오늘 사이엔 거의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 있었고 잠만 잤다. 엄밀히 말하면 20일(목) 밤에는 앓느라고 잠 한 숨 자지 못했고 21일(금)과 22일(토)은 일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아침 밥만 조금 챙겨 먹고 하루 종일 앓거나 눕거나 잤더니 몸무게가 확 빠지고 말았다.

 

얼마전 다시 85킬로까지 육박하던, 그러나 대략 83.5~84킬로 사이이던 몸무게가 오늘 저녁 재보니 79,6킬로. 

운동보다 아픈 게 체중관리엔 더 효과적일까?

 

코로나 백신 세 번 맞은 게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최소한 중증으로 빠지진 않을 거란 확신이 드니 말이다.

아침에 일찍 마스크 잘 쓰고 약국에 가서 항생제와 인후염 약들을 사왔다. 

아내는 오늘 분명한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난 아무래도 며칠 더 아플 모양이다.

 

실제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낀 건 20일(목)부터였으니 잠복기를 생각하면 15~17일 사이 위의 일정들 중 어느 한 군데에서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알렉스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 알렉스만은 코로나가 아니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난 저 이민국 입국장에서 중국산 바이러스가 옮은 것이라 믿고 싶다. 이민국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할까?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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