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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매일의 삶

차차 열 일곱 번째 생일

beautician 2022. 10. 26. 11:39

 

원래 차차생일은 9월 22일.

 

그래서 그날 끌라빠가딩 본가 식당에 예약을 해 놓았는데 하필 그날 차차가 열이 심하게 나서 다음날까지도 등교도 못하던 상황.  결국 연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 손님들이 한국에서 들어오는 게 26일(월), 그런 다음 27일부터 29일까지는 수라바야 출장을 가야해서 9월 30일로 미뤘죠.

 

하지만 9월 30일엔 나한테 문제가 생겼습니다.

얼마전 한국에서 돌아온 후 일복이 터져 좀 무리했고 수라바야 출장기간 동안에도 다른 일들을 처리해야 해서 하루 세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한 것이 결국 독이 되었던 것입니다. 메니에르가 닥쳤는데 평소라면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들이 있었지만 하필 잠시 눈을 붙이고 조는 사이에 온 것이라 전혀 방어를 하지 못하고 full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유증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어리점증과 구역질 같은 것이었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간신히 차로 가서 시동을 걸었지만 내 몸 상태가 차량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걸 실감했습니다. 그 상태로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차차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하루 더 일정을 미루었습니다. 이미 준비를 다하고 있던 아이들이 실망했겠죠.

 

다음날 저녁, 이제 아무도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늦은 차차의 17살 생일파티가 끌라빠가딩의 Street Steak라는 스테이크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열렸습니다. 한화로 12만원 쯤 되는 비용으로 차차네 가족들이 평소에 만나기 힘든 오리지널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차차의 할머니 마마 티티는 누구보다도 즐기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차차에겐 이제 우리 주민등록증인 KTP를 만들고 곧 은행구좌 개설, 여권신청, 자동차 운전면허 등등을 빨리 진행하라고 했습니다. 곧 발리나 싱가포르행 비행기에도 태워주는 날이 오겠죠.

 

 

2022.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