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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과 괴담 사이(39)] 안데안데루뭇의 왕자비 간택

beautician 2022. 6. 12. 11:46

 

 

 안데안데루뭇(Ande Ande Lumut)의 왕자비 간택

 

까후리빤 왕국의 후신, 쌍둥이 왕국이었던 까디리(끄디리) 왕국과 장갈라(젱갈라) 왕국. 까후리빤 왕국은 마자빠힛 왕국 이전 시대인 1019-1045년 사이 아이를랑가(현 경제조정장관 아님)가 다스렸던 실존 자바 왕국

 

옛날 옛적 동부자바에 두 개의 쌍둥이 왕국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옝느라가 왕(Raja Jayengnegara)이 다스리는 젱갈라 왕국(Kerajaan Jenggala)과 자옝라나 왕(Raja Jayengrana)이 다스리는 끄디리 왕국(Kerajaan Kediri)이었습니다. 이들 두 왕국은 예전에는 까후리빤 왕국(Kahuripan)을 이루고 있었는데 아이를랑가 왕이 임종할 때 까우리빤을 젱갈라와 끄디리 두 개의 왕국으로 나누어 주면서 서로 혼맥을 맺어 화목하게 지내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자옝느가라 왕의 아들 빤지 아스마라방운(Panji Asmarabangun)이 자옝라나 왕의 딸 데위 스까르타지(Dewi Sekartaji)와 혼인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젱갈라 왕국이 갑자기 적국의 공격을 받아 전쟁에 휘말렸고 빤지 아스마라방운 왕자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전선에 나가 싸우는 동안 우회로를 타고 들어온 일단의 적군이 젱갈라 도성을 침탈하자 위협을 느낀 왕실이 대피하면서 데위 스까르타지 공주도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합니다. 그 혼란한 와중에 어쩌다가 시종들과 떨어지게 된 공주는 길을 잘못 들어 의도치 않게 홀로 국경 넘어 이웃나라 시골 깊숙이 도망쳐 몸을 숨기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옆 나라 왕자비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적국에 넘겨져 욕을 보거나 남편인 아스마라방운 왕자를 불리하게 만들 인질이 될 터였으므로 그녀는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타지에서 온 시골 처녀로 위장했습니다. 먹고 살 생계도 마련해야 했기에 그곳 마을에서는 가장 부유한 과부 냐이인탄(Nyai Intan)의 하녀로 들어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며 부지런하고 일처리가 야무지다는 평판도 얻었습니다.

 

냐이인탄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는데 모두 아름다웠지만 대체로 사람들을 얕잡아 보는 저급하고 오만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첫째부터 끌레팅 아방(Kleting Abang-빨강), 끌레팅 이조(Kleting Ijo-녹색), 끌레팅 비루(Kleting Biru-파랑)였습니다. 냐이인탄은 데위 스까르타지를 눈여겨 보다가 그녀를 수양딸로 삼고 끌레팅 꾸닝(Kleting Kuning-노랑)이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말이 수양딸이지 냐이인탄의 집에서 그녀가 하는 일은 하녀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요리, 세탁, 청소 등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것입니다. 결국 수양딸을 삼은 것은 더 많은 일을 공짜로 시키기 위한 얕은 수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냐이인딴은 늘 큰소리로 그녀를 혼내며 면박을 주었고 다른 세 자매들도 그녀를 얕잡아보며 무례하게 대했습니다. 일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하루 한 끼를 겨우 챙겨 먹는 날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한편 젱갈라 왕국의 빤지 아스마라방운 왕자는 치열한 전쟁을 마침내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도성으로 개선한 그는 피신한 왕자비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졌습니다. 무술은 물론 높은 도술을 닦아 전장에서 무위를 떨쳤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거나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데에 능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깊은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낀 것입니다.

 

그러다가 왕국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국경 안전이 확보되자 왕자는 궁전의 일을 재상과 신료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좀 더 아내를 찾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그는 그 사이 부하들을 시켜 아내가 피신하면서 남긴 흔적을 쫓아 사방으로 조사를 보낸 상태였습니다. 어느 날 그가 정사를 마치고 왕궁 안 호젓한 정자에 나와 있을 때 조사를 보냈던 부하 한 명이 돌아왔습니다.

 

“왕자비의 행방을 찾았소? 어서 말해 보시오!” 빤지 아스마라방운 왕자가 부하를 다그쳤습니다.

“주군! 제가 이웃나라 시골에서 왕자비를 쏙 빼어 닮은 여인을 보긴 했으나 그분이 정말 왕자비가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분은 그곳 돈 많은 과부의 하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보고를 듣고 마음이 급해진 왕자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로 마음먹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수행원들과 함께 곧바로 왕궁을 출발해 라몽안(Lamongan) 소재 벙아완 솔로 강(Sungai Bengawan Solo) 가까이 위치한 다다빤 마을[1]로 향했습니다. 그 마을에서 강을 건너면 바로 맞은편이 끌레팅 꾸닝이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거기서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전쟁이 끝나고도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아내는 자신의 생사를 알지 못하고 있을 테니 이미 더 이상 예전의 왕자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생각이 미쳤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미 다른 사람의 여인이 되었거나 예전의 성품을 잃고 타락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방법을 바꾸어 왕자비 간택을 위해 찾아온 안데안데루뭇(Ande Ande Lumut)이란 이름의 왕자로 위장하고 그 마을의 복 란다(Mbok Randa)라는 늙은 과부의 집 별채를 빌려 짐을 풀었습니다. 그리고는 왕자비 간택행사를 그곳에서 연다는 방을 부하들을 시켜 그 지역 곳곳에 붙였습니다. 왕자비 간택행사 소문은 강 건너 끌레팅 꾸닝이 사는 마을에도 들려왔습니다. 

 

냐이인탄의 세 딸들은 그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왕자의 눈에 반드시 들 것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멋진 일이야! 우린 중 한 명은 분명히 왕자비가 되어 나중에 왕후가 되고 여왕이 될 거야!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거야!” 끌레팅 아방은 이렇게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간택일이 되자 끌레팅 아방, 이조, 비루는 화려한 화장을 하고 가장 좋은 옷에 가장 멋진 장신구들을 몸에 두르고 다다빤 마을로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머나! 언니들, 너무 예뻐요!” 그 모습을 본 끌레팅 꾸닝이 다가와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어머, 꾸닝아! 너도 간택행사가 나가보고 싶은 거니?” 끌레팅 아방이 비웃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 그럴 리가! 넌 옷도 없잖아? 지금 입고 있는 그 누더기 옷이라도 입고 행사장에 가보고 싶은 거니?” 끌레팅 이조는 대놓고 그렇게 조롱했습니다.

“맞아! 너한테 간택이라니, 말도 안돼. 넌 밀린 집안 일이나 하고 있어. 자, 이 옷들을 강에 가져가서 깨끗하게 빨아 와!” 끌레팅 비루도 끌레팅 꾸닝을 무시하며 벗어놓은 옷들을 그녀에게 던졌습니다.

 

끌레팅 꾸닝은 그런 조롱을 꾹 참고 언니들의 옷을 모아 강으로 갔습니다. 애당초 그녀는 간택행사에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젱갈라 왕국에 전쟁이 난 후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남편, 빤지 아스마라방운 왕자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녀는 언젠가 고국 소식을 듣게 될 거라 기대하면서도 남편이 전쟁에서 죽거나 다치지 않았을까 늘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빨래를 하고 있을 때 마침 학 한 마리가 강변으로 날아와 그녀 가까이에 앉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학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었고 발엔 채찍을 쥐고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아가씨. 다다빤 마을에서 벌어지는 간택행사에 가 보세요! 거기 가면 빤지 아스마라방운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이 채찍을 가지고 가세요.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이 채찍을 쓰게 될 거에요.” 학은 끌레팅 꾸닝 가까이 바위 위에 채찍을 내려놓았습니다.

 

깜짝 놀란 끌레팅 꾸닝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학은 하늘로 날아올라 금방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 곧바로 다다빤 마을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한편 냐이인탄과 세 딸은 이미 벙아완 솔로 강변에 도착해 있었지만 폭이 넓은 강을 건널 배가 한 척도 보이지 않아 어쩔 줄 몰랐습니다.

“엄마, 이 강을 어떻게 건너죠?” 끌레팅 이조가 초조해하며 어머니 냐이인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게요, 엄마. 우릴 건너줄 배가 한 척도 안보여요.” 끌레팅 비루도 툴툴거럈습니다.

“앗, 다들 저걸 보세요. 저게 뭐죠?” 그때 끌레팅 아방이 놀라며 그들이 있는 강변으로 다가오는 물체를 가리켰습니다.

 

그들은 그것이 거대한 게라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게가 막 뭍으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냐이인탄과 딸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 게의 이름은 유유깡깡(Yuyu Kangkang)으로 안데안데루뭇이 강을 건너 간택행사에 오려는 사람들을 시험하기 위해 거기 풀어놓은 것이었습니다.

 

“큰 게야! 우리를 도와 강을 건너줄 수 있니?” 끌레팅 아방이 게에게 물었습니다.

그 말에 유유깡깡은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하하하! 물론이지. 내가 당신들을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조건 하나를 반드시 들어줘야 해!”

그러자 끌렌팅 이조가 나섰습니다. “큰 게야. 그 조건이란 게 뭔데?  강을 건너 준다면 그게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게!”

“그건 강을 건너기 전 먼저 나한테 입을 맞춰야 한다는 거야. 그럼 너희들에게 물방울 하나 튀지 않고 이 강을 건너게 해 줄게.” 유유깡깡은 이렇게 말하며 씩 웃었습니다. 물론 인간들은 게가 웃는지 우는지 입모습만 봐서는 분간하지 못합니다.

 

결국 끌레팅 아방과 두 동생들은 그 조건을 받아들여 유유깡깡에게 입을 맞췄습니다. 그까짓 것~하는 마음이었죠. 그러자 만족한 유유깡깡은 그들을 등에 태우고 단숨에 강을 건너 주었습니다.

 

그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끌레팅 꾸닝도 강변에 도착했고 유유깡깡은 그녀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강을 건너 주겠다고 했습니다. 게가 참 공평합니다. 하지만 끌레팅 꾸닝은 그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을 건너야 했던 끌레팅 꾸닝은 유유깡깡에게 다른 보상을 제안하며 강을 건너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유유깡깡은 여전히 입 맞추는 조건을 고집하며 끌레팅 꾸닝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끌레팅 꾸닝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유유깡깡이 뭐라 하든 이젠 아랑곳하지 않고 뜬금없이 채찍을 꺼내 벙아완 솔로 강의 수면을 때렸습니다. 그러자 강물이 줄며 수위가 내려가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안데안데루뭇이 가지고 있던 신령한 힘을 담은 채찍인 것을 알아본 유유깡깡은 겁을 먹고 끌레팅 꾸닝을 등에 태워 강을 건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다빤 마을까지 일사천리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안데안데루뭇 아트 모음

 

거대한 게 등껍질 위에 타고 간택행사가 열리는 과부 복 란다의 집에 도착한 그녀를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수양어머니와 세 누나들은 유유깡깡의 등에서 내려오는 여인이 끌레팅 꾸닝이란 걸 알고 기절초풍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 말도 붙이기도 전에 곧이어 간택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끌레팅 아방과 동생들도 자기들 순서가 되자 안데안데루뭇 왕자 앞에서 온갖 교태를 부리며 아름다움을 뽐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안데안데루뭇에게 간택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냐이인탄이 분통을 터뜨리며 안데안데루뭇 앞에 나서 오늘 온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 자기 딸 세 명 중 한 명을 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말에 왕자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대의 말처럼 그대의 세 딸은 정말 아름답군. 하지만 난 그들 중 누구도 간택하지 않겠네.” 왕자는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봐라! 저기 노란(꾸닝) 옷을 입은 처녀를 데려오거라!” 안데안데는 인파 가장 뒤에 앉아있던 처녀를 가리켰습니다. 안데안데루뭇이 가리킨 여인은 바로 끌레팅 꾸닝이었죠.  비록 간택행사장에 왔지만 차레로 왕자를 대면하는 여인들 행렬에는 애당초 끼어들지도 않았던 그녀를 말이죠. 그녀가 병사들에게 이끌려 앞으로 나오자 왕자는 앉아 있던 화려한 옥좌에서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여인을 내 비로 삼겠다.”

그 말에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은 물론 냐이인탄과 그녀의 세 딸이 그중 가장 크게 놀랐습니다.

“왕자님! 어째서 아름다운 내 딸들보다 이런 삐쩍 마른 아이를 선택하시는 겁니까? 냐이인탄은 억울해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자 안데안데루뭇은 여전히 미소를 띈 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냐이인탄! 자네도 알지 않은가? 왜 내가 그대의 딸들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내가 유유깡깡이 먼저 맛본 여인들을 내가 선택할 거라 생각했나? 내가 이 여인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낸 문제를 오직 이 여인만이 올바른 방법으로 풀었기 때문이라네. 오직 이 여인만이 유유깡깡과 입을 맞추지 않고 벙아완 솔로 강을 건넜단 말일세.”

그제서야 냐이인탄은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던 사이 간택을 위한 사전 시험에서 이미 떨어졌음을 알았습니다. 왕자비 간택을 받겠다는 여인이 간택 직전 다른 남자에게 쉽게 입술을 허락했다는 것은 분명한 결격사유였습니다. 유유깡깡이 아무리 게라 해도 엄연한 남자였으니까요.

 

한편 끌레팅 꾸닝 역시 화들짝 놀라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녀는 남편 빤지 아스마라방운을 만나려고 이곳에 온 것이지 다른 왕자의 왕자비로 간택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안데안데루뭇은 자신이 사실은 빤지 아스마라방운이란 것을 밝히며 변장을 풀었고 끌레팅 꾸닝은 비로소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찾기 위해 남편이 벌인 일이란 것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왕자의 품에 뛰어들어 안겼습니다.

 

빤지 아스마라방운 왕자는 그녀가 고생하여 마르고 피부가 상한 데다가 남루한 모습을 하고 있어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학을 통해 전달한 자신의 채찍을 허리 춤에 묶어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데위 스까르타지 공주란 것을 확인했던 것입니다. 왕자가 채찍 손잡이에 손을 대자 채찍에 담긴 신령한 힘이 반응하면서 끌레팅 꾸닝의 남루한 복장이 왕자비의 화려한 복식으로 바뀌며 숨겨져 있던 그녀의 아름다움이 모두 드러났습니다. 왕자는 사랑하는 왕자비를 다시 찾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그는 간택행사를 위해 장소를 빌려주며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은 복 란다를 젱갈라 왕국의 궁전으로 데려가 함께 살게 했고 한편 냐이인탄과 그녀의 세 딸은 평생 실망과 부끄러움 속에서 마을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들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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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젱갈라 왕국의 빤지 아스마라방운 왕자와 데위 스까르타지 공주의 이야기는 ‘빤지의 이야기’(Cerita Panji)라는 제목으로 1300년대 마자빠힛 왕국 시대부터 인기 높은 민화였다고 합니다 빤지 왕자와 데위 공주 두 사람을 중심으로 각각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진행되고 마지막엔 사랑의 결합으로 끝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안데안데루뭇 이야기는 원래 있던 별도의 민화에 유명한 빤지 왕자와 데위 공주를 무리하게 끌고 와 연결시킨 것 같은 의구심도 듭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색적인 것은 능청스러운 색정광 크랩 괴물의 등장입니다.

인도네시아 동화나 민화들 중에서 게가 등장하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미나하사(Minahasa) 민화의 시가르라키(Sigarlaki)와 림밧(Limbat) 이야기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의 내기를 하는 사냥꾼 시가르라키의 발꿈치를 물어 하인인 림밧이 내기에 이기도록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게가 누군가를 집게발로 무는 건 당연한 본능이지만 매우 이례적으로 여인들에게 입을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이 민화를 ‘괴담’으로 분류되기에 충분합니다. 그게 맞춰지는 입이 아니거든요. (끝)

 
입 맞춰 주세용~^^


[1] 많은 전설과 민화에 ‘다다빤 마을(desa dadapan)’이 등장하므로 이는 특정 마을 이름이 아니라 ‘어떤 마을’ 또는 ‘저기 저 앞마을’ 정도의 의미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다빤 마을이란 지명도 여럿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