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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하사 민화] 시가르라키와 림밧 이야기

beautician 2022. 6. 12. 11:14

[미나하사 민화] 시가르라키와 림밧 이야기

 

북부 술라웨시 미나하사 지방

 

옛날 북부 술라웨시 미나사하 지역 똔다노(di Tondano)에 시가르라키(Sigarlaki)라는 용맹한 사냥꾼이 살았습니다. 그는 창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했고 그가 한번 마음을 먹고 창을 던지면 누구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시가르라키는 림밧(Limbat)이라는 이름의 충성스러운 하인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가르라키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했습니다.

 

하지만 사가르라키가 아무리 위대한 사냥꾼이라 해도 짐승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운이 따르지 않았던 날, 가뜩이나 기분이 상해 집에 돌아오는데 림밧이 달려나와 집에 도둑이 들어 비축해 놨던 짐승 고기를 모두 도둑맞았다고 보고하는 것을 듣고 그는 마침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화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시가르라키는 짜증을 내며 고기를 훔쳐간 것이 림밧의 짓이라 생각하고 그를 닥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림밧은 주인인 시가르라키를 늘 믿고 존경했으므로 그가 자신을 도둑으로 몰 것이라곤 미처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시가르라키는 림밧이 결백하다면 자신이 도둑이 아님을 증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결백을 증명하는 방법이 람밧에게 너무나 불리했습니다.

 

시가르라키가 연못 속으로 창을 꽂을 때 림밧도 물속으로 잠수하여 창이 먼저 물 위로 떠오르면 림밧이 결백한 것이고 림밧이 먼저 떠오르면 그건 림밧이 도둑임을 증명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창이 연못 바닥에 박히면 절대 물 위로 떠오를 리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그걸 시가르라키가 손에 쥐고 있다면 림밧이 머리를 내밀 때까지 절대 창을 들어 올릴 리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건 무조건 림밧을 도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려던 림밧은 그 방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시가르라키가 창을 꽂으면 곧바로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시가르라키가 연못 바닥에 창을 박자마자 갑자기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연못에 물을 마시러 왔습니다. 천상 사냥꾼인 시가르라키는 그 멧돼지를 잡을 생각으로 번개처럼 물 속에서 창을 뽑아 들어 멧돼지를 향해 던졌습니다. 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던진 탓에 창은 빗나가고 멧돼지는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때 아까 잠수했던 림밧이 연못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와 참은 숨은 내쉬었습니다. 림밧이 내기에서 이긴 것입니다.

 

시가르라키는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당황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인에게 졌다는 것을, 그것도 자신이 질 가능성이 1%도 없던 내기에서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번 것이 무효라고 억지를 부리며 다시 내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림밧은 내키지 않았지만 주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기를 진행하는데 시가르라키가 연못 바닥에 막 창을 박자마자 이번엔 어디선가 나타난 게 한 마리가 시가르라키의 발 뒤꿈치를 물었습니다. 깜짝 놀란 시가르라키가 비명을 지르며 펄쩍 뒤면서 자기도 모르게 창을 뽑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도 잠수한 림밧이 물속에서 나오기 전이었으므로 자기가 일방적으로 조건을 정한 내기에 자기가 지고 만 것입니다. 

 

결국 림밧은 그렇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고 시가르라키는 함부로 림밧의 죄를 물으려 했던 잘못으로 인해 숲속 신령을 노하게 해 게에게 발목을 물리는 벌을 받고 말았습니다.

 

 

시가르라키와 림밧 아트 모음

 

 

출처

https://histori.id/kisah-sigarlaki-dan-limbat-dari-minah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