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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수마트라 민화] 쌍둥이 호수(Danau Kembar) 전설

beautician 2022. 6. 1. 11:06

쌍둥이 호수(Danau Kembar) 속 큰 뱀의 전설

 

Danau Kembar

 

쌍둥이 호수(Danau Kembar)는 서부 수마트라 주 솔록군 러마 구만티(Lemah Gumanti) 지역과 름방 자야(Lembang Jaya) 지역에 걸쳐 위치하고 있습니다. 빠당 시내에서 60킬로미터, 솔록 시내에서는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옛날에 나무판과 기둥을 만드는 나이 많은 목수 니니악 가당 바한(Niniak Gadang Bahan)이란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는 몸집도 컸고 사용하는 도끼도 엄청나게 컸습니다. 도끼날만 해도 웬만한 소쿠리 크기였으니까요. 그는 숲에 들어갈 때마다 늘 도끼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니니악은 일주일에 밥을 딱 한 번 먹었는데 먹는 양이 큰 말 통 한 개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는 좋은 나무를 구하기 위해 산을 타고 숲 속 깊숙이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가 며칠 만에 숲에서 나올 때엔 숲에서 이미 잘 다듬은 나무판이나 기둥을 잔뜩 묶어 짊어지고 나와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그는 그것들을 팔고 받은 돈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어느 날 그가 다시 숲 속에 들어갔는데 그가 늘 다니던 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뱀이었습니다. 니니악은 뱀에게 겁을 주려고 도끼를 흔들어 보였지만 큰 뱀은 오히려 니니악에게 덤벼들며 위협했습니다. 그 순간 니니악은 조상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경구를 기억했습니다. “닥치지 않으면 저항할 필요없지만 닥치면 싸움을 피하지 마라!” 그건 이런 경우 뱀을 조지라는 뜻이었죠.

 

니니악 간당 바한은 뱀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니니악이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 그의 손에 들린 도끼를 휘둘렀습니다. 그는 도끼에 있어서는 이미 달인의 경지에 들어서 있었고 젊은 시절 배운 무술과 도술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결국 뱀은 니니악에게 밀리기 시작하더니 도끼로 한 방 제대로 얻어맞고 피를 흘렸습니다. 목이 거의 잘리다시피 하면서 피가 사방으로 튄 것입니다. 하지만 아름드리 나무 이상 굵기를 가진 뱀 역시 보통 놈은 아니어서 그런 치명상을 입고서도 쉽게 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니니악은 이번엔 뱀의 몸통을 잡고 크게 휘둘러 계곡 쪽으로 집어 던졌습니다.

 

그는 뱀이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곡을 따라 내려갔는데 뱀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운기조식이라도 하려는 듯 거기서 8자 모양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는데 반쯤 잘린 머리에서 피가 계속 뿜어져 나와 온 계곡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뱀은 분명 전의를 상실했고 더 이상 싸우지도 움직이지도 못할 상황이었으므로 니니악도 그쯤에서 손을 거두었습니다.

 

쌍둥이 호수 아트 모음

 

니니악이 떠난 후에도 거대한 뱀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 상태를 유지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거대한 몸이 몸은 흙과 낙엽에 파묻히며 계곡에 동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뱀의 8자형 똬리가 만든 두 개의 원형 공간에 물이 고이면서 만들어진 두 개의 작은 호수는 시간이 더 흐르자 그 크기가 점점 더 커져 오늘날 두 개의 호수가 되어 쌍둥이 호수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이 호수가 위치한 지역의 이름인 름바 구만티는 ‘죽은 용의 계곡’ 또는 ‘불사의 용의 계곡’이란 뜻입니다. 쌍둥이 호수가 걸쳐져 있는 또 다른 지역의 이름은 아이아 시라(Air Sirah)인데 이는 ‘붉은 물’이란 뜻입니다. 이 곳의 물은 빨간색을 띄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뱀의 피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력이 높은 뱀이 목이 거의 잘렸는데도 죽지 않아 아직도 그 목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죠.

 

불사의 몸을 지녔다는 것도 이럴 때는 참 곤란할 듯합니다. 죽어야 편해질 텐데 죽지 못한 채 영겁을 산다는 게 말입니다.

 

큰 뱀이 왜 숲 속의 길을 막고 있었는지, 뱀을 처리한 니니악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이 전설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도네시아 전설에 등장하는 큰 뱀들과 용들의 운명이 하나같이 비극적이라는 점입니다. 인도네시아 사회, 특히 고대 사회에서 뱀이나 용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찬찬히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끝)

 

 

대충 이런 식……^^

 

출처:

https://histori.id/legenda-danau-kembar-sumatera-bar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