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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민화]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Garuda Wisnu Kencana) 전설

beautician 2022. 5. 24. 11:36

[발리 민화]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Garuda Wisnu Kencana) 전설

 

옛날 발리 섬에 레시 까샤파(Resi Kasyapa)라는 현명한 성자가 살았습니다. 그는 두 명의 아내를 들였는데 한 명은 까드루(Kadru), 다른 한 명은 위나타(Winata)였습니다. 까드루는 모든 용들을 낳았고 위나타는 한 마리의 신조(神鳥) 가루다를 낳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용과 가루다를 낳은 까드루와 위나타가 일반 여인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집니다.

 

레시 까샤파는 두 아내에게 공평하게 대했지만 까드루는 언제나 위나타를 질투하고 미워했습니다. 그래서 호시탐탐 위나타를 레시의 가족관계에서 쫓아내기 위해 기회를 노렸습니다. 사실 삼각관계라는 게 언제 어디서든 힘든 일인데 결혼생활을 공식적으로 삼각관계로 만든 시점부터 그 생활이 순탄할 것이라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던 거죠.  힌두교의 레시(Resi)란 신성한 영력을 부여받은 성자나 시인을 뜻하는 단어인데 레시가 왜 그런 것도 몰랐을까요?

 

어느날 모든 신들이 모여 대양의 물을 휘저어 그곳에서 물의 정수 티르타 아마르타(Tirtha Amartha)를 뽑아냈습니다. 이는 생명의 물로 누구든 한 방울만 마셔도 영생을 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지고 하늘을 나는 말 우차이스와라(Ucaihswara)도 거기서 태어났습니다. 어떻게든 위나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던 까르두는 아직 우차이스와라를 본 적 없는 위나타에게 그 말의 색깔을 맞추어 보라고 했습니다.

 

우차이스와라(Ucaihswara)

 

 

여기에 내가가 걸립니다. 어느 쪽이든 말의 색깔을 맞추지 못하는 쪽이 맞춘 쪽의 노예가 되어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맹세를 하게 된 것이죠. 진 사람이 노예가 되겠다는 계약이었던 거죠.

 

까르두는 말 색깔을 검정색이라 했고 위나타는 흰 색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까르두 역시 그 말을 미리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까르두는 우차이스와라가 나타나기 전 자기 자식인 용들에게 물어 말의 색깔이 흰색이란 사실을 듣게 됩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하지만 정보는 힘입니다. 경쟁자보다 빨리 수집한 정보는 가장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까르두는 말의 털 색깔을 검정색으로 바꾸라고 용에게 시켰습니다. 용들은 그 어려운 걸 또 기가 막히게 해냅니다. 용들이 말에게 독을 뿜어 원래 흰색이었던 말이 까르두와 위나타의 눈 앞에 나타날 때는 검정색 윤기가 좔좔 흐르는 완전한 적토마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위타나의 아들인 가루다는 용들의 장난을 간파하고 어머니를 노예로 삼은 까르두에게 맞섰습니다. 밤낮없이 이어지던 가루다와 용들의 싸움이 백중세를 이루던 싸움이 가루다 쪽으로 서서히 기울자 궁지에 몰린 용들은 먼저 절충안을 싸움을 멈춥니다. 그 절충안이란 가루다가 티르타 아마르타를 구해 용들에게 넘긴다면 위나타를 풀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루다는 어머니를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어디에 있는지 모를 티르타 아마르타를 찾아 나섰습니다. 가루다는 우여곡절 끝에 티르타 아마르타를 가진 위스누 신을 만나게 됩니다. 가루다는 위스누신의 탈 것이 되어 주는 조건으로 티르타 아마르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루다는 이후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Garuda Wisnu Kencan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위스누(Wisnu)는 힌두 신화에 나오는 그 비슈누 신을 말합니다.

 

가루다의 등에 dhffk 탄 위스누 신

 

가루다는 그렇게 얻은 티르타 아마르타를 까만달루(kamadalu) 항아리에 담고 그 항아리를 잡초로 땋은 줄에 매달아 용들에게 주었는데 용들이 이를 마시기도 전 그곳을 지나가던 인드라신이 보고 티르타 아마르타를 채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생명수를 마시려던 용의 혀가 잡초로 만든 줄에 닿았는데 그 줄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용들의 혀 끝이 두 갈래로 갈라졌고 이후 용(뱀)들의 후손은 모두 혀끝이 갈라진 상태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가루다의 어머니 위나타는 그 후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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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신화를 줄곧 고대 인도의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발리인 대다수가 힌두교도이고 힌두교 역시 범지구적 종교 중 하나이니 어느 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점에서 힌두 신화는 발리 신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가루다 신화가 발리 민화가 되는 것이죠.

 

가루다는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위스누 신이 타고 다니는 가루다를 항공사 브랜드로 사용한 시점에서 승객들을 위스누 신처럼 모시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최근 파산의 문턱에서 인수할 회사를 찾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기이자 국영기업 가루다 항공의 운명은 신이 탈 것을 인간의 탈 것으로 타락시킨 탐욕으로 인해 한동안 끝없는 추락을 겪을 것 같습니다. (끝)

 

 

위스누 신 대신 부채를 싣고 다니는 가루다 항공. 부채가 70조 루피아(약 6조 원)

 

출처:

https://histori.id/legenda-garuda-wisnu-kenc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