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남부 술라웨시 민화] 슈림프맨과 일곱 공주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남부 술라웨시 민화] 슈림프맨과 일곱 공주

beautician 2022. 5. 22. 11:38

새우인간 이라우랑(I Laurang)

 

슈림프맨

 

옛날 옛적 남부 술라웨시의 한 마을에 한 나이많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많은 동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다른 부부들처럼 이들도 아이가 없어 적적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남부 술라웨시라면 동인도네시아로 나가는 관문 격인 도시 마카사르(Makassar)가 있는 곳입니다.

 

어느날 밤 그들은 신에게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아기를 허락해 주세요. 새우처럼 생긴 아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신들은 이런 기도만 귀신같이 들어주는 이상한 성격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부인이 곧 임신하여 아기를 출산했는데 새우를 꼭 닮은 남자아기를 낳은 겁니다.

그런데 그게 살아가는 데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뭍에서도 물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수륙양용 전천후 기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기에게 이름이라도 멋지게 붙여주면 될 것을 부부는 아이에게 이라우랑(I Laurang)이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새우인간이란 뜻이었어요. 나라면 같은 뜻이라도 ‘슈림프맨’이라고 좀 폼나게 지어줬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서도 부인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여보. 우리 아이는 왜 새우 모습으로 태어났을까요?”

“그건 당연한 일 아니겠소? 우리가 전에 새우를 닮은 애라도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소? 신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신 거지.”

“아, 그래요. 그렇게 기도한 것 기억해요.”

남편의 말에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부는 자신들이 기원한 바의 결과를 어쨌든 흔쾌히 받아들일 줄 아는 쿨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부부는 커다란 물통을 준비해 아이가 틈틈이 물속에서 놀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정성을 다해 아이를 키웠습니다. 이제 부부가 준비한 물통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이라우랑의 몸이 커진 후엔 더 이상 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뭍에서만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온몸은 물론 특히 다리가 새우처럼 각질피부에 덮여 있어 제대로 걸어다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라우랑은 거의 집안에서 지내면서도 동네 아주머니들 수다에 귀를 기울이며 동네나 왕국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꿰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줌마들로부터 왕국의 국왕이 일곱 명의 공주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선녀처럼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 후 늘 그들이 얼마나 예쁜지 머리 속에 그려보면서 언젠가는 그들 중 한 명과 혼인하고 싶다는 은밀한 꿈을 키웠습니다.

“공주들을 만나게 되면 정말 즐겁겠지만 이런 모습의 날 좋아하긴 할까? 하지만 미리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잖아!”

이라우랑 역시 부모를 닮아 쿨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는 다음날 용기를 내서 부모에게 자기 뜻을 밝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저도 성인이 되었으니 가정을 갖고 아이도 낳고 싶습니다.”

“마음에 둔 처자라도 있느냐?”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저는 공주님과 혼인하고 싶어요.”

“너 정말 야무진 꿈을 꾸는구나.”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어머니도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어요

“네 마음은 알겠지만 국왕께서 너처럼 특별한 모습을 가진 사위를 원하시겠니?”

“뭐, 그러시겠죠. 하지만 국왕께는 예쁜 공주가 일곱 명이나 있다고 하잖아요? 그 중 혹시 한 명이라도 저와 혼인하고 싶어할 공주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라우랑은 무한긍정의 아이콘이었습니다.

 

망설이던 부부는 결국 이라우랑의 고집을 이기지 못해 왕궁으로 가 현명하기로 소문난 국왕에게 이라우랑의 청혼을 넣었습니다.

“폐하, 저희가 비록 미천하고 가난하지만 감히 제 아들을 위해 공주 중 한 분에게 청혼을 넣고자 합니다.”

아버지는 국왕 앞에서 공손히,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청혼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 말을 들은 국왕은 빙긋이 웃으며 이제 흰색을 변해가기 시작한 턱수염을 쓰다듬었습니다.

“좋다. 내가 내 일곱 공주 중 이라우랑의 청혼에 응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 보겠노라.”

국왕은 재상을 시켜 일곱 공주를 즉시 불러모은 후 장녀부터 막내까지 한 명 한 명에게 이라우랑의 청혼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장녀는 많은 왕자들도 청혼을 넣고 있는데 가난한 이라우랑의 청혼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고 나머지 공주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죠. 하지만 막내 공주만은 조금 다른 대답을 했습니다.

“아버님, 저는 이 청혼을 받아들여 이라우랑과 혼인하고 싶습니다.”

“그래, 막내야. 내가 너의 혼인을 축복하마. 사흘 후 혼인연회를 열겠다.”

국왕은 딸의 의사를 존중해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라우랑의 부모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왕궁에서 물러나와 이라우랑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이라우랑은 크게 기뻐하더니 갑자기 탈피를 시작했습니다. 각질로 된 껍질을 벗기 시작한 것입니다. 껍질을 벗은 이라우랑은 잘 생기고 늠름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태어난 후 한 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은 이라우랑이 긴 머리칼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자 그의 미모가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이라우랑이 혼인 준비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다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수군거렸고 그가 이라우랑임을 알고서는 예전 새우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을 기억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왕궁에서 결혼식이 진행될 때에도 모든 신료들은 물론 장녀와 다른 여섯 공주들이 모두 이라우랑의 멋진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새우를 닮은 청년 이라우랑의 이야기가 그 사이 왕궁의 공주들에게 들리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공주들이 여러 고상한 이유를 대며 청혼을 거절했지만 사실은 이라우랑이 새우처럼 생겼다는 그 사람이란 걸 알고 애써 거절했던 것인데 한번도 본 적 없을 정도의 미남이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이라우랑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게 된 막내공주는 언니들의 부러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러움은 곧 막내에게서 이라우랑을 빼앗아 가려는 질투와 싸움으로 변했지만 그런 상황을 눈치챈 이라우랑은 늘 막내공주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녀를 보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라우랑은 왕의 명령을 받아 통상사절을 이끌고 다른 나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출발하기 앞서 아내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여보, 내가 없는 동안 몸조심하시오. 특히, 당신 언니들이 당신을 노리고 해칠 할지 모르니 내가 없는 동안, 당신이 어디에 가든 이 빈랑열매(pinang)과 달걀을 늘 가지고 다니세요.”

“네, 당신이 한 말을 꼭 명심할게요.”

막내공주도 이라우랑의 손을 맞잡으며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이라우랑이 사절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섯 언니들이 해변에 그네를 타러 가지고 막내공주를 불러냈습니다. 막내공주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초대에 응했습니다. 그들은 아름다운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서 차례로 그네를 타다가 이제 막내공주의 차례가 되었는데 언니들이 모두 달려들어 그네를 세게 밀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들! 왜 그러세요? 어지러워요. 멈춰요!”

막내공주가 겁에 질려 그렇게 소리질렀지만 언니들은 더욱 세게 그네를 밀어 결국 그네에서 벼랑 밖으로 튕겨나간 막내공주는 곧바로 바다에 떨어져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바닷가 그네타기

 

여섯 언니들은 그 모습을 기쁨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왕궁으로 돌아가 짐짓 눈물을 흘리며 막내 공주가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상어에게 잡혀 먹었다고 국왕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라우랑의 아내가 물고기밥에 되었다는 소문이 온 왕국에 퍼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물에 빠진 막내공주는 신의 도움을 받아 바다 밑바닥까지 가라앉고서도 죽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게도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남편이 사절로 떠나면서 맡긴 빈랑열매를 바다 밑바닥에 심고 달걀을 깨뜨렸습니다. 그러자 깨뜨린 달걀껍질이 점점 커지더니 마치 소라집처럼 막내공주가 들어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자 공주가 바다 밑바닥에 심은 빈랑열매에 싹이 나고 자라나 그 가지와 입사귀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달걀 껍질 속에서 보호받던 막내공주는 한 마리 암탉으로 변신해 그 바다 위 빈랑나무 가지 위에 앉아 배들이 지나갈 때마다 닭우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이렇게 들렸습니다.

“꼭, 꼭꼬꼬꼭, 내 남편 이라우랑은 어디 있나요? 꼭꼭! 남편이 탄 배 이름은 ‘흰꽃’이랍니다!”

어부와 선원들은 그 모습을 기이하게 여겼습니다.

 

어느날 또 다른 배가 그 닭이 있는 바다 위 나무 가지 근처를 지나는데 이번에도 그 암탉이 다가와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꼭꼬꼬꼭, 내 남편 이라우랑은 어디 있나요?”

그러나 배에서 급히 얼굴을 내민 사람은 다름아닌 이라우랑이었습니다.

이라우랑은 배를 닭이 있는 나무 가까이에 대라고 명했는데 배가 다가가자 닭은 훌쩍 날아 배 위로 올라왔습니다.

“여보! 난 당신의 아내, 막내공주에요!”

암탉이 그렇게 울었습니다. 세상 어딘가에 말하는 닭이 실제로 있다 해도 그 닭이 내가 당신 부인이요, 그렇게 말하면 믿을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새우로 태어나 껍질을 벗고 천하제일 미남이 된 이라우랑이 그 말을 믿지 않을 리 없었습니다.

 

이라우랑이 그 암탉을 안아들고 모종의 주문을 중얼거리자 암탉은 곧 막내공주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런 후 막내공주는 자신이 언니들에게 당한 사건과 바다 밑과 빈랑나무 위에서 벌어진 일들을 모두 남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알았소. 일단 궁으로 돌아갑시다.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언니들도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이라우랑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언니들은 어쩌죠? 언니들은 내가 죽은 줄 알고 당신과 결혼하려 들 텐데요.”

“여보,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들이 다시는 당신에게 손대지 못하게 할 겁니다.”

“어떻게요?”

“당신은 일단 이 상자 속에 숨어요. 내가 큰 바늘을 줄 텐데 만약 누가 상자를 옮기려 하면 이 바늘로 그 사람의 어깨를 찌르세요.”

“알았어요.”

아내는 남편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배가 마침내 왕국의 항구에 닿았을 때 왕실과 신료들이 마중나와 있었고 여섯 언니공주들은 있었습니다. 그들은 막내공주가 없어진 지금 이라우랑이 자기들 중 누구를 새로운 부인으로 선택할지 기대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라우랑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갖은 교태를 부렸고 이라우랑은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는 공주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들 중 저 상자를 궁전까지 가져갈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내 아내로 삼겠소.”

그는 막내공주가 숨어 있는 상자를 가리켰습니다.

 

이라우랑의 말을 들은 공주들이 그 나무 상자에 달려들어 서로 지고 가겠다고 난장판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장녀 공주가 상자를 번쩍 들어 어깨에 짊어졌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상자를 떨어뜨렸습니다. 어깨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인데 그것은 상자 안의 막내공주가 긴 바늘로 어깨를 찔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공주는 물론 여섯 번째 공주까지 모두 상자를 들려고 있지만 어깨에 찌르는 듯한 고통 때문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모두 실패했으니 여러분들이 내 아내가 될 일은 영영 없겠습니다.”

이라우랑은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한 후 호위병들에게 그 상자를 여럿이 함께 들고 궁전까지 옮겨가도록 시켰습니다. 경비원들은 상자를 묶고 긴 막대로 받쳐들고서 조심스럽게 다루며 궁전까지 갔습니다. 사실 여섯 번을 떨어뜨렸으니 현실이라면 그 안의 막내공주가 무사했을 리 없지만 이 이야기 속 막내공주는 무려 물속에서 몇 개월을 견딘 생존능력을 가진 인물인데 상자를 떨어뜨릴 때마다 상자 안에서 좌충우돌한 것정도로는 코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습니다.

 

궁전에 도착한 이라우랑은 경비원들에게 상자를 열라고 명령했습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단정한 모습을 한 막내공주가 나왔으므로 왕과 왕비를 비롯한 궁전 안의 모든 사람들이 탄식을 내지르며 놀랐습니다. 여섯 공주들 역시 벌어진 입을 닫지 못했습니다. 모두 막내공주가 이미 죽었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백일하에 들어났다는 생각에 여섯 공주들은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장녀는 연회장의 문을 향해 내달렸고 둘째와 셋째는 부엌으로, 넷째와 다섯째는 곧장 성 밖으로 나갔고 여섯 째는 우물 쪽으로 달렸습니다.

 

결국 막내공주가 부왕의 뒤를 이어 국왕의 자리에 올랐고 다른 여섯 공주들은 그 신하가 되었습니다. 문으로 달려갔던 장녀 공주는 연회장의 문을 열고 닫는 시녀가 되었고 부엌으로 달려간 둘째와 셋째는 요리사가 되었으며 성밖으로 달아난 넷째와 다섯째는 수확한 벼를 창고로 옮기는 일을 하게 되었고 우물로 도망간 여섯 째는 빨래를 도맡게 되었습니다.

 

이라우랑 아트 모음

 

 

출처:

https://histori.id/legenda-i-laurang-si-manusia-udang-sulawesi-sela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