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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띠가(Salatiga): 세 명의 죄인

beautician 2022. 5. 20. 12:10

[정리] 살라띠가 도시 이름의 기원

 

살라띠가는 족자와 스마랑 사이

 

중부자바 살라띠가의 기원에는 스마랑의 두 번째 군수였던 끼 아긍 빤다나란(Ki Ageng Pandanaran)가 연관되어 있습니다.

 

드막 술탄국이 아직도 중부자바를 석권하고 있던 시절 스마랑도 드막에 속한 지역이었습니다. 당시 수난 깔리자가가 드막 술탄의 고문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수난 깔리자가는 대표적인 이슬람 포교사로 알려진 왈리 송오(Wali Songo) 중에서도 대표격인 인물인데 여러 전설 속에서는 이슬람 학자나 포교사보다는 끄자웬 도사의 면모가 더욱 돋보입니다.

 

스마랑 군수 끼 아긍 빤다나란은 엄청난 부를 쌓은 상인 출신이었습니다. 부와 높은 관직을 얻게 된 그는 시간이 흐르자 예전 어려웠던 시절을 잊고 자신의 부에 취해 스마랑 백성들의 안위와 복지를 도외시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알고 탐탁지 않게 여긴 수난 깔리자가는 끼 아긍 빤다나란을 혼내 주기로 했습니다. 그는 어느 날 풀을 베어 말에게 먹일 여물용으로 파는 사람처럼 변장하여 끼 아긍 빤다나란을 찾아갔습니다. 끼 아긍이 여물을 품삯에도 못미치는 헐값으로 후려쳐 사들이려 하자 수난 깔리자가는 가격이 너무 싸다며 팔지 않았습니다. 권력을 얻고 난 후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사람들만 보아온 끼 아긍은 감히 자신의 결정과 요구를 거절한 수난 깔리자가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급기야 모욕을 주며 내쫓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수난 깔리자가는 백성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이익을 빼앗아 잇속을 챙기는 것보다 부를 쌓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군수가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농부에게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수난 깔리자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물을 찾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괭이를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수난 깔리자가가 빌린 괭이로 땅을 파기 시작하자 땅을 파 올리는 데로 흙과 자갈이 금덩어리로 변해 쌓였습니다. 끼 아긍 빤다나란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 농부가 절대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수난 깔리자가의 변장이란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급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수난 깔리자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용서하는 대신 스마랑 백성들을 잘 다스리라고 당부한 후 그곳을 떠났습니다.

 

수난 깔리자가 표준 영정

 

그 후 끼 아긍은 자신이 그동안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은 것이 한없이 부끄러워 결국 스마랑 군수의 직을 내려놓기로 마음먹고 속죄하는 방법으로 수난 깔리자가의 가르침을 따라 자바이캇 산(Gunung Jabaikat)에 쁘산트렌 이슬람 기숙학교를 세우고 이슬람 포교에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그의 부인도 남편의 뜻에 동의하고 자신도 따라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끼 아긍은 어떠한 재물도 지니고 가지 않는다면 자신을 따라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부터 벗어나려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 자바이깟 산에 쁘산트렌으로 쓸 건물을 짓기 위해 스마랑을 떠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인은 아무래도 쓸 일이 있을 거라며 가져갈 패물들을 몰래 끌어 모아 대나무 지팡이 안에 급히 쓸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자 끼 아긍 빤다나란은 혀를 차며 먼저 길을 떠나면서 아내에게는 곧 뒤따라오라고 일렀습니다.

 

패물들을 챙기느라 뒤늦게 출발한 부인은 남편을 따라잡으려고 부지런히 걸었지만 중간에 강도를 만나 지팡이 안의 패물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자바이깟 산에 도달해 남편을 만난 부인이 자신이 강도 당한 사실을 알리자 끼 아긍 빤다나란은 껄걸 웃으며 아내에게 욕심부리지 말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습니다.

 

아내가 세 명의 강도를 만난 곳은 이후 살라띠가(Salatiga)라 불리게 되었는데 ‘세 개의 잘못’이라고 번역되기 쉬운 살라띠가(Salatiga)는 당시 끼 아긍 빤다나란의 아내를 턴 노상강도를 지칭한 ‘세 명의 죄인’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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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버전에서는 전개되는 디테일이 조금 다릅니다.

 

수난 깔리자가가 교훈을 준 후 끼 아긍 빤다나란에게 자바이캇 산에 쁘산트렌을 세우라고 권고하죠. 끼 아긍은 이에 따릅니다. 그리고 몰래 패물을 챙기는 아내보다 먼저 출발한 그는 끄송오(Kesongo)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명의 강도를 만납니다. 그는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지만 내 아내가 대나무 막대기 속에 상당한 금붙이를 가지고 올 겁니다. 당신들이 평생 먹고 살 만한 돈이 될 겁니다. 그 패물을 터는 대신 나나 내 아내에겐 아무 짓도 하지 마세요.”

 

말하자면 아내를 팔아먹은 건데 이게 먹힙니다. 강도들은 끼 아긍을 보내주고 거기 숨어 그의 부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정말 끼 아긍의 부인 니 아긍이 그 길을 지나자 강도들이 달려들어 대나무 막대기 속의 금붙이들을 털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니 아긍이 몸 어딘가에 금붙이를 더 숨겼을 거라고 생각하며 몸을 뒤지려 했습니다. 그러자 니 아긍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그녀가 한 성깔 하는 사람이란 소개를 앞에서 깜빡 잊었네요.

 

“이런 짐승 같은 놈들!!

 

그러자 그녀의 말에 무슨 마법이라도 담겼는지 두 강도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잠시 후 두 강도는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한 사람의 머리가 뱀 머리로 변했고 또 다른 사람은 염소 머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니 아긍 역시 그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닫지 못했습니다. 강도들을 니 아긍의 발을 잡고 매달리며 자신을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니 아긍은 별 수 없이 두 강도를 데리고 남편을 뒤쫓아 갔습니다.

 

한편 나루터에서 배불리 밥을 먹고 강을 건너려던 끼 아긍은 아내가 걱정되어 오던 길을 되돌아가다가 동물 머리를 한 두 명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는 자초지종을 듣고서 세 사람을 모두 탓했습니다. 아무런 패물도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어긴 아내도 잘못 했고 막대기 속 금붙이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손을 대려 한 두 강도도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세 사람 모두의 잘못이오!”

 

이 사건을 후세에 경계하기 위해 그곳 이름을 솔로띠고(Solotigo) 또는 살라띠가(Salatiga)라고 지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민화에는 뱀머리, 염소머리를 한 두 강도가 나중에 원래의 인간 머리를 되찾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여전히 뱀머리, 염소머리를 한 채 자바이캇 산 쁘산트렌 일을 도우며 그 일대의 명물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버전에는 마침 거기에 큰 바위 세 개가 있었는데 자바어로 바위가 셀로(selo), 세 개가 띠고(tigo)여서 셀로띠고(Selotigo)가 오늘날 살라띠가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런 고사 때문에 살라띠가라는 이름이 붙었다기보다 오히려 이름에 맞춰 고사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만들어 내려 무지 노력했다는 인상이 강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고사가 인도네시아인들 사이에 나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끝)

 

살라띠가 고사 아트모음

 

 

 

 

출처:

https://histori.id/kisah-asal-mula-kota-salati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