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디엥 고원] 시끼당의 분화구(Kawah Sikidang) 본문
[중부자바 디엥고원] 시끼당(Sikidang) 분화구 고사
중부자바 디엥 (Dieng) 고원에 위치한 시끼당 분화구(Kawah Sikidang – ‘끼당’이란 녀석의 분화구)는 분화구 안에서 용암을 분출하는 것이 아니라 진흙과 가스를 뿜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디엥 고원엔 적지 않은 화산 분화구들이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시끼당 분화구로 몰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옛날옛적 신토 데위(Shinto Dewi)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디엥 고원에 위치한 웅장한 궁전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청혼에 성공한 남성들이 없었던 이유는 요구하는 지참금의 액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입니다. 공주의 자존감이 너무 높았던 것인지, 왕자들의 등을 치려는 것이었는지 몰라도 그래서 좀처럼 혼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끼당 가룽안(Kidang Garungan)이란 이름의 왕자가 시절단을 보내 신토 데위 공주에게 청혼을 넣었습니다. 그는 신토 데위 공주가 요구하는 지참금을 다 채울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부를 자랑했습니다.
“저희를 보낸 끼당 가룽안 왕자님은 공주님이 제시하는 지참금이 얼마이든 충분히 지불할 능력이 있습니다.”
사절단 대표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신토 데위 공주는 이 정도의 사절단을 꾸려 보낼 만한 부유하고 강력한 왕국의 왕자라면 반드시 잘 생기고 위엄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주가 청혼을 받아들이자 이 소식을 들은 끼당 가룽안 왕자는 기뻐하며 혼인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혼인식 날이 다가와 끼당 가룽안 왕자와 그 일행이 신타 데위 공주의 궁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신타 데위 공주는 왕자의 모습에 기절초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끼당 가룽안 왕자는 사람 몸에 사슴 머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에 온갖 정이 다 떨어진 신토 데위 공주는 어떻게 하면 이 혼인을 무를 수 있을까 머리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남편 후보로 나선 왕자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조건으로 내세우기로 합니다.
하지만 예전 반둥 본도워소 왕자와 결혼을 피하려고 라라 종그랑이 하루 밤 사이 천 개의 사원을 지으라고 요구했던 것이나 다양숨비가 아들인 상꾸리앙의 청혼을 좌절시키려고 역시 하루 밤 사이 호수와 큰 배를 지으라는 조건을 내세웠다가 모두 거의 다 실패할 뻔했던 사실을 신토 데위 공주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왕자님, 나와 혼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이곳 디엥고원에는 깨끗한 먹을 물이 부족합니다. 왕자님께서 하루 밤 사이에 깨끗한 물이 샘솟는 우물을 하나 파주는 것이 조건이에요. 누구의 손을 빌려서도 안되고 오직 왕자님 혼자 해내셔야 하는 일입니다.”
신토 데위 공주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면서요.
“좋소, 공주. 내 우물을 파 드리리다.”
왕자가 흔쾌히 동의했으므로 공주는 살짝 불안해졌습니다.
끼당 가룽안 왕자는 신토 데위 공주가 지정한 장소에서 우물을 파기 시작했는데 워낙 힘이 좋아 손과 뿔만으로 큰 우물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다가올 때쯤 우물은 거의 완성되고 있었으므로 공주는 당황했습니다.
그녀는 사슴 머리를 한 사람과는 그가 왕자가 아니라 대제국의 제후라 하더라도 혼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이제 반칙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기 호위병들을 불러모아 지금 끼당 가룽안 왕자가 파고 있는 우물을 메워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훍이 쏟아져 내려 우물 속에 갇힐 뻔한 왕자는, 그러나 뛰어난 도력을 발휘해 갚은 우물에서 지상으로 거의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허용할 신토 데위 공주가 아닙니다. 끼장 가룽안 왕자가 우물에서 거의 다 빠져나온 것을 본 신토 데위 공주는 아예 군대 전체를 동원해 왕자를 우물 속으로 밀어 넣고 우물을 메우라 시켰습니다. 끼당 가룽안 왕자는 생매장되던 마지막 순간, 신토 데위 공주에게 한 마디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신타 데위 공주의 후손들은 모두 떡진 곱슬머리(rambut gimbal)를 갖게 될 것이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끼당 가룽안 왕자는 우물 속에 생매장되어 죽고 말았습니다.
그 우물은 나중에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는 분화구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곳에 끼당 왕자가 묻힌 곳이라 하여 ‘시끼당의 분화구’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끼당 가룽안 왕자의 저주와 같이 디엥 고원 사람들 중엔 떡진 곱슬머리를 하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지금도 적지 않습니다.
만약 끼당 가룽안 왕자가 죽음의 궁지에서 너무 경황이 없지만 않았다면 좀 더 제대로 된 저주를 내렸을 텐데 왜 하필 그 순간에 떡진 곱슬머리를 최후의 저주로 택했던 걸까요? 혹시 그 머리결은 저주가 아니라 사슴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자신이 정말 갖고 싶었던 최고의 희망사항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디엥고원의 곱슬머리 현상은 타고나는 곱슬머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3세에서 7세 사이에 발열을 동반한 열병을 앓으면서 머리결이 푸석푸석해집니다.아무리 머리를 잘 감고 영양제를 발라 주어도 한번 발생한 푸석푸석함과 떡진 곱슬머리는 사라지지 않아요. 정상적인 머리결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발열을 겪고 심하게 앓고서 푸석푸석한 곱슬머리가 되는 것은 정말 끼랑 가룽안 왕자의 최후의 저주 때문일까요? 아니면 시끼당 분화구 에서 분출하고 있는 모종의 입자가 일으키는 화학병리학적 작용일까요?
출처:
https://histori.id/legenda-asal-usul-kawah-sikidang-dieng/
'인니 민속과 주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황제를 물리친 꾸따이 꺼르타느가라 (0) | 2022.05.19 |
---|---|
세빡따끄로가 등장하는 독수리사냥 민화 (0) | 2022.05.18 |
[마카사르 민화] 인도네시아식 패왕별희 (0) | 2022.05.16 |
[무속과 괴담 사이(37)] 거인들이 멸종한 이유 (0) | 2022.05.15 |
찌레본의 뻴렛주술 사례 (0) | 2022.05.15 |